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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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旅行/유럽배낭여행 | 2004 33

유럽배낭여행 [도쿄 - 부산]

2004.11.2 火 '......' 새벽 2시....예상대로 잠이 안 온다. 눈만 꿈뻑꿈뻑... 동쪽으로 날아오면 서쪽으로 날아가는 것보다 시차적응이 쉬운줄 알았는데 이거 뒤죽박죽이 되버렸다....흐흐 침대에 누웠다가.....앉았다가......베개에 기댔다가... 잠은 안 오고... 애꿎은 리모컨만 꾹꾹 누르고 있다. TV에서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만 떠들어대니 이거 볼륨 끄고 듣는거나 다를바가 없다....후후 ... 희한하게도 우리나라 옛날 드라마가 나오는 채널이 있다. 일본어 더빙이 왜이리도 우스운지... 그래도 배경음악이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이다. '가슴 속에 타오르는 그~~대~' 으아....이 고전 가요를 일본 땅에서 듣게 될줄이야....허허참.. 장동건도 나오고....구본승도 나오고.....

유럽배낭여행 [로마 - 도쿄]

2004.11.1 月 지금 벌써 몇 번째 깨는건지 모르겠다. 몸은 피곤하고 분명히 자야될 것 같은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안그래도 넓지 않은 좌석이 오늘따라 더 좁아 보인다. 잠깐 복도로 나가서 뻣뻣해진 다리 좀 주무르고 주스도 마셔보지만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도착시간까지 5시간 30분 남았다. 고도 10100m, 시속 931km/h.....시베리아 상공이다. 아까보던 영화나 마저봐야겠다. ... ... 아침?.....저녁? 기어코 잠깐 잠이 들었었다. 한시간쯤 잤나보다......아이고 삭신이야... 부시시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이 어스름하게 물들어있다. 여기가 어디야... 그러니까 저게 지금 해가 뜨는 건지.....해가 지는 건지....헷갈리네. 보..

유럽배낭여행 [로마 - 도쿄]

2004.10.31 日 살며시 눈을 떴다. 잔잔한 바람에 창가에 걸린 하얀 커튼이 살랑거린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유럽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정말 끝이 오긴 오는구나.... ... ... 아침을 먹고 천천히 짐을 꾸렸다. 옷가지랑 수건, 양말도 다 챙겨 넣고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가이드책도 배낭 속에 넣어 둔다. 참 열심히 들여다 봤었는데.... 그저께 나보나 광장에서 그린 초상화를 조심스럽게 말아 한쪽에 얌전히 놔두고서 여권과 비행기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ROME/FIUMICINO - TOKYO/NARITA' 오늘 정말 가는 걸까..... .... 아! 집시 여인이여.... 기분도 가라앉았고 해서 주인아주머니와 민박집 사람들과 같이 '포르테 포르타'라는 벼룩시장에 가는 길이다. 어차피 저녁 ..

유럽배낭여행 [로마]

2004.10.30 土 아침을 먹자마자 부지런히 바티칸으로 향한다. 오늘은 날씨가 좀 흐리네... 지하철에서 내려 바티칸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유난히도 옷가게가 많은 것같다. 특히나 레이싱 선수들이 입는 가죽점퍼같은게 쭉 진열되어있다. 이탈리아가 레이싱에도 일가견이 있지...음 거리 구경을 하면서 걷다보니 잠시 뒤 높다란 레오네 성벽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이쪽은 이탈리아....성벽 안쪽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인 바티칸 시국... 성벽이 곧 국경인 셈이다. ... Citta del Vaticano.. 박물관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제법 서둘러 왔는데 벌써 줄이 길 게 늘어서 있다. 밝은 성벽을 따라 쭉 늘어선 줄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 모두 순례자들처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하..

유럽배낭여행 [로마]

2004.10.29 金 "어어어......." 간만에 늦잠을 잤다. 부시시하게 일어나 눈만 꿈뻑꿈뻑..... 으음.....로마에 들어온 뒤부터 긴장이 풀렸는지 부쩍 잠이 많아진 것같다. 해가 벌써 많이 뜬건지 아니면 이탈리아의 환한 햇살 때문인지 방안이 벌써 환하다. 음....날짜로 따지면 로마에 입성한지 오늘이 3일째 되는 날이지만 첫날은 그냥 저녁 늦게 피렌체에서 로마로 넘어왔었고 어제는 폼페이까지 다녀왔으니 정작 로마 나들이는 오늘이 처음이네...흠...그렇게 됐군... 로마의 휴일은 이제부터... ... ... 드디어 콜로세움 앞에 서다...!! 아까부터 계속 가방 끈을 부여잡고 주변을 살피는 중이다. 지금은 콜로세움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다름이 아니라 행여 소매치기가 있을까봐 슬쩍슬쩍 수..

유럽배낭여행 [로마 - 폼페이 - 로마]

2004.10.28 木 피렌체에서 로마로 넘어오는 열차 안에서 만난 우리나라 신혼부부가 마침 내가 묵기로 한 숙소에 머물고 있던터라 어제 저녁 늦게 도착했지만 숙소잡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여행하면서 신혼여행 온 커플을 두 쌍 만났는데 신혼여행을 이렇게 배낭여행으로 하는 것도 참 낭만적이고 좋을 것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당사자들은 고생이 너무 심하다며 별로 권하지는 않지만 뭐 내 눈에는 참 좋아보인다....부럽기도 하고.... 실은.... 뭐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나도 신혼여행을 어떻게 갈지 대충 생각해 둔게 있다. 커다란 크루즈선박을 타고 해상여행을 떠나는거지... 우아하게 바다 위를 미끄러지는 크루즈선 난간에 기대어 그대와 함께 광활한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는거지....후후 멋..

유럽배낭여행 [피렌체 - 시에나 - 피렌체 - 로마]

2004.10.27 水 새벽에 비가 왔었나보다.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진 거리가 촉촉히 젖어 있다. 약간은 눅룩하면서도 상쾌한 이런 공기가 나는 참 좋다. 이곳 이탈리아에서도....언제나 그렇듯이 비온 뒤 갠 아침의 공기는 참 신선한 것같다. .... 민박집 아주머니 말을 듣고 피렌체 역 바로 앞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 갔더니 여기가 아니랜다. 창구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특이한 영어로 뭐라 뭐라 설명을 해주시는데.....정확히 무슨 말인지... 여기저기 조금 헤매다가 결국 관광안내소에 가서 약도를 받아들고 SITA 버스 터미널을 찾아 갔다. 터미널 건물이 따로 크게 있는줄 알았는데, 터미널 건물조차 복고풍의 건물 외양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얼핏 그냥 지나칠 뻔했다. .... 옛 건물을 부수지 않고 거의 내부..

유럽배낭여행 [피렌체]

2004.10.26 火 어제밤 상당히 찜찜한 사태가 발생했었다. .... 어제 아침 일찍 베네치아에서 피렌체로 넘어올 때 열차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서두르다가 비누, 칫솔, 치약, 샴푸, 일회용 면도기가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를 빠뜨리고 온걸 알아차렸거든... 씻고 자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더라고... 어쩐지 베네치아 숙소에서 나올 때 뭔가 허전하다 했다. '크....거기 빈에서 산 왁스도 들어있는데....한 번도 안 썼는데....' 어제 저녁에 양치질을 못했더니 입안이 영 텁텁하다. 여기 가까운 편의점이 어디더라.. .. 피렌체의 미로 7시에 대충 아침을 챙겨먹고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 입장하는데 예약을 해야 될줄은 몰랐는데, 우피치는 예약 안 하고 가면 아침 일찍부터 줄서서 순서대로 들..

유럽배낭여행 [베네치아 - 피렌체]

2004.10.25. 月 아침 8시 10분.... 피렌체로 가는 열차는 산타루치아 역에서 8시 34분에 출발한다. 20분이 채 안 남았다. '이런....!!' 부시시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주섬 주섬 짐을 꾸렸다. 어제 밤에 대충 짐을 싸 두긴했지만 비몽사몽 정신이 없다.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밤을 함께했던 누나, 형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눅룩한 아침 공기를 머금은 베네치아의 좁은 골목길을 달려 산타루치아 역으로 향하는 사이 시계는 이미 30분을 넘어 섰다. 챠오, 베네치아!! 부랴부랴 역에 도착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피렌체 행 열차가 떠나 버렸다. 눈 앞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열차의 뒷모습을 발만 동동 구르며 안타깝게 쳐다봤다. '으으....안돼~ 거기 서~ 저거 놓치면 다음 열차까지 한참을 기다..

유럽배낭여행 [베네치아]

2004.10.24. 日 韓國人, 中國人.. 간밤에 한국인 배낭여행객이 세 명 더 찾아왔었다. 여자 한 분.... 일행인 남자 두 분....이분들은 침대가 없어서 바닥에 메트리스깔고 밤을 보내야만 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이라 중국인들이 좀 많았는데 이제는 한국인과 중국인 비율이 거의 1:1 정도 되는 것 같다. 말 붙일 사람이 없어서 좀 심심했는데 잘 됐다.... 중국사람들과는 왠지 대화를 이끌어 가기가 좀 힘들어서 말이지... 간밤에 어떤 중국분이 코를 심하게 골아서 다들 심통이 나 있다. .... 둥근 식탁에 둘러 앉아 중국식으로 기다란 나무 젓가락으로만 아침을 먹었다. 다 중국 요리이고 김치가 딱 한 접시 있긴 하지만 뭐 그런대로..... 아침을 먹으면서 서로서로 안면을 익혔다. 중국분이 모..

유럽배낭여행 [빌락 - 베네치아]

2004.10.23. 土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컴파트먼트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린이 '우디네'에서 내릴 때 작별인사를 한 뒤로 도무지 잠이 들지 않는다. 눈꺼풀은 자꾸 감기는데 흔들리는 열차소리만 점점 크게 들릴 뿐.... 몸이 공중에 붕 뜬 것 같다. .. 6시 30분.... 어느 이름 모를 역에서 사람들이 모두 다 내리고 컴파트먼트 안에 혼자 덩그라니 남겨졌다.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모든게 아련하다. '후.....정말 자고 싶다....' 좌석을 눕혀서 침대를 만들어 배낭을 베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베네치아까지는 아직 두 시간정도 남았으니까 한 숨 잘 수 있을 것 같다. .... 바람 빠진 튜브처럼 몸이 축 늘어진다. .. . 바다를 가로질러 베네치아로.. 인기척에 눈을 떠보니 왠 할아버지가 옆..

유럽배낭여행 [빈 - 잘츠부르크 - 빌락]

2004.10.22. 金 아침 6시... 부스스 일어나 정신을 차린다. 간밤에 자다가 한 두 번 깬 것 같은데.... .... 세수만 간단히 하고 아래층에 내려가 오랜만에 빵으로 아침식사를 때웠다. 초코크림이 좀 달다.....역시 빵에는 딸기잼이랑 버터야..... .... 따끈한 홍차로 마무리 하고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는데 꼬마녀석들이 버튼을 죄다 눌러놨다......짜식들 .... 배낭을 둘러 매고 서둘러 움직였다. 열차 출발 20분 전이다. 잘츠부르크로 가는 열차.... 허겁지겁 서둘러 열차에 올라타니까 출발 10분 전이다......후 아무도 없는 컴파트먼트에 배낭을 휙 집어 던져놓고 잠시 한숨을 돌렸다. 별로 든 것도 없는데 배낭은 맬 때마다 무겁다....캐리어 끌고 오는게 더 좋을뻔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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