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책 BOOK

숨 Exhalation, 테드 창 2019

제이우드 || 2023. 9. 23. 12:22
 
4번의 휴고상, 4번의 네뷸러상, 4번의 로커스상 등 최고의 SF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한 테드 창의 두 번째 작품집 『숨』.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후 1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은 로커스상, 휴고상, 영국과학소설협회상을 수상한 표제작 《숨》을 비롯해 총 9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을 통해 테드 창은 훌륭한 SF는 아름다움과 의미와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 일어난 일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연금술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20년 전에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과거를 향해 세월의 문을 통과하는 푸와드의 이야기를 담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등장인물도 없고 대화도 없이 인간의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확실한 실증이 있을 때, 그것이 인류에게 불러일으킬 결과에 대해 말하는 짧은 소설 《우리가 해야 할 일》 등의 작품과 이 책을 통해 최초 공개되는 인간은 정말 우주의 중심적 존재인지 묻는 《옴팔로스》, 여러 개의 세계에 여러 개의 우리가 살고 있다면 우리의 선택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등 신작 단편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저자
테드 창
출판
엘리
출판일
2019.05.20
우주에 존재하는 공기의 총량은 일정하다.
그러나 생명의 실제 원천은 기압차이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도,
결국 모든 것은 평형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이것은 '에너지 보존 법칙(열역학 제1법칙)'과 '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는 유한하며, 우리도 결국 오랜 시간뒤에는 무질서한 무언가로 사라질 것이라 한다.

 

새삼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부정하듯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종종 이렇게 거대한 우주의 법칙 속에서 우리의 미미한 존재를 자각하게 되면 사뭇 허무하기도 하고 처연해진다.

매일 유한한 에너지를 써대며 아등바등 엔트로피만 높이며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작은 '숨(exhalation)'을 내뱉는 것도 우리가 매 순간 소멸하고 있다는 증거라 생각하면 한 없이 슬퍼지지만,

슬픔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당장 소멸을 걱정하기에는 아직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여력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