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책 BOOK 32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2020

죽은 자의 집 청소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특별한 죽음 이야기『죽은 자의 집 청소』. ‘특수’청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일터엔 남다른 사연이 가득하다.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자살한 사람 등.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1장에는 픽션이라고 생각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 이야기가 펼쳐지고, 2장에선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부터 직업병, 귀신에 대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그가 하는 일을 생생히 전한다. 특수청소부로 온갖 현장을 다니는 김완 작가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고..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월든(완결판)19세기에 쓰인 가장 중요한 책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월든』. 미국의 소로우 학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약 400여 곳의 단어 및 문장을 수정한 개정판이다. 출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오늘날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사랑받는 책으로, 저자가 1845년부터 2년간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한 경험을 기록하였다.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하는 월든 호수 및 주위 숲의 모습, 또 그 속에 사는 온갖 동식물들이 생생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더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소박하고 검소한 삶만이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저자의 사상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냈다. 모험기이자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서, 저자의 정신적 자서전으로써의..

인생 [원작: 살아간다는 것 活着, 1993] - 위화 余華 지음, 백원담 옮김

인생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인생'의 원작 소설. 망나니 같은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푸구이의 일생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고난을 견뎌내는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소설은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나'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부유한 지주의 외아들이었던 푸구이는 전문 도박꾼 룽얼에게 걸려들어 하룻밤 만에 전 재산을 잃고, 초가집에 사는 농사꾼 신세로 전락한다. 단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뀐 그날 이후 푸구이는 운명과의 장난 같은 줄다리기, 늘 끌려 다니기만 하는 불공평한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개정판〉저자위화출판푸른숲출판일2007.06.28젊어서 ..

자전거 여행, 김훈 2014

자전거여행(합본 특별 한정판)(양장본 HardCover)김훈 산문의 정수가 담긴 『자전거여행(합본 특별 한정판)』. 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갈라서는 언저리에서 태어나는 김훈 산문의 정수가 담긴 《자전거여행》. 두 권으로 나누어 출간되었던 《자전거여행》을 새로운 장정의 합본 특별 한정판으로 다시 만나본다. 저자가 세상의 길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은 세월이 지나 혹은 변하고 혹은 사라졌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새긴 문장과 사유는 세월을 단숨에 건너 생생한 빛을 발한다.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 애썼고,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며 엄격히 길에 대해,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에는 우리 삶의 생생한 모습들이 녹아 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그..

우파니샤드, 정창영 편역 2016

우파니샤드 나는 누구인가?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 이 육체가 나인가? 아니면 생각하고 느끼고 괴로워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이 나인가? 아니면 진정한 내가 따로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우파니샤드』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고자 한다. 책은 스승과 제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질문을 주고받는 식으로 전개된다. 때로는 아내가 스승인 남편에게 불멸에 대해 묻기도 하고, 왕이 깨달음을 얻은 현자를 찾아와 질문을 하기도 한다. 사람이 아니라 신이나 동물들에게 가르침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 대화는 논리적이고 철학적이기보다 직관적이고 영적이다. 스승은 지식을 전해 주지 않는다. 대신 지고한 실재에 대한 깨달음과 체험을 강조한다. 저자 - 출판 무지개다리너머 출판일 2016.06.07 책의 마지막에서 편역자는 이렇게 설명..

윤희에게 시나리오, 임대형 2020

윤희에게 시나리오(양장본 HardCover)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니?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영화 〈윤희에게〉는 한국에 전례가 없는 중년 여성 퀴어 영화로,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을 장식하며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주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얻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오직 딸 새봄(김소혜)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삶을 버텨온 윤희가 점차 용기를 내고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아가 딸에게 용기를 물려줄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여정에 함께한다. 소란스럽지 않고 단정하며 구석구석 사려 깊은 이 이야기가 세상의 많은 윤희를 ..

은여우 길들이기, 2018

은여우 길들이기 이 책은 40년 전 유전학계를 뒤흔들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던 은여우 가축화 실험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소개한다. 구소련 시절 스탈린의 눈을 피해 외딴 여우 농장에서 비밀리에 시작되어 오늘날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개의 진화에 관한 연구 가운데 가장 유명한 실험이다. 이 실험을 기획한 벨랴예프는 선별적인 교배를 통해 사나웠던 여우를 불과 6년 만에 귀엽고 순한 여우로 가축화시킴으로써 늑대가 개로 진화한 과정을 재현하는 데 성공하였다. 은여우 가축화 실험이 전 세계에 알려진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 실험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어 보여주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과학 교양서이지만, 목숨을 걸고 실험을 이끌어가는 과정은 첩보 스릴러를 읽는 긴장감을 주며, 여우와 인간이 친구가 되는 과정..

연구원이 읽어 본 '랩 걸'

나이가 지긋한 원로 과학자의 회고록일까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저자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젊다. 지금은 오슬로 대학에 랩을 가지고 있나 보다. 역시 빌과 함께. 랩 사이트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니 주인공 호프 자런 박사는 책에서 상상했던 것처럼 밝고 작지만 강해 보인다. 빌 아저씨는 뭔가 깡마른 체형에 긴 얼굴과 헝클어진 장발을 한 사람이라 상상했는데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다. 살면서 이들처럼 좋은 친구, 뜻이 잘 맞는 동료를 만난다는 건 서로에게 큰 버팀목이 된다. 과학자라는 특수한 업계에서도 자런 박사와 빌의 관계는 연구 책임자와 실무 스텝의 관계, 단순히 보면 흔한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이며, 갑과 을. 다소 불편한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을 함께 보내고,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이영산 2017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문학동네 산문집) 만난 지 이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틈만 나면 몽골 초원과 알타이산을 노래하는, 오랑캐로 태어나 오랑캐의 삶을 살아온 두게르잡 비지아. 저자가 만나본 최고의 사내, 알타이산의 마지막 오랑캐와 함께 지낸 행복했던 초원 이야기를 담은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풍성한 서사가 굽이치는 몽골 기행문이자 몽골 유목민의 생의 본질까지 들여다본 인류학적 보고서로,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뒹굴며 살아봐야만 느낄 수 있는, 몽골의 바람 냄새와 삶의 냄새가 깊고 진하게 배어 있다. 세기가 바뀐 2000년, 숨을 옥죄어오는 도시에서 막연한 불안과 불온한 희망 사이를 방황하던 때, 저자는 미지의 땅이자 야만족 오랑캐의 영토로만 여겨졌던 몽골을 무작정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연금술사 The Alchemist,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 1988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는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 책을 다 읽고 자려고 누웠을 때 어두운 천장을 보며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살아가는 기쁨, 자아의 실현, 삶을 지속하게 해주는 힘 무엇이 내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탕헤르와 사하라 사막, 오아시스와 피라미드에 가 보고 싶다. 연금술사 1987년 출간이후 전세계 120여 개국에서 변역되어 2,0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