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31 日
살며시 눈을 떴다.
잔잔한 바람에 창가에 걸린 하얀 커튼이 살랑거린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유럽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정말 끝이 오긴 오는구나....
...
...
아침을 먹고 천천히 짐을 꾸렸다.
옷가지랑 수건, 양말도 다 챙겨 넣고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가이드책도 배낭 속에 넣어 둔다.
참 열심히 들여다 봤었는데....
그저께 나보나 광장에서 그린 초상화를 조심스럽게 말아 한쪽에 얌전히 놔두고서
여권과 비행기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ROME/FIUMICINO - TOKYO/NARITA'
오늘 정말 가는 걸까.....
....
아! 집시 여인이여....
기분도 가라앉았고 해서 주인아주머니와 민박집 사람들과 같이 '포르테 포르타'라는 벼룩시장에 가는 길이다.
어차피 저녁 비행기 시간까지 여유가 있으니 괜히 혼자 감상에 빠져 마지막날을 보내기 싫었다.
스페인 계단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만,
마지막으로 '벼룩 시장'에 가서 잠시 사람구경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
오늘 축구경기가 있는 모양이다.
열차 한 대를 거의 전세내다시피해서 타고온 원정응원단들의 고함소리가 테르미니역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렸다.
무슨 고함소리가 이렇게 큰지....다들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나....
온 사방을 울리며 괴성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정말 쳐다보고 있으니 기가 막히다.
이런걸 두고 정말 '광적이다'라고 하는 가보다.
경찰들이 쫙 깔린 가운데 역앞으로 쏟아져나온 이들을 미리 대기하던 버스가 싣고 유유히 사라진다.
이놈들.....참 거친 녀석들일세 그려....
...
...
버스를 타고 도착한 벼룩시장 앞에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일요일 오전이라그런지 발딛을 틈이 없다. 헐....
...
좌판을 따라서 옷가지며 싸구려 생필품, 음반, 장난감....뭐 이런게 가득하다.
역시나 최고의 인기 품목은 축구 유니폼....유벤투스, AS로마, AC밀란...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유니폼은 여기 다 모아놓은 것같다.
가격이 맞으면 하나 사고 싶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같진 않다.
보니까 다 가짜구만 싸게 좀 팔지....
....
재래시장에 가면 꼭 찾아볼 수 있는 것.
일명 '돈 놓고 돈 먹기...'
능청스럽게 생긴 아저씨가 주사위를 접시로 덮고서 요리조리 위치를 바꿔가며 사람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바람잡이들은 괜히 옆에서 사람들을 부추기며 자기들끼리 막 흥분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잘 안 넘어오니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요런걸 보면 사람 사는거는 어디나 다 똑같은 것같다. 씨익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이 구경하던 중에 뜻하지 않았던 사건이 생겼다.
...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와 시장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검은 그림자 셋이 내 앞을 가로 막았고,
순간 그들은 오싹한 소리를 내며 내 얼굴로 슬금슬금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어버버버~ 으으으~ 어버버"
"므어어어... 므어어어..."
"으악~!%$#@"
그렇다......
그들은.......그 유명한 집시 여인들이었다.
말로만 듣고 글로만 봐왔던 집시 여인말이다....
꼬질꼬질한 얼굴에 이상한 두건같은 걸 뒤집어쓰고 초점 없는 듯한 눈동자를 하며
이상 야릇한 소리를 웅엉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질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사적으로 내 얼굴을 향한 그들의 두 손길을 막아내는 순간,
스멀스멀한 뭔가가 내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느꼈다.
으.....그 기분나쁜 느낌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 기분 나쁜 손길들로부터 당장 벗어나야 한다.
"저리가~ 에비~ 에비~"
옷자락을 잡아끄는 집시들의 손길을 뿌리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아까 얼핏보니 원영이형과 성준이도 집시들과 실랑이를 벌이던데
우리모두 놀란 토끼마냥 눈이 휘둥그레져 당황한 얼굴이 역력하다.
"어우...쟤들 머냐..."
"아씨...막 손 잡고 옷 잡아 당기고....우아 놀랬다 아이가...."
"우와 내 한테만 세 명이 달라 붙드라...."
"다들 머 뺏긴건 없제?"
" 앗~!!!"
"왜? 머 뺏겼나?"
바지 주머니를 살피던 나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바지 주머니 안에 들어 있던 30유로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아까.....
아까 그 스멀스멀하던 손길이 범인임이 틀림없다.
두 명이 내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동안 다른 한명이 '스멀스멀'한 손길로 지폐만 쏙 빼간거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이럴 수가~~~~~~~~~~~~~~~!!!!!"
머리를 부여잡고 분노의 치를 떨었지만 이미 그들의 자취는 온데간데 없고
어차피 집시의 손에 한번 빼앗긴 물건은 되찾는다는게 불가능하다는걸 알기에 더 기분이 나빴다.
아...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집시의 악명을 말로만 들었지 정말 이정도로 허망하게 뺏길줄은 몰랐다.
정말 눈뜨고 당한다는 소리가 거짓말이 아니었다.....이런....
.....
집시를 탓하기 전에 이건 명백한 내 실수였다.
벼룩시장에 갈 때는 현금을 주머니에 넣어가는게 아닌데....
마지막 날이라고 완전히 방심했던게 큰 오산이었다.
원래 이런 벼룩시장이 소매치기나 집시들의 단골 무대임을 누누히 자각했것만 오늘 완전 실수다.
아....한 달 내내 복대 한번 안하고도 끄떡없이 지냈는데 여행 마지막 날에 기어코 일이 터졌다. 크윽...
나의 철저한 보안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너무한다.....하필이면 떠나는날 일이 터지다니...
...
집시에게 30유로를 고스란히 갖다바친 후 곧장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스페인 계단이나 가서 분위기나 잡다가 오는건데....
집시들에 대한 원망보다는 하필이면 바지 주머니에 돈을 넣어둔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평소에는 그런적이 없는데 오늘따라 돈이 거기 있었다니......허 참나....
...
민박집에 돌아와 점심을 다 먹도록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아깝다....30유로....그돈이면....어휴.....
눈앞에서 30유로가 춤을 춘다.....
여권이나 카드 뺏긴 것보다야 훨씬 다행이지만 생각할수록 참 어이가 없다.
뻔히 알고도 당하다니....
역시나 이탈리아의 집시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거다....후후
그동안 잘 참아주는가 싶었더니 기어이 마지막날 나타나서 잊지 못할 선물을 선사하고 가다니...
그래....이게 로마구나 하고 좋게 생각해야지 어쩌겠어....
그래도.....참 아깝다 30유로....흑흑
....
....
작별인사...
모든 짐을 다 챙겨넣고 배낭을 짊어졌다.
보조가방에는 이제 기이드 책 대신 여권과 비행기표가 들어있다.
이제 정말 떠날 시간이다.
"아주머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안녕히 계세요.."
"그래 모두 잘들 돌아가요...."
"네 그렇게 할게요....건강하세요..."
"여행 잘 하고 돌아가세요..."
"어휴 돌아가시니 좋겠어요...조심해서 가세요..."
"자....그럼...다들 안녕히...."
아쉽다...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뒤돌아서기가 왜이리 힘든건지...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오늘따라 이 동네는 또 왜이리 친숙한 느낌인지....
...
테르미니역으로 가다가 일부러 방향을 돌려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한컵으로 떠나는 아쉬움을 녹이기 위해서 말이다.
생크림이 듬뿍 얹혀진 아이스크림을 한입 한입 천천히 떠 먹었다.
혀에서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
이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과도 이별해야된다니 더 슬프다...훗훗
여기서 아이스크림은 진짜 많이 먹었었는데....
돌아가면 이 아이스크림들도 많이 그리울거다.
언젠가는 이 아이스크림들을 다시 만날 날이 올거라 믿는다.
그때까지 녹지 말고 기다려줘~!
....
..
공항으로...
비행시간까지 4시간 30분정도 남았다.
테르미니역에서 공항에 가려면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타야되는데
운행 거리에 비해 운임은 다소 비싼편이다....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쩝
...
초조하다....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기다리며 텅빈 플랫폼 의자에 앉아 있자니 왠지 초조해진다.
떠난다는게 이렇게 초조한 일인가? 참 이상하다...
...
잠시 뒤 플랫폼으로 열차가 들어오고...
열차에 오르는 발걸음이 그 어느때보다 무거워진다.
...
열차는 야속하게도 뒤도 안 돌아보고 로마를 떠나고 있다.
창밖으로 스치는 로마의 거리는 점점 길 게 늘어진다.
마치 늘어지는 비디오 테이프처럼....
로마...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이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떠나는 것같아 아쉽지만,
나의 긴 여행을 마무리 짓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멋진 도시였다.
비록 오늘 나를 울린 집시여인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로마에서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로마가 아니라면 어디서 또 이런 경험을 했을까하고 스스로 위로하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
내가 앉았던 스페인 계단의 한쪽 구석과 내가 동전을 던진 트레비 분수 앞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저마다의 추억을 만들고 있을거다.
거기 있던 그 사람들....그리고 그 장소...
여전히 손에 잡힐 듯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른다.
동전 마법에 걸려들어 행복한 상상을 하고 스페인 계단에 앉아 로마를 사랑하게 될거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
...
FIUMICINO
드디어 공항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정식명칭은 'FIUMICINO' 공항
테르미니역에서 30분 정도 달려온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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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다시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돌아간다는 설레임이 이제는 떠난다는 아쉬움을 이겨낸 것일까....
어느덧 내 시선은 전광판을 가득 밝히고 있는 노선표를 쫓아 움직인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도 있고...
저건 런던....
저건 취리히....
홍콩....
우와 서울 가는 것도 있네....'
아직 우리 비행기는 전광판에 뜨지 않는다. 너무 빨리 왔나보다.
기다려야 할듯....
....
한 30분을 기다렸는데 우리 비행기는 여전히 전광판에 나타나지 않는다.
아직 이르긴 하다만은....
이탈리아 전광판은 왠지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어서
공항 구경이나 할 겸 아시아 노선이 많은 구역을 어슬렁거렸다.
...
공항이란 참 묘한 공간이다.
사람들을 거대한 기계에 태워 하늘로 날려보내고
또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쇳덩이를 받아 사람들을 내려주고...
인간 문명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쇳덩이에 오를 때까지 여러단계에 걸쳐 이별의 마음을 다져야만 한다.
..
보딩패스 받을 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
탑승자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
승무원의 인사를 받으며 비행기에 들어설 때...
마지막으로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날아 오를 때...
..
이 길고 긴 과정동안 떠남과 이별의 아쉬움은 점점 배가 되어
비행기가 하늘로 박차 오르는 순간 무거운 중력이 되어 우리 가슴을 짓누른다.
공항에서의 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
...
드디어 전광판에 우리 비행기가 떴다. JL400 TOKYO, NARITA.
보딩 패스를 받고 배낭은 도쿄까지만 부친 뒤 보안 검색대를 지나 면세점에 들렀다.
공항 면세점을 많이 다녀본적이 없어서 다른곳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매장이 꽤나 넓어서 끝에서 끝까지 제법 걸어다닐만 한 것같다.
주로 와인, 화장품, 명품 의류, 초콜렛 같은게 대다수라 진열이 아주 화려하다.
이탈리아도 포도주가 유명하니까 와인이나 한 병 사갈까하고 와인 매장에 들렀는데....
내가 와인에 대해서 뭘 알아야지....헤헤
4유로에서부터 70유로 이상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병도 이쁘고 내가 봐서는 다 똑같은 와인인데 그게 또 아닌가바....
원산지따라 다르고 언제만들었냐에따라 다르고 뭐 아무튼 따져볼 게 참 많다.
돈 많은 사람들은 이런데 오면 진짜 막 사고 싶어질 것같다.
마음 같아서는 꽤 좋은걸 사고 싶지만.....적당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격을 결정지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서 '올리브유'도 한 병...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고 'Extra virgin'으로 샀다.
와인은 아버지 선물...올리브유는 어머니 선물....더 이상은 안돼..!!
집시들에게 30유로를 헌납하는 바람에 현금이 별로 없다.
할 수 없이 결재는 카드로.....이런...
...
...
어느덧 해가 지고 활주로에도 어둠이 내려 앉았다.
탑승자 대기실에 앉아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큰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친다...
유리창에 비친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
한 달 동안 참 많이 변했다.
내 모습도 변했고...내 생각도 변했고...많은게 변했다.
처음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렸을때 그 낯설어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
...
유럽이여 안녕~!
장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탑승이 시작됐다.
이제 정말 간다....
진짜로...
...
...
승무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기내로 들어선다.
보딩 패스에 80B라고해서 저기 뒷부분인줄 알았는데 번호 위에 'UPPER'라고 써 있다.
'2층?....거긴 일등석 아닌가?'
비행기 윗부분에는 모두 일등석만 있는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훗
사람들이 하나 둘 모두 좌석에 앉고 승무원들도 이제 이륙준비에 부산하다.
작은 창문 밖으로 활주로의 안내등이 노랗게 빛나고 있고
천천히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비행기가 활주로 앞에 서서 마지막 숨을 고른다.
'위잉........'
그리고 엔진 소리가 천천히 커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한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활주로를 내달릴때면 늘 초조하고 긴장된다.
이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체가 잠시 떨린다 싶더니 거짓말처럼 사푼히 공중으로 날아 오른다.
지면과 맞닿는 거친 느낌이 사라지고 천천히....아주 천천히 하늘로 솟아 올랐다.
...
...
깜깜한 하늘 저 밑으로 노란 불빛들이 보인다.
유난히도 반짝거리는 작은 점들이 모여있는 저곳이 아마 로마일거다.
어제까지 내가 있던 그 곳...
이렇게 로마를 마지막으로 유럽땅을 떠나게되니 기분이 참 묘하다.
아쉬움....그리움....시원섭섭하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허하기도 하고...
한달 동안 참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 곳이다.
런던...파리...브뤼헤...뮌헨...프라하...빈...베네치아...피렌체....로마....
지금은 그저 한 순간의 기억으로 느긋하게 회상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가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아.....괜시리 가슴 한 구석이 멍해진다.
...
네비게이션 화면에 이탈리아 반도가 표시되고 비행기는 곧장 베네치아 근처를 지나 프라하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한달 동안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유럽땅을 벗어나고 있는거다.
언젠가는 끝날 여행이었기에 이렇게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몇 년이 지나든 아니면 몇 십년이 지나든...
먼 훗날에라도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내가 거닐었던 그 거리를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내가 앉았던 벤치며....내가 서 있던 다리....내가 걸었던 좁은 골목길을 말이다.
그리고는 '그래...내가 여기 이렇게 서 있었지' 하면서 아름다운 회상에 조용히 잠겨보고 싶다.
...
유럽이여 안녕히.....
...
비행기 안에서 시간 보내기....
비행기가 어느정도 고도를 유지하자마자 저녁 기내식이 준비됐다.
이거 한달만에 먹어보는 기내식이다. 오오....
메뉴는 일본식 덮밥.
내 돈 주고 받는 서비스지만 이쁜 스튜어디스들이 상냥하게 준비해 줄 때면
왜이리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르겠다.....훗훗 고마워요~
...
...
이륙한지 이제 겨우 한 시간 남짓 흘렀다.
창밖은 아까부터 계속 컴컴하니 아무것도 볼 게 없고....
아직 로마 시각에 맞춰져 있는 내 시계를 들여다 보니 잠들 시간은 아니다.
밀린 일기를 마무리 하고 차를 마셨지만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도쿄까지 아직 11시간이나 남았는데...
런던으로 날아올 때는 그나마 초행이라 12시간의 긴 비행도 나름대로 재밌었는데
돌아가는 길은 아무래도 좀 버거운 느낌이다.
아무런 흔들림없이 고요히 날아가는 비행기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듯하다.
...
영화를 본다...
화면이 너무 가까워 눈이 아프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배우들의 요란스런 목소리를 무심히 흘려보내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너무 빨라 무슨 말인지 잘 못알아 듣겠다...
점점...
소리가 희미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