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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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때론 진지한 얘기 17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관계에 조심스러운 사람이다.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대하는 관계가 편안한 사람이다.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두고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서로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보지만 너무 다가오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또 정이 없다는 건 아니다.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신비로운 세상을 동경하는 사람이다.투명한 액체 속에 하늘하늘 춤추는 한 생명체를 넋을 잃고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나와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이다.이것은 마치 밤하늘의 수 많은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우주의 한 곳을 응시하는 것과 같다.나는 공기가 가득찬 세상, 너는 내가 숨 쉴수 없는 세상.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한편으로 관계에서 우위에 있길 바란다.작은 어항 속에 있는 더 작은 물고기는온전히 내..

7년 동안 정들었던 펍과 맥주

금요일 저녁이면 동네 Rock Bottom에 가서 맥주 한 잔 하는 것이 참 좋았다.북적이지 않고 적당히 소란스런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자주 보는 웨이트리스의 반가운 인사를 받으며,늘 보는 이웃사람들과 같은 배경이 되어 맥주 잔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한 주를 마무리 하는 그 시간이일주일 중 가장 여유롭고, 느긋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사람들의 소소한 웅성거림, 바텐더의 익숙한 움직임, 웨이트리스들의 유쾌한 말투, 무심히 흘러나오는 TV화면,이 공간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한편으로는 오래된 아지트에 앉아 있는 것 마냥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었다. Lumpy Dog, 깔끔하고 가벼운 Kolsch-Style Ale. 가장 밋밋하지만 부담없는 친구.Hop Bomb, 친구..

소리로 기억하는 여행

예전에 어느 여행작가가 자기는 여행을 가면 가끔 그 곳의 소리를 녹음해 온다고 했다. 거창한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고, 스마트폰에 있지만 사람들이 거의 쓰지 않는 녹음 어플을 이용한다고 한다. 고층 호텔 창밖으로 스며드는 도시의 온갖 소음에 섞여 아련히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시장통에서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웅성웅성 떠드는 사람들 소리, 시차를 이기지 못해 이른 아침에 깨어 조용한 공원을 걸을 때 무심히 지저귀는 새소리. 때로는 사진이나 영상보다 그 순간을 가장 잘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소리'라고 한다. 나도 예전 여행을 회상할 때 유독 어떤 '소리'가 떠오를 때가 있다. 야간 열차 침대에서 들려오던 주기적으로 덜컹 거리는 철로 소리, 긴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내렸을 때 들려오던 기내방송, 바닷가 언..

야구 보기 좋은 날

치즈버거 콤보를 사면 엄청난 양의 프렌치 프라이와 콜라 한 사발을 획득할 수 있다. 하핫. 요즘 느긋하게 저녁 경기 보기 좋은 날씨. 병호씨는 대타로 한 번 나왔네 :) .... .... 경기가 끝나고 집에 갈 땐 덤으로 지하철 플랫폼을 가득 메운 엄청난 미국인들을 볼 수 있고 그 미국인들과 꾸역꾸역 지하철에 포개져 들어가는 이색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요즘은 야구보기 좋은 날씨다 :)

Starbucks, 7700 Norfolk Ave, Bethesda, MD 20814

다행스럽게도 집 앞에 별다방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별다방에 앉아 있으면 한국 별다방에서 라떼를 마시며 유유자적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편안해진다.  이것이 전세계 매장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통일시켜 놓은 글로벌 프렌차이즈의 위엄이며 그만큼 한국 별다방의 수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상당히 부합한다는 것이겠지.  아울러 흔한 30대 한국 남자가 미국 별다방에서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 미친 별다방의 세계화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 아닐까?    책 좀 볼려고 요새 주말에 꼬박꼬박 별다방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짓' 같다. 그동안 카페에서 책보는 사람들을 보면 좀 이해가 안 갔는데 이게 은근 집중도 잘 되고 심심하지 않아 좋다. 창가에 ..

걷기 좋은 밤

바람이 선선한 날 차를 두고 걸어서 돌아가는 길. 머리 속에 떠오르는 얼굴들과 이어폰에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가 뒤섞여 또 다시 이야기를 쓰고서는 문득 폰번호를 뒤지지만 언듯 쉽게 통화 버튼을 누를 만한 사람이 없어 다시 창을 닫는다. 야근하겠지... 잘라나? 바쁠거야.. 운전 중이겠지... 신나게 놀고 있을지도 모르고 분위기있게 데이트 중일 수도 있고 .... 혹 전화 받더라도 몇 마디 못하고 끊겠지.... .... 아.....걷기 좋은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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