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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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旅行/미국 USA 여기저기 42

또 샌디에고 San Diego

10개월만에 다시 미국, 4년만에 또 샌디에고. 예상보다 빨리 이렇게 미국 땅을 다시 밟게 될 줄 몰랐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입국장을 지나 공항 의자에 앉아 있으니 눈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낯익은 표정과 분위기, 눈에 익은 간판들과 어디선가 날아와 귀에 툭툭 박히는 English까지 새삼스레 모든 것이 반갑기도하고 내심 편안하다. 마치 어릴적 살던 동네에 다시 놀러갔을 때의 익숙함과 반가움이 뒤섞인 기분같다고 할까. 미국은 내게 이제 그런 곳이 되었나보다. 다시 찾은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푸른 하늘을 가지고 있고,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은 더없이 시원하다. 코로나도 해변은 사람들의 여유와 나른함이 넘쳐나고, 라 호야 해변의 바다사자들과 시원한 파도도 여전히 그대로다. 익숙해서 좋은 여행도 있다.

가을 날 기차에서 본 풍경, Capitol Limited Amtrak

야간 침대 열차가 출발하면 드문 드문 노란 불빛만 반짝이는 어두운 들판을 한없이 달려간다. 어두운 풍경이 무료해져 흔들거리는 침대에 누우면,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선로 소리와, 아득히 멀리서 울리는 기적소리가 들려오고 흔들 흔들 그 소리를 따라가다보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 .... 해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기차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어느 강을 옆에 끼고 달리고 있다. 구름인듯 안개인듯 자욱한 풍경을 몽롱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새 아침 해를 비스듬히 받아 더 빨갛게 붉어진 단풍 계곡 사이를 달린다. .... 유난히 색이 예쁜 올해 단풍은 산위에서부터 기차가 달리는 들판 옆까지 내려와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이름 모를 작은 마을은 한없이 평화롭고 수확이 끝난 드넓은 옥수수밭은..

시카고 Chicago, 10년 만에

우연히 순서가 맞아들어갔을 뿐인데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딱 10년만에 왔다. 공교롭게도 한창 시작할 때 시카고에 왔었고 이제 또 마무리를 할 시점에 다시 시카고에 왔다. ... 시카고는 예전과 많이 달라진건 없는 듯하다. 루프 위를 우렁차게 달리는 메트로 소음은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바다같이 넓은 미시건 호수를 오랜만에 다시보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 예전엔 풋내기였다. 그래도 지금 많이 커졌다고 토닥여 주고 싶다..

[미국서부] 번외편: 잠깐 LA

1. 그리피스 천문대 Griffith Observatory에서 내려다본 경치가 생각보다 아주 좋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반반하게 넓은 LA도심을 시야에 가리는 것 없이 마음껏 내려다볼 수 있다. 밤이 되면 별빛처럼 불밝혀진 라라랜드로 변하겠지. 2. 그 유명한 헐리우드는 생각보다 별 볼일 없는 번잡한 스트리트이다. 아마 거리를 가득 메운 이들도 헐리우드의 유명세에 이끌려 이 거리를 찾아왔을 테다. 정신 없이 사람들 틈에 휩쓸려 바닥을 보며 걷다보면 금세 거리 끝에 다다른다. 3. 듣던대로 LA는 따뜻한 곳이다. 건물들은 낮고, 야자 가로수는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흐느적거린다. 풍요롭고 여유있는 캘리포니아의 분위기와 교통체증이 공존하는 곳, 대도시의 번잡함이 오묘하게 섞여있는 듯 하다. 4. LA는 잠깐..

[미국서부] 번외편: 에어비앤비

1. 킹스 캐년 아랫동네 어느 목장에서 에어비앤비로 이틀을 보냈다. GPS 신호도 잘 잡히지 않아 찾아오는데 애를 좀 먹었지만 집이 운치있고 제법 근사하다. 2. 초목으로 둘러 쌓인 언덕에 자리 잡은 집에는 검둥이 리트리버가 설렁설렁 돌아다니고 낮은 나무 목책들이 집 주위에 뻗어 있어 분위기가 아주 목가적이다. 테라스 카우치에 앉으면 천장팬이 돌면서 하늘하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거기 앉아 뒷마당 정원과 해지는 목장의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3. 깜깜한 밤에는 사방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끔 코요테같은 것들이 새벽에 목장 주위를 어슬렁 거리면 주인 아저씨는 불을 밝히고 리트리버들이 경계를 선다. 작년에는 마운틴 라이온이 내려와 소 한마리를 물어 죽였단다. 4. 주인 아저씨는 ..

[미국서부] 세콰이어 국립공원 Sequoia National Park

1.세콰이어 국립공원에 이르는 길은 높은 능선과 깊은 계곡을 오르락 내리락 달려가는 길이다.킹스 캐년에서 세콰이어 국립공원까지 커다란 회색 바위들과 빽빽한 침엽수들 사이로 난 좁은 도로를 한참 달린다.운전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구간이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종종 일부 구간이 폐쇄되기도 한다. 2.그렇게 달리다 공원 입구에 다다르면 갑자기 주변의 나무들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굵은 나무 밑둥들이 하늘을 떠받치는 거대한 기둥처럼 땅에 박혀있다.  공기마저 바뀐듯한 신비한 분위기가 계곡 전체에 흐르고 있다. 3.센티넬 Sentinel이 굽어보고 있는 Giant Forest Museum에 이르면 또 한번 거대한 나무와 그 앞에 거짓말처럼 작아보이는 건물에 눈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내가 개미가되서 나무를 올려다보..

[미국서부] 거대한 신들의 계곡 Kings Canyon

1.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메마른 사막을 지나 눈 덮인 산을 뛰어 넘어야 한다. 드넓은 캘리포니아의 들판을 지나 멀리 구름이 덮인 높은 산 속에 거대한 신들이 사는 계곡이 있다. 2. 날 가장 처음 놀래킨 거대한 신은 요금소 옆에 우뚝 솟아 있는 신이었다. 일반적으로 건물과 그옆에 서 있는 나무의 평균적인 비율이 무너진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가 실수로 나무를 너무 크게 그려버린 것처럼 무언가 거짓말 같은 비례의 풍경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3. 너무나 거대한 나무가 내 눈 앞에 우뚝 서 있다. 어릴때 세상의 놀라운 이야기같은 것을 써 놓은 책에 이 거대한 세콰이어 나무 이야기가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가면 아주, 아주, 아주 거대한 나무가 살고 있다고. 언젠가 꼭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마주하게 되니 ..

[미국서부] 그랜드 캐니언 Grand Canyon

1. 해가 질 무렵 그랜드 캐니언의 붉은 사암들은 더욱 더 짙게 물든다.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엄청난 계곡을 마주하면 온갖 소리마저 집어 삼킨 고요하고 영적인 기운에 사로잡힌다. 너무나 거대한 계곡이라 위압적이기 보다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공허한 느낌이 더 하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퇴적과 침식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2. 밤이 내려 앉으면 가로등 조차 없는 이곳은 그야말로 칠흙같은 어둠으로 둘러싸인다. 정말 자동차 헤드라이트만 빼고는 아무런 빛이 없어 적잖이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덕분에 하늘에 박힌 수많은 별들을 방해 받지 않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정말 까만 밤도 참 오랜만이다. 어쩌면 낮에 본 캐니언보다 더 인상적인 밤 하늘이다. 3. 거대하다. 그저 광대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곳.

[미국서부] 네바다와 아리조나의 황야, 그랜드 캐니언 Grand Canyon 가는 길

1.라스 베이거스 시가지를 벗어나면 화려한 도시의 모습은 이내 사라지고 이름 모를 관목만 드문드문 자라고 있는 네바다의 황무지가 펼쳐진다.도저히 쓸모라고는 없어 보이는 넓은 황무지.붉고 뜨거운 기운이 감도는 그 풍경 속으로 끝없이 도로가 뻗어 나간다. 2.라스 베이거스에서 그랜드 캐니언 남쪽 입구까지 280 마일. 480 킬로미터정도.콜로라도 강을 건너면 네바다를 벗어나 아리조나에 속하는 도로를 달리게 된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는지 의아해질 무렵 드문드문 나타나는 마을이 보이고그러면 이곳 사람들은 무얼하고 사는지 또 궁금해진다. 3.어느 곳은 한없이 넓게 목초지대가 펼쳐져 있고, 방목된 소들이 드문드문 나무그늘 밑에서 쉬고 있다. 하늘에 낮게 뜬 뭉게구름의 그림자가 넓은 대지 위에 드리운 모습도 볼 ..

[미국서부] 라스 베이거스 Las Vegas

1.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놀랍도록 뜨거운 거리지만 호텔과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오아시스를 만나게 된다. 지구상 그 어느 곳보다 단위 면적당 가장 호화롭고 소비지향적인 것들이 가득한 놀라운 세상. 셀 수 없이 많은 슬롯 머신과 카드 테이블. 그리고 카지노 딜러들의 알 수 없이 우아한 손짓. 세상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지만, 이곳은 돈을 베팅하는 인간의 행위를 가장 화려한 장소에서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곳 같다. 2. 일확천금을 바라고 쫓는 인간의 망상이나 욕망, 혹시나 하는 작은 기대도 돈이 만들어낸 이 거대한 세계 안에서는 그저 귀여운 소망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돈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아닌 이 사막 한가운데 이런 거짓말 같은 오아시스를 만들 수 있었을까...

서배너 Savannah, 포사이스 공원 Forsyth Park 그리고 집으로

1. 이래저래 앉았다 걷다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분수와 나무가 예뻐서 유명한 포사이스 공원입구에 도착한다. 마치 땅에서 거대한 손이 뻗어 나온양, 커다란 나무들이 양쪽에서 하늘과 길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있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적당하고, 저 멀리 작게 분수대가 보이고...이건 마치 애기들이 보는 동화 속 삽화같다. 2. 어느 일요일 한적한 오후. 처음 와 본 공원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앉아 있으니 마치 잠깐 동네 앞 공원에 놀러나온 기분이다. 느긋하다. 한가하고. 사람들도 다 여유있고 달콤한 일요일 오후 시간을 나름대로 잘 보내고 있는 듯 하다. 내일이면 또 월요일 아침이 시작되겠지만 모두들 모른척 지금을 만끽하는 것 같다. 3. 돌아가는 기차가 2시간 지연될거라 문자가 왔다. 뭐 괜찮다. 2시간 정..

서배너 Savannah, 역사지구 Historic strict

1.걸어다니기 딱 좋은 크기다. 차가 많지도 않고, 사람들이 바글대지도 않는다.씨티마켓 정도 가야 조금 북적거리는 느낌을 받는다.설설 걸어가면 금방금방 한 블럭씩 건너다니며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어 좋다. 2.예전부터 흑인 노예 노동력을 통해 부를 쌓은 백인 유지들이 많이 살던 동네라그래서 그런지 단촐하지만 제법 부티나는 저택도 종종 눈에 띄고박물관이나 갤러리로 사용되는 고택들도 한 번쯤 스윽 둘러볼만 하다. 3.공원 묘지를 지나면 가까이에 '성 요한 성당' 첨탑이 보인다. 그렇게 웅장한 크기는 아니지만 가까이 가면 그래도 꽤나 올려다봐야하는 크기이다.미사 중이라 미사가 끝나기 기다렸다가 들어가니 수수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상대적으로 화려하다.  4.미사가 바로 끝난 성당에는 처음 들어가 봤는데 은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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