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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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읽은 얘기/책 BOOK 44

우리는 직장에서 대체 온종일 뭘 하고 있나?

한두 시간씩 회의를 하지만 뾰족한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는다. 늘 얘기되는 문제가 새삼스레 다시 언급되지만 명확하게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다. 반면에 특별히 중요하지도 않아 보이는 사소한 사항은 쓸데없이 집요하게 파고든다. 관리자는 충분히 결정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결정을 미루고 또 다른 회의 일정을 잡는다. 관리자들의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작업 지침은 실무자를 지치게 하고, 실무자는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과 작업 지침 이외의 문제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일의 방향을 이끌어야 할 리더가 책임지고 명확한 작업 지침을 내리지 않을 때 조직원 모두가 힘들어진다. 동료를 이끌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무엇보다 소통에 능숙해야 한다.말했다고 해서 들은 것은 아니다.들었다고 해서 이..

마흔에게, 나태주 2025

마흔에게국민시인 나태주가 산문집 《마흔에게》를 출간했다. 2025년, 만 80세를 맞이해 자신의 절반 즈음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길어진 수명, 길어진 인생. 나이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마흔은 아직 젊게 느껴지는 나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흔을 건너는 사람에게는 느낌이 또 다를 터. 계절에 비유하자면 짙어지는 초록처럼 시리도록 뜨거운 한여름을 버텨내고 있는 시기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분명한 건, 인생의저자나태주출판북폴리오출판일2025.02.19 나이 든 시인의 언어는 따뜻하고 잔잔한 위로가 된다. 인생의 풍파를 겪고 느긋하게 뒤를 돌아보며 건네는 시인의 격려와 위안의 말이 인생의 절반쯤을 살고 있는 이에게 눅눅히 스며든다. 단순히 감상적이고 예쁜 글..

독서 목록 Book Log

마흔에게 / 북폴리오 / 나태주 지음 (추천)작은 변화에도 걱정이 많아지는 예비 엄마들에게 / 시공사 / 전종관 지음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인플루엔 / 김민형 지음 (추천)사피엔스 / 김영사 /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생각의 지도 / 김영사 /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인생의 역사 / 난다 / 신형철 지음 린치핀 / 필름 /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고래 / 문학동네 / 천명관 지음 (추천) 1만 1천권의 조선 / 은행나무 / 김인숙 지음고요의 바다에서 / 열린책들 /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강동혁 옮김가짜 노동 / 자음과모음 /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김경일 옮김종이 동물원 / 황금가지 /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페스트 / 민음사 / 알..

인생의 역사, 신형철 2022

인생의 역사* 『인생의 역사』 초판 한정으로 출고된 양장본은 현재 소진되어, 2쇄부터 무선본으로 출고되오니 도서 구입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 2023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 선정 신형철 평론가의 시화(詩話) 『인생의 역사』를 2023 서울국제도서전 리커버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도서전 프로그램 〈다시, 이 책〉의 일환으로, 책이 가진 물성, 북디자이너의 감상 팁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책을 마주할 때의 첫 느낌, 첫 기억을 새로이 새겨보자는 취지에서다. 서울저자신형철출판난다출판일2022.10.17 미술관에 혼자 가서 그림을 감상할 때 내 나름대로 화가의 의도를 해석하면서 볼 수도 있지만, 도슨트가 화가와 작품에 대한 배경설명을 해 주면 그림을 볼 때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다. 문학평론이라는 것도 그러..

고요의 바다에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2024

고요의 바다에서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로 자리매김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고요의 바다에서」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독특한 서정성과 세상을 향한 고요한 애정이 빛나는 이 작품은 20세기부터 25세기까지 5백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엮어 낸다. 집에서 쫓겨나 먼 나라로 떠나온 20세기 초의 청년 에드윈, 캠코더를 들고 집 근처 숲을 산책하는 20세기 말저자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출판열린책들출판일2024.07.20우리가 시뮬레이션 안에 살고 있다면 그것이 시뮬레이션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수백 년 시차를 두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같은 사건을 경험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나..

린치핀, 세스 고딘 2024

린치핀 이제는 직장이나 조직에서 사람뿐만 아니라 AI 마저 신경 써야 하는 피곤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대체할 수 없는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명제이다.다만, 시대에 따라 '린치핀'의 성격이나 역할도 계속 변했고, 전통적인 산업화의 정점에 다다른 지금은 AI를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 환경에 맞는 '린치핀'이 필요한 것이다.시대가 어떻게 변화하든,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대하고, 보다 인간적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 당연한 이야기를 다소 산만하고 장황하게 풀어내 유명세에 비해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 책이다. 반대로 언제나 ‘아니오’라고 말하는 린치핀도 있다. 이들은 현실적인..

인생은 혼자 떠나는 모험이다...209일간의 극한 모험, 김승진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 김승진 2016

인생은 혼자 떠나는 모험이다홀로 요트에 의지해 바람을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남자가 있다. 어떤 항구에도 들르지 않고, 기상 정보를 제외한 어떤 지원도 받지 않으며, 적도를 두 번 통과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극한의 모험. 대한민국 최초로 ‘단독(solo) 무기항(nonstop) 무원조(unassisted)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김승진 선장의 모험기가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 MBC 다큐스페셜 〈지구를 사랑한 남자〉,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통해 많은저자김승진출판쌤앤파커스출판일2016.12.07 우리나라에 이런 분이 계신 줄 최근에야 알게 되어 이분이 출연한 팟캐스트, 다큐멘터리 방송을 다 찾아보다 급기야 쓰신 책까지 찾아 읽게 됐다. 단독solo, 무기항nonstop, 무원조u..

순례자 The Pilgrimage,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 1987

순례자  솔직히 말해 순전히 '오기'로 완독 한 책이다.작가와 작품에 대한 세간의 명성이 아니었다면, 서점 선반에서 자의적으로 골라봤을 작품은 결코 아니다.종교와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인격 성장 '그 이상'을 다룬 작품의 심오함은 인정하겠는데,익숙하지 않은 종교적 서사들로 가득 찬 글이 가져다주는 '간극'을 쉽사리 뛰어넘지 못했다.후속작인 '연금술사'도 약간의 종교적 신비주의가 포함된 이야기였으나좀 더 극적이고 보편적인 전개로 긴 여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주인공에 훨씬 잘 공감할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순전히 읽는 사람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크게 달라지는 책이다.

문명의 붕괴 Collapse, 재레드 다이아몬드 2004

문명의 붕괴(Collapse) 세세한 설명과 방대한 예를 첨부해 마치 연구 용역 보고서처럼 두꺼운 책이라 가끔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역사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여러 문명의 수수께끼를 충실하게 보여 준다.책에서 여러 가지 문명의 예시를 보여주었는데유럽인이 진출했지만 각기 다른 결과를 가져온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페로 제도의 정착 이야기와하나의 섬 속에서 판이하게 다른 두 나라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각각의 경우 그들이 접한 문제가 다 달랐지만 결국에는사람들이 자연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자원과 식량을 어떻게 조절하며 지속가능하게 하는지때로는 다른 민족, 문명과의 관계 정립을 어떻게 이루어 나가는지가 문명이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이 된 듯하다.이미..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2002

해변의 카프카(상)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해변의 카프카』상권. 하루키의 23년 문학 인생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인간의 근원적 명제인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꿈과 어른들이 만들어낸 현실의 틈에 자리한 미궁 속에서 끝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며 힘겹게 성장해 가는 열다섯 살 소년의 모습을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 확인하고 있다. 이 소설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예언한 아버지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온 열다섯 살 소년과, 어린 시절의 기묘한저자무라카미 하루키출판문학사상사출판일2010.08.09 아주 오래전 발표된 소설을 접하는 경우 제법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주변의 스포일을 용케 피해내더라도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세간의 수많은 찬사나 비판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에 대한 편견을..

페스트 La Peste 1947, 알베르 카뮈 지음 / 김화영 옮김

페스트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페스트'라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20세기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고전으로 꼽힌다. 무서운 전염병이 휩쓴 폐쇄된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습이 묘사된다. 인물들은 재앙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드러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절망과 맞서는 것은 결국 행복에 대한 의지이며, 잔혹한 현실과 죽음 앞에서도저자알베르 카뮈출판민음사출판일2011.04.03 전염병에 대한 사회 조직의 무능과 방만 그리고 개인의 불안과 공포를 다룬 알베르 카뮈의 고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맞고 있는 2020년의 상황과도 많이 맞아떨어진다.보이지 않는 병원균이 불러오는 죽음에 대..

저주 토끼, 정보라 2022

저주토끼때문이었다. 어느 기자는 ‘무명의 부커상 후보’라는 단어를 써서 작가를 소개하기도 했다(SF계에서는 ‘어째서 정보라가 무명이냐’라며 탄식을 뱉긴 했으나). 그리고 최종 후보가 발표되었다. 그 ‘무명 아닌 무명’ 작가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이름을 올렸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저주토끼》에 대해 “마법적 사실주의, 호러, SF의 경계를 초월했다”, “현대 사회에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매우 현실적인 공포와 잔인함을 다루기 위해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들저자정보라출판아작출판일2022.04.01 색다르고 독특한 SF/판타지 단편 모음. 기괴하기도 하고, 쓸쓸하며, 때론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통해인생을 관통하는 외롭고 허무한 감정을 얘기한다.분노, 복수, 미움이나 후회가 머물다 간 빈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