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레타에서의 마지막 저녁 무렵.
Upper Barrakka Gardens에서 남은 시간을 보낸다.
여기는 언제나처럼 편안하고, 사람들은 여유롭다.
2.
며칠동안 정박해 있던 거대한 크루즈선도 오늘이 마지막인 모양이다.
승객들이 하나 둘 크루즈로 오르고 선원들도 분주하게 출항준비를 한다.
이렇게 거대한 크루즈선을 가까이 보기가 쉽지 않은데 재밌는 구경거리다.
승객들을 모두 올리고, 다음 출항을 위한 부재들도 싣고, 준비시간이 상당히 길다.
어스름이 내려앉아 간간이 등이 켜질 무렵까지 출항준비는 계속된다.
3.
한참이 지나고서야 마침내 밧줄을 풀고 스크루가 세차게 물보라를 일으키니 거대한 선체가 천천히 움직인다.
빙판 위에서 조용히 미끄러지는 것처럼 부드럽게 부드럽게.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크루즈선은 그 모습 자체가 굉장히 우아하다.
위엄있고 진중한 모습.
그러면서도 떠나는 배라 그런지 왠지 모를 아쉬움과 애수를 불러일으킨다.
4.
작별을 고하는 뱃고동 소리가 항구를 가득 채우고 크루즈선이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니
저절로 나도 여행을 마무리하는 차분한 기분이 든다.
언제나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밤은 아쉬운데, 이번에는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
그만큼 여기서 보낸 시간들이 오롯이 잘 새겨졌기 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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