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旅行 190

남한산성

1. 버스가 꼬불꼬불한 산간 도로를 힘겹게 올라서야 산성에 이를 수 있다.높은 분지 안에 제법 커다란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을 중심으로 산성이 빙 둘러쳐 있다.성 한가운데는 작은 개울도 충분히 흐르고 있고 사방이 아늑하다.성벽에 서 보니 왜 이곳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농성이 이뤄졌는지 이해가 간다.식량만 충분하고 방어만 잘 하면 절대 쉽게 빼앗기지 않을 형세를 가진 곳이다. 2.아마 그런 무모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농성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마저도 없었으면 진즉에 저항을 포기했을만 하다. 한편으론 이왕 버티기로 했으면 끝까지 견뎌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마침 삼전도비가 있는 석촌호수 롯데타워가 성벽 위에서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이니여러가지 역사적 상상을 해 보게되는 흥미로운 공간이..

어쩌다 보니 인천 차이나 타운...

여기저기 전국각지로 결혼식장 찾아갈 나이가 되다보니 또 이렇게 인천까지 오게 됐다 :) 이왕 인천까지 왔으니 차이나 타운이나 가 볼 요량으로 지하철 1호선 종착역 인천역까지 진출. 서울에 살 때도 여기까진 안 와봤는데 종착역 '인천'에 발을 디디니 감회가 남다르다 ㅎㅎ. 잿빛의 주변 건물들 때문인지 약간 스산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인천역. 공교롭게도 지하철에서 내리자 마자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더니 빗방울이 흩날린다. 예전에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월미도 놀러갔을때 바람이 몰아치던 장면이 훅 지나가는 건 왜일까 ㅎㅎ 역을 나서면 차이나 타운의 상징인 '패루'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오오...멋진데' '패루'를 지나 골목길을 따라가니 오래된 건물과 붉은 색 한자 간판이 모여 제법 ..

진주 남강 유등축제 [2012.10.8]

예전에 강물 위에 등을 밝혀 강을 건너 오는 적을 감시하려는 목적이 있었단다. 이유야 어쨌든..... 까만 강물에 비치는 환한 유등과 성곽의 조명이 나름 괜찮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성의 운치가 밤과 참 잘 어우러진 풍경이다. 시원한 가을밤에 펑펑 쏟아지는 불꽃들.... 대도시의 화려한 불꽃놀이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한 불빛들이 눈을 밝혀주기엔 충분하다. 입에서 불을 뿜고 꿈틀거리는 용이 제법 정교하게 불을 밝히는 강변을 따라 평소답지 않게 사람들로 붐비는 통에 시끌벅적한 사람소리 지글지글 기름 튀기는 냄새가 축제 기분을 한껏 부추긴다. 추석을 맞아 부모님과 정말 오랜만에 밤 나들이도 좋았던 날.

제주도 Jeju island [2011.9.17]

제주도 가는 배 이야기 배는 참 근사한 탈 것이다. 유닛 당 그 어느 탈 것도 선박처럼 사람과 화물을 한꺼번에 실어 나르진 못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됐고, 효율적이고, 경이로운 장거리 교통수단이 바로 배가 아닐까 싶다. 인류의 조상이 망망대해를 건너 태평양에 산재한 작은 섬 곳곳에 정착할때도 배를 이용했고 대항해시대에 전세계를 누비던 상인과 탐험가들도 작은 범선에 의지한채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넜다. 생각해보면 정말 기가 막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널때 탄 배는 요즘의 선박과 비교하면 말그대로 돛단배에 불과한데 말이다. 대서양을 넘나들며 식민지를 일군 정복자들의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다라는 동경과 두려움의 세상 속으로 둥실 떠가는 배이기에 망망대해 수평선에 걸쳐있는 배 또한 동경과 호기심..

바닷가 마을의 벽화 - 읍천항 [2011.8.21]

아는 사람은 아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 가면 나즈막한 담벼락에 수채화 같은 풍경과 친근한 일러스트들이 그려져 있다. 벽에 난 창문도 작품의 일부가 되는 위트있고 재미있는 벽그림들. 마을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그림들을 찾으러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골목을 돌다가 새로운 그림을 마주치는 재미가 색다르다. 마치 꼬꼬마 때 술래잡기하거나 숨바꼭질할 때 숨어 있는 친구를 찾던 설레임같다. 시선 한 끝에 그림 끝자락이 보이다가 발걸음을 옮길 수록 서서히 그림 전부가 눈 앞에 짠 하고 나타나면 보물을 주운 것 처럼 뿌듯해 진다. 벽화 뿐만 아니라 보슬비가 내리는 조용한 바닷가 포구의 풍경도 그림 같던 곳. 경주 읍천항.

변산반도 [2011.6.12]

운전을 하다보면 내 마음대로 어떤 공간 속을 달려 나가는 그 기분이 무척이나 좋지만... 또 그리고 왼쪽 팔꿈치를 차창에 받쳐 머리를 괴고 느긋이 핸들을 돌리는 느낌도 좋지만... 역시 운전은 다른사람이 해주고 나는 조수석에 편안히 다리를 꼬고 삐딱하게 기대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편이 훨씬 좋다. 구름은 없지만 뿌옇게 흐린 날. 지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들판을 달리자니 방향을 잃어버릴 만큼 몽롱해진다. 사방이 탁 트인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다가 낯선 거리와 도시의 이정표를 따라 달리고 커다란 가로수가 도열한 운치있는 시골길이 나오고 ....그렇게 달린다. 한....3시간 달렸나? .... .... 내소사로 접어드는 전나무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길 중 하나란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그렇..

영천 은해사 [2010.3.14]

영천 은해사 네비게이션이 쫑알 쫑알 알려주는데로 가는 것 보다 지도랑 표지판 보고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하면서 가는게 더 재미있다. .....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문명의 이기인 네비게이션이 없으니 길 찾기가 만만치 않다. 이제 봄되고 꽃도피면 꽃구경도 가야할 텐데 네비게이션이나 장만할까보다. 가까운 곳이라 인터넷에서 지도 한 번 스윽 훑고 나왔는데 영천까지는 별 무리 없이 왔지만 영천 시내에서 은해사 표지판 찾기가 묘연하다. 덕분에 그렇게 번잡하지 않은 영천 시내를 관통해서 한 20여분 돌고돌아 은해사 가는 길로 접어 든다. 은해사로 가려면 영천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팔공산 산자락까지 한산한 국도를 달려 가야 한다. 오래된 본사 답게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가는 숲길에 수령이 높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즐비..

춘천 [2009.11.21 - 22]

첫째 날 [09.11.21] 춘천행 "얼굴 본지도 오래 됐는데, 함 봐야지?" / "그래~ 나야 좋지~" 라고 말은 했는데, 이거 포항에서 춘천 한 번 갈라니 만만치가 않다. 바로 가는 버스가 장장 6시간이나 걸린단다. 크.... 차마 6시간 동안 버스만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동대구행 첫 기차를 타고 일단 대구로 간다. 동대구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춘천까지 3시간 반. 도착하면 12시 반 정도 될 듯 싶다. 그래도 반겨주는 친구들이 이렇게 불러주니 이정도 고생쯤이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멀다. 허헛 오랜만에 타보는 한산한 새벽기차. .... 동대구 역에서 내려 아직 히터가 들어오지 않는 차가운 춘천행 고속버스에 앉으니 잔뜩 움츠려 든다. 이른 아침이라 날씨가 꽤나 차다. ..

오어사 [2009.3.1]

주말에 전국적으로 날씨가 맑다는 정보를 입수, 바다에 갈까 산엘 갈까 고민고민 하다가 공기도 따뜻하니 해서 간만에 조용히 사찰 답사를 감행했다. 오늘 땡땡이 칠 작정을 하고 어제 밤 늦게까지 오늘 할 실험도 다 해치웠다고. 장하다 정말. 아무튼 꽃피는 춘삼월도 왔고, 바야흐로 봄의 기운이 성큼 다가온 듯한 날씨라 땡땡이 치기엔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그렇게 학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얼굴에서 생기가 도는 것을 여지없이 느끼며, 버스타고 택시타고 어찌어찌하여 오어사 입구에 당도하였다. 사실 교통편이 썩 좋지가 않아서 버스 시간 맞추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내가 진작에 여길 못 와 본 것이지. 커다란 저수지 옆에 자그마한 경내가 세월의 흔적을 듬뿍 담고 있어서 마치 마을 한 켠에 오목하게 들어 앉은 초가..

내연산 [2008.11.2]

적막한 일요일 아침에 평일보다 무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곤혼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천근 같은 잠의 기운을 뿌리치고 세면대로 걸어가지만, 거울 속 부시시한 내 모습이 또렷해 지는 데는 한참이 걸린다. 온 기숙사가 아직 깊은 잠의 수렁에 빠져있는 와중에 나 혼자 꼬물꼬물 움직이는 이 상황이, 마치 좀비 세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인간 생존자가 된 것만 같다. 아직 단풍은 덜 들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을이 깊어지면 산행을 해야 할 것 같은 일종의 강한 의무감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철철이 산을 찾는 편은 아니지만, 색색이 변해가는 나뭇잎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겨울이 오면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지난 일년의 그리움이 사무치게 밀려온다. 아무튼....좀 서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

주왕산 [2007.10.27 - 28]

[07.10.27] 지도를 펴 놓고 보면 포항에서 주왕산까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데, 청송까지 바로가는 버스가 없어서 그런지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대구를 거쳐서 가는게 보통이지만, 포항에서 안동가는 중간 길에 있는 진보에서 버스를 갈아타고도 주왕산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게으른 대학원생 셋이 황금같은 주말도 반납하고 고생하러 먼길을 떠난다. 셋이 다같이 어디 가기 참 힘들었는데, 정말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귀한 발걸음들을 하고 계신거지. ..... 귀한 발걸음을 하면 뭐하나, 다들 대학원생 아닐까봐 축 늘어져 자 버리니. 이래가지고서야 내일 산이나 제대로 올라 갈런지. ..... 투명한 풍경들과 달리 사람이 가득 들어찬 버스는 왠지 갑갑하다. 버스 안은 벌써 겉옷이 부..

감포항, 송대말 등대 [2007.7.15]

[07.7.15] 사실 엄밀히 말해서 7번 국도는 아니었다. 포항에서 경주로 이어진 해안 도로는 31번 국도. 7번 국도의 연장선 상에 있으니 뭐 그냥 같은 도로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서로 이어진 길이니까. 간밤에 손 앞에 논문을 두고도 내 시선은 컴퓨터 모니터에 펼쳐진 등대 사진에 꽉 사로 잡혀있었다. 동해안 지도를 따라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아름다운 등대 사진이 한 장 한 장씩 눈 앞에 튀어나온다. 매번 이런 등대 사진들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청록의 바닷가에 솟아있는 백색의 등대는 인간의 피조물 중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피조물인 것 같다.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표상이면서도 자연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역설. 파도와 해풍에 맞서는 극단의 구조물이며 어둠을 뚫고 불을 밝히는 외로운 존재라서 그런지,..

장사해변, 강구항 [2007.3.18]

[07.3.18] 김밥 두 줄과 생수 한 병...... 그리고 친구 한 명. 달콤한 휴일 아침 잠을 반납하고 떠나는 길.... 장사 해변 길가는 오른켠에는 늘 그리던 바다, 차창 밖으로 달려오는 파도.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발길닿는 곳이 그냥 풍경화 속이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바다인지.... 포항에 내려오면 바다구경은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막상 마음먹고 해변에 찾아오기가 그리 쉬운 것 같지는 않다. 아니....바다가 지척이지만 역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는 수고가 만만하지가 않다. ........ 어울리지 않게 파도랑 장난을 치다니.... 좋아? 후후 ......... ......... 간만에 바닷가에 왔는데 좋은 모델이 별로 없다. 아직 봄이라지만 몰아치는 해풍을 계속 맞고 있자니 귀가 제법..

정동진 [2005.8.27]

깜짝 외출 준비물 세가지 다이어리.... MP3 플레이어.... 천경자 수필모음집 '탱고가 흐르는 황혼' ... 저녁 10시......이미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청량리역으로 향한다. 갑작스럽다... 나 자신도 놀랄만큼 갑작스럽게 마음을 먹었다. 뭔가가 내 의지를 집어 삼킨 듯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그냥 이렇게 여름이 가는게 아쉽기도 하고 길고 길었던 방학이 끝나가도록 변변한 바다구경도 못한게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렇게 꼭 바다로 가야한다는 의무감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난 바다로 향하고 있다. ... 오늘 아침에 눈을 떴더니 한동안 흐렸던 하늘이 너무 맑은 푸른색을 띄고 있었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자니 불현 듯 푸른 하늘이 내 눈앞에서 푸른 바다로 변해버렸다. 하늘을 생각..

도봉산 [2005.7.24]

무작정 산에 오르기... 너무 답답했다. ... 어느덧 방학한지도 거의 한 달이 지나가는데 흘러가는 시간들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다. 복학하고 그렇게 기다리던 방학이었건만... 뭔가 멋진 계획을 만들어보려하는데 영 쉽지가 않다. 마음같아서는 또 다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유유자적 미지의 세계를 방황하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만 같다. 당분간은..... 일요일 아침이기도 하고....원래부터 한산한 6호선이라 전동차에 사람이 없다. 텅빈 객차 안.... 개통된지 이제 3년을 꽉 채워가는 6호선이지만 아직도 전동차에서는 '새 것' 냄새가 나는 것 같다. 1학년때 학교 앞에서는 한창 지하철 공사중이라 도로가 어수선했었는데 그때는 내심 우리 학교에 지하철역이 없다는게 불만..

지리산-거림골 [2004.6.18]

a.m. 7:30 아침에 일어나니까 절반이 벌써 떠나고 자리가 횡했다. 새벽부터 부시럭거리던 사람들이 이미 떠난 모양이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더군다나 구름에 둘러쌓여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정말 시원했다. 뺨을 때리는 작은 물방울들하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그리고 어제부터 어디선가 향긋한 향기가 날아오는데 풀향기며 나무향기 꽃향기가 섞인 향긋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한 며칠 푹 쉬다가 갔으면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정상이니 서둘러 움직였다. a.m. 9:00 이 날은 정상까지 내가 큰 배낭을 짊어졌다. 먹을 게 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내게는 역경의 무게였다. 처음 40분 동안은 정말 죽을 맛이었는데, 계속 걷다보니까 요령도 생기고 능선이라 크게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