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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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9

가을 날 기차에서 본 풍경, Capitol Limited Amtrak

야간 침대 열차가 출발하면 드문 드문 노란 불빛만 반짝이는 어두운 들판을 한없이 달려간다. 어두운 풍경이 무료해져 흔들거리는 침대에 누우면,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선로 소리와, 아득히 멀리서 울리는 기적소리가 들려오고 흔들 흔들 그 소리를 따라가다보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 .... 해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기차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어느 강을 옆에 끼고 달리고 있다. 구름인듯 안개인듯 자욱한 풍경을 몽롱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새 아침 해를 비스듬히 받아 더 빨갛게 붉어진 단풍 계곡 사이를 달린다. .... 유난히 색이 예쁜 올해 단풍은 산위에서부터 기차가 달리는 들판 옆까지 내려와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이름 모를 작은 마을은 한없이 평화롭고 수확이 끝난 드넓은 옥수수밭은..

시카고 Chicago, 10년 만에

우연히 순서가 맞아들어갔을 뿐인데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딱 10년만에 왔다. 공교롭게도 한창 시작할 때 시카고에 왔었고 이제 또 마무리를 할 시점에 다시 시카고에 왔다. ... 시카고는 예전과 많이 달라진건 없는 듯하다. 루프 위를 우렁차게 달리는 메트로 소음은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바다같이 넓은 미시건 호수를 오랜만에 다시보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 예전엔 풋내기였다. 그래도 지금 많이 커졌다고 토닥여 주고 싶다..

Chicago out [2009.10.16 - 23]

SCENE #31. O'Hare International Airport 새벽 4시에 일어나 비몽사몽 공항에 도착해 수속 밟고 탑승구에 앉으니 이제 아침 7시쯤. 일찍 서두른 덕분에 8시 40분 비행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직 새벽의 냉랭한 공기가 남아 있기 때문인지 어쩐일로 잠이 쉽게 깨버렸다. 조금 한산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공항을 깨우는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베이글 가게에서 오렌지 쥬스 하나랑 차가운 베이글 하나를 샀다. 탑승 게이트 앞에서 먹으려고 뜯다보니 베이글은 따뜻하게 데워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 암만 먹어봐도 베이글보단 그냥 식빵이 더 나은 것 같다. 후후. .... 우걱우걱 베이글을 뜯으면서 전광판을 물끄러미 쳐다보니 머리..

Chicago day 5 [2009.10.16 - 23]

SCENE #25. 학회 마무리 긴 일정이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랐다. 오늘로 2009년 SFN은 막을 내리고 내년엔 서부의 따뜻한 샌디에고에서 개최된다. 내년에 또 오면 푸르른 태평양 연안을 거닐 수 있겠군. 물론 내년에 또 참가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학회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혼자 괜히 부산스럽다. 뭐 하나라도 더 보고 듣고 가야할 것 같아 포스터 섹션에 갔다가 세미나 실에 들어갔다가 이리저리 발자국을 찍고 다닌다. 세션 하나를 듣다가 빽빽히 들어 앉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해 본다. 여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 뭘 위해 이렇게 수많은 눈동자가 골똘히 슬라이드 화면을 응시하고 있을까. .... 내가 계속 이 분야에 몸 담게 된다면 여기 있는 이 사람들은 아..

Chicago day 4 [2009.10.16 - 23]

SCENE #20. I'm loving it! McDonald's 결국 먹고야 말았다. 맥도날드 햄버거. 생각보다 감자튀김이 너무 날씬해서 의외. 대신 콜라 무한 리필.... 빅맥 세트가 우리나라 가격보다 좀 더 비싸다. 미국 시민의 식량 공급이 맥도날드 매장에서 이루어지나 싶을 정도로 거리마다 맥도날드 간판이 없는 곳이 없다. 거의 우리나라 24시 편의점 분포와 맞먹을 정도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 삼겹살 식당이 넘쳐나는 걸 보고 어느 외국인이 한국사람 주식이 삼겹살인줄 알았다던데 혹시 미국인의 주식은 맥도날드 햄버거인가? 후후 SCENE #21. Lake Michigan 학회장인 Mccormick place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미시건 호수를 따라 거닐 수 있다. 일찌감치 오후 세션을 마무리 하고 유유자..

Chicago day 3 [2009.10.16 - 23]

SCENE #15. 씨리얼이 제일 맛있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유스호스텔 아침 메뉴는 참 보편적이고 훌륭한 식단이다. 늘 신선한 우유가 있고, 씨리얼도 다양하고, 식빵에 베이글에 머핀에 치즈, 버터, 쨈까지. 오렌지 쥬스에다가 심지어 따끈한 차와 커피도 있다. 와우~ 개인적으로 베이글은 별로고.... 노릇하게 구워진 식빵에 버터랑 쨈이랑 발라 먹으면 아주 아주 만족스럽다. 훌륭하지. 햄버거는 별로지만 씨리얼에 식빵이라면 괜찮은 듯. Tow zone을 여태껏 Two zone으로 읽고 있었다. 이런. 자세히 보니 Two가 아니라 Tow 구만. 택시 한 번 타보고 싶긴 한데 비싸다. 팁도 줘야 하고. Windy city 명성 답게 오늘 바람이 심상치 않다. 덕분에 하늘은 정말 쾌청하니 높아서 좋은데, 늦가을..

Chicago day 2 [2009.10.16 - 23]

SCENE #11. Good morning 유스호스텔 한 귀퉁이에 우두커니 서 있는 시카고의 상징 '황소'.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 반 기상. 건너편 캐나다서 온 포닥 양반이 코고는 소리도 그렇지만 나의 circadian rhythm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좋은 아침이야, 황소 양반' SCENE #12. Street view 오후 1시 포스터 세션에서 포스터 발표를 하고선 일찌감치 일요일 오후의 한가로움을 느끼러 나섰다. 하늘은 높고 밝고, 공기는 맑고 시원하다. 여행가서 사진을 찍을 때면 간판이나 교통 표지판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데 특히 시카고같은 대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의례 그러하다. 뭔가 도시적이고 이국적인 스냅 샷을 남기고 싶을때 간판들만큼 그런 분위기를 잘 담아내는 피사체도 별로 없어 보..

Chicago day 1 [2009.10.16 - 23]

SCENE #5. Michigan Ave. 침대에 스며들듯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새벽 5시쯤. 눈을 몇 번 꿈뻑여보니 잠이 더 올 것 같진 않다. 그럼 뭐 나가서 어슬렁 거려야지. 날씨가 우리나라보다 한 달 정도 빠른 것 같다. 약간 스산한 늦 가을 날씨 정도. 하늘이 참 높다. 어슬렁....어슬렁.... SCENE #6. Hamburger 그래.....나 햄버거 별로 안 좋아한다. 이 사람들 거의 모든 음식을 '햄버거化'해서 먹는 것 같다. 뭐든 빵 사이에 끼우면 ㅁ ㅁ 햄버거가 된다. 썩 내 취향에 맞진 않다. 먹긴 먹는데 감자 튀김이 제일 맛있네. 훗훗. SCENE #7. SFN Society for Neuroscience. 미국 '신경생물학회'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시키고로..

Chicago In [2009.10.16 - 23]

SCENE #1. 인천국제공항 내가 좋아 하는 노래 중에 마이 앤트 메리의 '공항 가는 길'이 있다. 어딘가 떠나는 친구를 배웅해주는 듯한 노랫말. 아니면 멀리 떠나는 나를 다독이며 다짐하는 듯한 독백. 노랫말처럼 공항이란 언제나 설레는 공간이다. Duty Free 명품들이 있고, 멋쟁이 승무원들이 있고.... 내 손에는 보딩패스가 있고. 유나이티드892 Incheon/Seoul - San Francisco 참 멀리도 간다. SCENE #2. 비행기 안 지도를 보니 태평양 한 가운데쯤 날아가고 있다. 날짜 변경선쯤... 일부러 목베개까지 준비했는데 잠도 오지 않는 이 상황. 그저 자리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이런저런 생각 중..... "Coffee, plz~" SCENE #3. U.S.A 다시 금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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