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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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旅行/일본 日本 9

기타큐슈, 짧은 여행의 끝

떠나는 날 이른 아침 비행기라 신경을 써서 그런지 너무 빨리 잠에서 깨버렸다. 어그적 어그적 일어나 짐을 싸고 로비에 나서니 창밖으로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오늘 비온다고 그랬나?....' 숙소에서 제공하는 공항 송영버스를 타고 일찌감치 기타큐슈 공항으로. 작은 공항이지만 두리번 두리번 구경이나 할까? .... 단연 기타큐슈 공항의 명물은 관광안내소에 서 있는 커다란 '메텔'. '은하철도 999' 작가가 여기 출신이라 그렇단다. 아 슬픈듯 고혹적인 눈빛과 아름다운 금발이라니....ㅎㅎ 어릴때 보던 만화 속 그모습 그대로여서 너무 반가운 우리의 '메텔'씨. 함께 떠나고 싶지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먼 곳을 응시할 뿐..... 예나 지금이나 신비로운 그녀. 안녕 잘 지내요. ..... 흩날리던 빗..

기타큐슈, 저녁과 밤 사이

모지항의 늦은 저녁 늦은 저녁, 슬슬 어스름이 내려 앉을 무렵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야외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이미 사람들이 무대 주변에 빙 둘러 앉아 있고 멋드러진 보컬은 여유로운 공기를 타고 어느 가족, 친구, 연인, 아이, 어른 그리고 그 사이 앉아 있는 내 귓속에도 파고든다. 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매력적인 보컬과 노련하게 연주를 이끄는 나이 지긋한 키보드 경쾌한 기타와 따뜻한 베이스 노래 가사처럼 정말 아름답고 고마운 일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어느 재즈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로 듣는 'What a wonderful world' 고마워요.... 모지항의 밤 하나 둘 경관등이 켜지니 낮과 달리 분위기 있고 차분한 레트로 모습이 펼쳐진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시끌거리지 않아 ..

기타큐슈, 잠깐 시모노세키에

아직 오후 4시. 느릿느릿 모지코 근방만 둘러보니 해질녘까지 시간이 넉넉히 남을것 같다. '음, 뭘 하지.....'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음이 '띠또띡 띠또띡' 나른하게 울려퍼지는 거리. 칸몬 연락선 원래 시모노세키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고 갈 요량이었는데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해협 건너 시모노세키에도 발자국을 한 번 찍는 게 나쁘지 않을것 같다. 모지항에서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시모노세키의 가라토시장까지 왕복하는 연락선을 타면 한 10분 만에 칸몬 해협을 건널 수 있다. 대인편도 승선권, 390엔 !! 오전에 가라토시장에 초밥먹으러 가는 손님이 주로 이용한단다. 배가 많아서 선착장에서 느긋하게 앉아 기다리면 된다. '통통통통' 엔진을 울리며 도착한 자그마한 연락선. 능숙하게 로프를 잡아 선착장에 배를 고..

기타큐슈, 모지코

8번 승차장. 고쿠라역에서 모지코까지 가는 열차를 타는 곳은 벌써부터 레트로 느낌이 난다. .... 적당히 옛날 느낌이 묻어나는 것이 좋네. 우리나라처럼 승강장 간이 매점에서 우동도 팔고 어묵도 팔고 있다. 맑은 국물에서 일본 특유의 달착지근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쌀쌀한 겨울이면 맛있었겠는데... .... 앞이 보이는 열차를 타고서 덜컹 덜컹 시내를 빠져나간다. 도심의 스카이라인이라 하기에는 조금 심심한 풍광들이 스쳐지나가고, 공장지대같은 풍광도 지나간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들. 모지코 한 15분여 정도 달려서 도착한 모지코역. 짙은 나무 지붕이 있어 시간을 되돌린듯한 운치가 느껴지는 역사 안. 철로가 막혀있는 종착역이라 그런지 마치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재와..

기타큐슈, 고쿠라

"어...고쿠라 역까지 가는 버스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괜찮겠습니까?" "어........그렇군요....." "요렇게 쿠사미역까지 가서 고쿠라 역까지 가면 돼요~" "아........그렇군요...." "요 앞에 2번 승차장에서 기다리면 곧 옵니다." "아........감사합니다.." JR쿠사미역. 여느 동네에 있는 간이역 같다. 거 동네 한 번 참 조용하다. 방금 열차가 떠난듯한 조용한 역사. 주말 아침이지만 평일 오후 같이 나른한 공기가 가득하다. 고쿠라 역까지 270엔. 개찰구에 들어갔다가 구멍이 땡그랗게 뚫린 승차권. 재밌네. 빨간색의 산뜻한 열차를 타고 고쿠라 역으로. 기타큐슈 고쿠라구 높이 뻗어 있는 모노레일 덕분에 살짝 미래적인 느낌이 나는 기타큐슈시의 첫인상. 오오... 번잡하지도 그..

기타큐슈, 야간비행

"익스큐즈미, 어두운데 조명 켜 드릴까요?" "아, 예 감사합니다." "필요한거 있으세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무슨 일로 가세요?" "아 그냥 여행가는 겁니다." "아~ 여행가시나요? 어디까지 가시죠?" "그냥 고쿠라 쪽에만 있다가 올 겁니다." "며칠이나 계실려구요?" "그냥 주말나절 보내다 올겁니다." "그냥 고쿠라쪽만 구경하다가 오시려구요?" "네...그냥 좀 한적하게 돌아다니다 오려구요. 고쿠라쪽이랑 모지코 여기저기요." "아 그러시구나~ 고쿠라 시내 쪽에 가보세요. 볼 게 많아요. 추천~" "네 그러죠, 고맙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저녁 9시. 뜻밖의 환대에 설레이며 작은 불빛들이 무수히 떠 있는 바다를 건너다. [2013.06]

비행기타고 대마도에...마지막 날

이즈하라-아침 여관 아주머니 성함이 '구마모토'인데 이 여관에서 유일하게 영어가 가능한 아주머니시다. 대마도 전통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셔서 우리나라 신문에도 소개가 됐던 나름 유명인사이기도 하고. 덕분에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정갈한 아침상을 받았다. 우럭처럼 보이는 손바닥만한 생선과 김이 모락모락나는 쌀밥. 밥솥이 좋아서 그런가, 밥은 참 잘 지어졌다. 후후. 김은 우리나라 김보다 향이 좀 덜 한 것 같다. 원래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김을 더 높게 친다고 한다. 아무튼 정갈하고 든든한 아침 상. 대충 짐정리를 하고 체크아웃. 좀 뒹굴거리고 싶지만 렌트카 반납 시간이 아침 10시인지라 서둘러야 한다.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하는 여관 아주머니들과 거의 맞절을 주고 받은 후 렌트카를 몰고 주유소로. 여기도 렌..

비행기타고 대마도에...둘째 날

서산사西山寺 희한하게 여행 중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눈이 번쩍번쩍 잘 띄인단 말이지. 창문을 열고 아침 햇살을 맞아 잠을 깨고는 스님이 차려주는 정갈한 일본식 아침 밥상을 받았다. 나 말고 두 명이 같이 아침 식사를 했는데 한 테이블에 한 명씩 따로따로 앉아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밥만 먹었다. 일본 사람들은 그릇 부딪히는 소리 음식 씹는 소리도 안 나도록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더만. 그래서 뭐 나도 조용히 먹고 조용히 앉아있다가 나왔다. 생선이 좀 탄 것 이외에는 너무나 훌륭한 아침 식사였다. ...... ....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마당에 나갔더니 털이 복슬복슬한 고양이가 놀아달라고 발 밑에 드러 눕는다.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인가 보다. 둥글둥글하니 속 편하게 생겼다. .... 일본 사..

비행기타고 대마도에...첫째 날

대마도 対馬島 부산에서 49.5 km 떨어진 대마도는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이런저런 인연 뿐만 아니라 악연도 많은 곳이라 한 번 쯤 호기심에 가보고 싶지만 떠날 마음 먹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사실 상 육지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異國 땅.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異國을 찾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가깝지만 대마도도 외국인지라 출국수속을 밟고 활주로에 대기한 비행기에 오르는데, 주변에 기착해있는 커다란 747에 비교하니 이건 마치 자그마한 장난감 비행기같다. 쌍발 프로펠러기. 좌석은 복도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한줄씩. 정원은 한 2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좌우 폭이 고속버스의 2/3정도 되는 아늑한 기내. 프로펠러가 요란하게 돌더니 부드럽게 하늘로 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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