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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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7

오어사 [2009.3.1]

주말에 전국적으로 날씨가 맑다는 정보를 입수, 바다에 갈까 산엘 갈까 고민고민 하다가 공기도 따뜻하니 해서 간만에 조용히 사찰 답사를 감행했다. 오늘 땡땡이 칠 작정을 하고 어제 밤 늦게까지 오늘 할 실험도 다 해치웠다고. 장하다 정말. 아무튼 꽃피는 춘삼월도 왔고, 바야흐로 봄의 기운이 성큼 다가온 듯한 날씨라 땡땡이 치기엔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그렇게 학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얼굴에서 생기가 도는 것을 여지없이 느끼며, 버스타고 택시타고 어찌어찌하여 오어사 입구에 당도하였다. 사실 교통편이 썩 좋지가 않아서 버스 시간 맞추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내가 진작에 여길 못 와 본 것이지. 커다란 저수지 옆에 자그마한 경내가 세월의 흔적을 듬뿍 담고 있어서 마치 마을 한 켠에 오목하게 들어 앉은 초가..

내연산 [2008.11.2]

적막한 일요일 아침에 평일보다 무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곤혼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천근 같은 잠의 기운을 뿌리치고 세면대로 걸어가지만, 거울 속 부시시한 내 모습이 또렷해 지는 데는 한참이 걸린다. 온 기숙사가 아직 깊은 잠의 수렁에 빠져있는 와중에 나 혼자 꼬물꼬물 움직이는 이 상황이, 마치 좀비 세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인간 생존자가 된 것만 같다. 아직 단풍은 덜 들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을이 깊어지면 산행을 해야 할 것 같은 일종의 강한 의무감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철철이 산을 찾는 편은 아니지만, 색색이 변해가는 나뭇잎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겨울이 오면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지난 일년의 그리움이 사무치게 밀려온다. 아무튼....좀 서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

주왕산 [2007.10.27 - 28]

[07.10.27] 지도를 펴 놓고 보면 포항에서 주왕산까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데, 청송까지 바로가는 버스가 없어서 그런지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대구를 거쳐서 가는게 보통이지만, 포항에서 안동가는 중간 길에 있는 진보에서 버스를 갈아타고도 주왕산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게으른 대학원생 셋이 황금같은 주말도 반납하고 고생하러 먼길을 떠난다. 셋이 다같이 어디 가기 참 힘들었는데, 정말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귀한 발걸음들을 하고 계신거지. ..... 귀한 발걸음을 하면 뭐하나, 다들 대학원생 아닐까봐 축 늘어져 자 버리니. 이래가지고서야 내일 산이나 제대로 올라 갈런지. ..... 투명한 풍경들과 달리 사람이 가득 들어찬 버스는 왠지 갑갑하다. 버스 안은 벌써 겉옷이 부..

감포항, 송대말 등대 [2007.7.15]

[07.7.15] 사실 엄밀히 말해서 7번 국도는 아니었다. 포항에서 경주로 이어진 해안 도로는 31번 국도. 7번 국도의 연장선 상에 있으니 뭐 그냥 같은 도로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서로 이어진 길이니까. 간밤에 손 앞에 논문을 두고도 내 시선은 컴퓨터 모니터에 펼쳐진 등대 사진에 꽉 사로 잡혀있었다. 동해안 지도를 따라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아름다운 등대 사진이 한 장 한 장씩 눈 앞에 튀어나온다. 매번 이런 등대 사진들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청록의 바닷가에 솟아있는 백색의 등대는 인간의 피조물 중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피조물인 것 같다.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표상이면서도 자연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역설. 파도와 해풍에 맞서는 극단의 구조물이며 어둠을 뚫고 불을 밝히는 외로운 존재라서 그런지,..

장사해변, 강구항 [2007.3.18]

[07.3.18] 김밥 두 줄과 생수 한 병...... 그리고 친구 한 명. 달콤한 휴일 아침 잠을 반납하고 떠나는 길.... 장사 해변 길가는 오른켠에는 늘 그리던 바다, 차창 밖으로 달려오는 파도.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발길닿는 곳이 그냥 풍경화 속이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바다인지.... 포항에 내려오면 바다구경은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막상 마음먹고 해변에 찾아오기가 그리 쉬운 것 같지는 않다. 아니....바다가 지척이지만 역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는 수고가 만만하지가 않다. ........ 어울리지 않게 파도랑 장난을 치다니.... 좋아? 후후 ......... ......... 간만에 바닷가에 왔는데 좋은 모델이 별로 없다. 아직 봄이라지만 몰아치는 해풍을 계속 맞고 있자니 귀가 제법..

죽도시장 나들이 [2008.10.14]

요즘에야 뭐 다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등 각종 마트에서 카트 끌고 우아하게 장 보는 것이 생활화 됐지만 10년 전만하더라도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재래시장으로 반찬거리를 사러 갔었던 것 같다. 나도 꼬마시절부터 쫄쫄거리며 어머니따라 시장 가는게 큰 일이었다. 시장에가면 꼬부랑 할머니들이 좌판을 벌려놓고 온갖 채소며 나물이며 과일들을 팔고 있고, 나는 잘 사먹진 않았지만 번데기 파는 아저씨도 있고, 호떡 파는 아줌마도 있었다. 생선판에 가면 눈알을 번뜩이고 얼음위에 누워있는 고등어도 있고, 물을 찍찍 쏘아대던 오징어도 있었지. 아무튼 재래시장이라는 곳은 사람 구경하기도 좋고, 어린 꼬마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었다. 뭐 요즘도 시장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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