얘기하는 사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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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旅行 190

유럽배낭여행 [뮌헨]

2004.10.14. 木 Musa영감님과 작별.. 아침 9시.... 간밤에 방이 조금 싸늘했지만 그럭저럭 잘 잤다. 평생 이불 생활을 해 온 나에게 침대 메트리스 안은 좀 싸늘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침대 속은 희한하게도 춥지도 않고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묘한 온도다. 영감님은 아침부터 빵사러 가셨나보다. '음....이거 유스로 간다고 어떻게 말을 꺼낸다....화내시지 않을까?' ..... 아침은 빵이랑...버터...쥬스.....홍차... 홍차를 홀짝홀짝 마시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기....시내 쪽 유스로 방을 옮겼으면 하는데요..." "아니...왜?...여기 있으면 내가 이것저것 설명도 해 줄 수 있는데..." "음....친절하게 대접해 주신건 감사한데요....좀 더 사람이 많은....유스..

유럽배낭여행 [하이델베르크 - 슈투트가르트 - 뮌헨]

2004.10.13. 水 아침 두 배로 먹기 아무래도 난 유스가 체질적으로 잘 맞는가 보다. 난간도 거의 없는 2층 침대에서 편하게 너무 잘 잤다. 한 번도 안 깨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만큼 편안하게 잔 것 같다. ...... 여행 와서 거의 3일에 한 번 꼴로 자다가 꼭 한 번씩 잠을 깨게 된다... 이상하게도 새벽 4시쯤 되면 눈이 저절로 한 번 떠진다. 왠만해선 새벽잠을 설치는 편이 아닌데...... 아무래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잠을 자려니 무의식적으로 예민해지긴 한 모양이다. 그래도 파리를 떠나면서 컨디션이 좀 쳐졌었는데 이제는 몸이 한결 가뿐해졌다. 부시시 일어나서는 파란 잔디구장이 바라다 보이는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창문으로 확 밀려오는 차가운 아침 공기가 더 없이 상쾌하다. 배낭여행..

유럽배낭여행 [브뤼셀 - 프랑크푸르트 - 하이델베르크]

2004.10.12. 火 Breakfast '헉...8시 40분...!' 잠자리가 너무 편안해서 늦잠을 자 버렸다. 어제 프런트에서 아침은 딱 9시까지만 준다고 했는데..... 허둥지둥 고양이 세수를 하고 1층 식당으로 뛰어내려갔다. 아직 식당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식판을 뽑아들고 뭐가 있는지 스윽 훑어보니... 둥그런 빵, 두꺼운 통밀 식빵, 버터, 치즈, 잼, 우유, 커피, 홍차, 쥬스, 시리얼, 햄 등이 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유스식 아침식단인가보다. 맛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둥그런 빵 하나랑 식빵 하나랑 딸기잼, 버터....시리얼에 홍차 한잔을 담아갔다. 마침 어제 안면을 튼 한국분들도 식사 중이길래 같이 합석...... 음....유스에서 처음 먹는 아침이라 그런지 몰라도 빵이랑 시리..

유럽배낭여행 [파리 - 브뤼셀 - 브뤼헤 - 브뤼셀]

2004.10.11. 月 'THALYS' Paris Nord -> Bruxelles-Midi 구간 9시 55분이랑 10시 25분에 차편이 있다. 그 다음 차편은 11시 55분.....아무래도 10시 25분걸 타야겠다. 애초부터 ATM에서 현금카드로 유로를 직접 뽑아 쓸 생각으로 한국에서 200유로 밖에 환전을 안 해왔었기 때문에 이제 수중에 유로가 거의 바닥이 났다. 유로 지폐는 크기가 작아서 200유로라 해 봤자 우리나라 돈 뭉치보다 훨씬 작고 가볍다. 잃어 버릴 까봐 200유로밖에 안 가져왔는데, 조금 더 가져올걸 그랬나보다. 나름대로 서둘러 움직였는데도 벌써 9시 20분이다... 은행 ATM에서 100유로를 인출해 지갑을 채우고 편의점에서 목도리 하나를 샀다. 가져온 옷 만으로는 아침 저녁으로 불어..

유럽배낭여행 [파리]

2004.10.10. 日 파리를 온전하게 느껴볼 날도 이제 오늘로서 마지막이다. 내일 아침에는 곧장 벨기에로 넘어가야한다. 여행 10일째.... 몸도 무겁고 마음도 가라앉아있다. 어제부터 날씨도 안 좋고, 왠지 기분도 축 쳐져서 10시가 다 되도록 침대에 뒹굴거리고 있다. '훔....뭘 하나....' 프랑스 마지막 하루 계획은 솔직히 '로댕 미술관' 하나 밖에 생각해 둔게 없다. 베르사이유를 갈까 생각했었는데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 말에 따르면, 베르사이유는 돈만 많이 들고 화려한 궁전 같은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가도 별 재미도 없단다. ......내 스타일하고도 많이 안 맞을 것 같다. 그래도 파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데.....교외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그냥 조용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

유럽배낭여행 [파리]

2004.10. 9. 土 어째 날씨가 수상하다. 새벽에 비가 왔었는지 거리가 온통 젖어있다. 아무래도 우산을 챙겨야 할 것 같은데..... 일단 그냥 가자. Le Louvre 아침 먹고 곧장 왔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왠 사람들이 이리 많은지.....다들 어디서 왔을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에 와서 돈을 쓰고 가니, 프랑스 사람들은 '문화가 곧 돈이요, 그 돈이 다시 문화를 만드는' 탁월한 순환고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거야 말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돈다발이고, 굴뚝 없어도 잘 돌아가는 공장이 아닌가? 참.....부럽다. 프랑스에 8.50유로의 관광수입을 더 보태주고 '드농'관으로 들어간다. 오늘도 내 두 다리가 꽤나 고생할 듯하다. '드농', '리셜리에', '슐리' 이렇게 세 구획 4..

유럽배낭여행 [파리 - 렌 - 몽생미셸 - 렌 - 파리]

2004.10. 8. 金 몽빠르나스 역 아침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열차 출발시각까지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 일단 어제 받은 예약티켓으로 렌까지의 TGV좌석표를 받았다. 다른 일반 열차와 달리 TGV의 경우는 반드시 좌석을 예약해야만 탈 수 있기 때문에 어제 별도의 예약비를 지불 했었다. 렌까지 편도 좌석 예약에 3.50유로의 적지 않은 액수다. 독일의 ICE를 제외하고 유럽의 다른 고속열차는 모두 좌석예약을 해야만 탑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승객에게는 구간요금 외에 별도로 좌석예약요금이 가중되는 부담이 있다. 원래 유럽이 다른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차요금이 비싼 편이라고 하는데, 고속열차를 탄다는건 유럽인에게도 그리 가벼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외국인을 위해 유레일패스를 파는 것처럼 현지인들은 정액..

유럽배낭여행 [파리]

2004.10. 7. 木 Montparnasse Tower 내일 몽생미셸로 가는 TGV를 예약하러 아침부터 몽빠르나스역에 들렀다. 일단 몽생미셸에 가려면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근처 '렌'까지 가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우리나라도 영동선이나 경춘선이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프랑스 남부나 서쪽으로 가는 열차는 이 몽빠르나스역에서 출발한다. 역 앞에는 파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몽빠르나스 타워가 있는데, 높이는 우리나라 63빌딩이랑 비슷한 것 같다. 유럽은 철도가 빽빽한 그물망처럼 곳곳으로 뻗어있어 기차여행하기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대륙에 붙어 있으면서도 사실상 '국경'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다국적 기차를 타고 마음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유럽사람들이 마냥 부러워 보인다. 구한말에는 ..

유럽배낭여행 [런던 - 파리]

2004.10. 6. 水  기차에 타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들었던 모양이다.곁눈을 살짝 떠보니 기차는 지평선이 그어져 있는 넓은 들판을 달리고 있다.'어....해저터널 지났나? 벌써 프랑스야?...'내가 잠든 사이 유로스타는 도버해협 해저터널을 지나 프랑스 북부의 넓은 평야를 달리고 있었다.드넓은 프랑스의 평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직도 무거운 눈꺼풀을 껌뻑거렸다. 파리 입성빠리에 오세요.아! 꿈과 낭만의 도시, 빠리에 오세요.내가 갈 수 없으니 당신이 오세요.나를 찾지 않아도 돼요. 아니, 찾지 마세요.                                          -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서장 첫머리 -9시 23분 파리 북역. 런던과의 시차 한 시간.싸늘한 공기를 가르며 홍세..

유럽배낭여행 [런던 - 파리]

2004.10. 5. 火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어느덧 2층 버스에 익숙해진 덕분에 이제는 느긋하게 런던을 바라보고 있다. 한가한 오전의 런던 거리... 어제도 뮤지컬 티켓을 사러 레스터 스퀘어에 잠시 들렀었는데 또 늦게 가는 바람에 티켓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처음부터 바로 극장에서 티켓을 살 생각을 하고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는 'HER MAJESTY'S'로 가는 길이다. 런던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인데 멋지게 마무리 짓고 가야지... HER MAJESTY'S 내가 생각했던 극장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이 멋진 건물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는 곳이다. 'her majesty's...?'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her majesty'란 말은 '여왕폐하'를 지칭해 부르는 말이라고 하..

유럽배낭여행 [런던]

2004.10. 4. 月 '툭...투둑...툭..' 지붕에 있는 작은 창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방안 가득 울린다. 창문을 빼꼼히 열고 밖을 보니 날씨가 어제보다 많이 안 좋은 것 같다. 바람도 세차고 빗줄기도 훨씬 굵어졌다. '아직 새벽이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 2시간 뒤... 다행히 빗방울은 그쳤는데 여전히 하늘은 흐리다. 기온도 더 내려가서 꽤 쌀쌀하다. 영국으로 오면서 10월달이면 그래도 늦가을 정도의 날씨는 될 줄 알았는데, 아침, 저녁으로는 거의 우리나라 초겨울 날씨처럼 꽤나 추운 것 같다. '흐읍~ 춥다..' 그린파크 드넓은 잔디밭과 커다란 플라타너스나무가 서 있는 멋진 공원이다. 비 그친 아침이라 그런지 풋풋한 풀냄새와 나무냄새가 더 없이 상쾌하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가을 냄새..

유럽배낭여행 [런던]

2004.10. 3. 日 새벽 6시 시차 때문인지 아니면 바뀐 잠자리가 낯설어서인지 정말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진다. 일단 화장실로... 영국와서 새로 알게된 사실인데, 유럽의 주택 욕실은 바닥에 방수처리를 하지 않는단다. 배수구도 없이 그냥 나무 위에 타일만 바른게 끝이라.. 물이 계속 닿으면 아래로 새기도 하고 썩어서 내려 앉기도 한단다. 그래서 늘 바닥에 튄 물기는 걸레나 수건으로 닦아줘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한다. 이런 생활습관이 몸에 벤 유럽사람들이야 하등 불편할 게 없을지 몰라도, 물 팍팍 튀겨가며 욕실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도 습관적으로 욕실 바닥에 물뿌렸다가 황급히 걸레로 닦았었다. 샤워할 때도 커튼을 밑단이 욕조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샤워를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