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타 8

발레타 Valletta, 몰타 Malta - 여행 마무리 Upper Barrakka Gardens II

1. 발레타에서의 마지막 저녁 무렵. Upper Barrakka Gardens에서 남은 시간을 보낸다. 여기는 언제나처럼 편안하고, 사람들은 여유롭다. 2. 며칠동안 정박해 있던 거대한 크루즈선도 오늘이 마지막인 모양이다. 승객들이 하나 둘 크루즈로 오르고 선원들도 분주하게 출항준비를 한다. 이렇게 거대한 크루즈선을 가까이 보기가 쉽지 않은데 재밌는 구경거리다. 승객들을 모두 올리고, 다음 출항을 위한 부재들도 싣고, 준비시간이 상당히 길다. 어스름이 내려앉아 간간이 등이 켜질 무렵까지 출항준비는 계속된다. 3. 한참이 지나고서야 마침내 밧줄을 풀고 스크루가 세차게 물보라를 일으키니 거대한 선체가 천천히 움직인다. 빙판 위에서 조용히 미끄러지는 것처럼 부드럽게 부드럽게.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크루즈선은..

발레타 Valletta, 몰타 Malta - 숨겨진 석양

1. 골목이 점점 익숙해져 더 깊숙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고양이가 차 밑에서 사람들을 훔쳐보는 한적한 길을 걷다 보면 미로처럼 꺾이고 꺾일 때 마다 골목의 숨겨진 모습이 드러난다. 2. 이정표 대신 방향을 가리키는 성상의 손짓을 따라가다보면 발레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Madonna tal-Karmnu basilica를 볼 수 있다. 골목 위 하늘로 솟아오른 거대한 돔의 일부만 보았을 뿐인데 굉장히 압도적이다. 그러고보니 '론리플래닛 몰타 Lonely planet Malta' 표지 사진이 바로 이 바실리카이다. 의외로 사람들에게 유명하지 않은지, 아니면 대로에서 몇 블럭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예배 의자에 편안히 앉아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기 좋은 곳. 3. 다시..

발레타 Valletta, 몰타 Malta - 카페 코르디나와 St. John's Co-Cathedral

1. 다시 발레타의 아침은 활기차다. 사람들은 어제와 같고 거리는 쨍한 하늘만큼 더 밝아졌다. 여행 3일째. 호텔 근처 골목길이 한 결 익숙하다. 2. 1837년에 문을 연 카페 코르디나 Caffe Cordina. 리퍼블릭 광장 Republic Square 맞은편에 있는 멋스런 카페다. 발레타 명소로 사람들이 한 번 쯤 멈춰서는 곳이라 사람들이 늘 북적거린다. 간단한 아침 메뉴도 있고 저녁 7시쯤까지 영업하는 듯 하다. 내부엔 커다란 바가 있어 간단히 서서 먹고 갈 수도 있고,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갈 수도 있다. 3. 카페에 들어가 아담한 테이블에 자리잡고 라떼랑 말티즈 파스티치 Maltese Pastizzi를 주문했다. 파스티치....우리가 흔히 아는 일종의 페스트리인데 몰타 사람들이 많이 먹..

발레타 Valletta, 몰타 Malta - 저녁과 밤 사이 I

1. 구름이 껴 낮동안 쨍한 하늘을 볼 수는 없었는데, 덕분에 해질무렵이 되니 발그스름한 구름이 하늘에 껴있다. 바람도 선선해 걷기 좋은 시간. 2. 그랜드 하버가 내려다 보이는 목 좋은 벤치에 앉아 다들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낮에는 밝은 모래색이었던 라임스톤도 저녁무렵엔 노을 빛을 받아 옅은 핑크색으로 변한다. 그러다가 할로겐등이 하나 둘 켜지면 이번엔 따뜻한 노란색으로 바뀌고, 파도도 없는 그랜드 하버 위로 그 불빛이 반사되어 모든 곳을 밝게 채운다. 3. 관광객이 빠져나가고 가게가 문을 닫은 저녁무렵, 발레타의 골목은 유난히 한산해 보인다. 아주 오래된 도시와 골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적막이 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전 늦은 저녁하늘이 왠지 낮보다 더 파랗게 보인다.

발레타 Valletta, 몰타 Malta - Upper Barrakka Gardens I

1. Upper Barrakka Gardens으로 들어서면 아주 크진 않은 적당한 크기의 분수대와, 그늘을 드리운 나무와, 키작은 꽃이 어우러진 아담한 정원을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는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느릿느릿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세상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원 한켠 카페 테이블 위에서 고양이가 무심한듯 한가롭게 낮잠도 자고, 벤치에 앉아 재잘거리는 꼬마들 앞으로 비둘기떼가 부산스럽게 돌아다닌다. 2. 그랜드 하버Grand Harbor와 세인트 안젤로 요새Fort St. Angelo가 굽어보이는 이 풍경은 예쁘기도 하고 꽤나 신비스럽다. 콘크리트 건물 색에 익숙한 내 눈에 비춰진 라임스톤 빛깔의 쓰리 씨티즈Three Cities의 모습은 뭔가 묘하다. 특별한 지붕색이 없어서인지 도시 전..

발레타 Valletta, 몰타 Malta - 걸어볼까 II

1. 이집트 피라미드보다, 영국 스톤헨지보다 오래된 거대 석조 유적이 몰타에 있다는 사실. 지중해 거의 정중앙에 위치한 몰타섬에 사람들이 거주한 시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당한 수준의 고대 거석 문화가 몰타에 형성되었고, 그 뒤로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면서 몰타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성 요한 기사단이 유럽 가톨릭 세계를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던 최전선이 몰타였다. 나폴레옹이 한동안 영향력을 행사했었고, 이후 영국의 식민지를 거쳐 2차대전 후 독립에 이르렀다. 몰타 국립 인류학 박물관에서. 2.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말쑥한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과 크루즈선을 타고 단체관광 오신 어르신들, 그리고 어김없이 관광객을 맞이하는 노점상들이 거리를 한껏 생기있게 만..

발레타 Valletta, 몰타 Malta - 걸어볼까 I

1. 발레타의 벽은 밝은 모래색 라임스톤이 아주 오래된 세월을 입고 서있다. 반듯반듯 잘짜여진 대로 사이에 오밀조밀한 골목 모퉁이를 지날 때 마다 유럽의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고풍스러운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골목.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며 소실점까지 쭉 뻗어있는 구시가의 모습은 원근감을 그대로 드러내며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낸다. 2. 지리적 특성상 이슬람 문화도 수용한 몰타에는 건물마다 발코니가 만들어져 있는데, 폐쇄적인 이슬람 문화 특성상 부녀자들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발코니에서 바구니를 내려 물건을 사기도 하고, 지나가는 행인과 얘기도 하고. 집집마다 발코니 모양도 제각기 달라 마치 하나하나가 갤러리에 걸린 작품같기도 하다. 3. 예전에..

발레타 Valletta, 몰타 Malta -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1. 몰타는 아주 작은 섬나라여서 지도 위의 활자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이탈리아 시칠리섬 밑에 있는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5월 중순이지만 공항 활주로에 내려 들이킨 공기가 제법 열기를 머금고 있다. 제트엔진 열기와 주변의 노르스름한 풍광이 더해져 마치 북아프리카 어디쯤 온것 같은 첫인상이다. 2. 초록의 싱그러움은 없지만 그렇다고 메말라보이지도 않는 낯선 풍광 속을 달려간다. 영국의 영향을 받아 좌측도로를 달리는 몰타의 자동차들은 굉장히 속도감있게 좁은 도로를 치고 나간다. 섬이 작아 공항에서 발레타까지는 30분이면 족히 운전해서 갈 수 있다. 3. 호텔이 발레타 시가지에 있어 조수석에 앉아 있는 동안 구불구불 미로같은 발레타 골목을 누비는 호사를 누렸다. 현지인 드라이버의 현란한 핸들링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