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물체 간에 작용하는 중력과 그 상호작용으로 인한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난해하다.'
이것이 고전역학에서 다루고 있는 '삼체 문제 three-body problem'로 오랫동안 물리학의 난제였다. 19세기 앙리 푸앵카레가 '삼체 문제'의 일반해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냈고, 오직 특수한 상황에만 적용할 수 있는 특수해가 몇몇 밝혀졌다. 이후 이 개념은 특정 계의 시간 변화가 초기 조건에 '지수적'으로 의존한다는 '혼돈 이론 chaos theory'으로 발전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비 효과'가 그것이다.
소설은 '세 개'의 항성을 끼고 있는 미지의 행성 문명인 '삼체 문명'과 인류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 제목이 '삼체'지만 실상 '삼체 문제'를 토대로 발전한 '혼돈 이론'이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있는 것 같다. 즉, 지구에 생명이 등장한 이후 생명과 생명 간의 상호작용, 생명과 자연과의 상호작용, 인류가 발전시킨 문명 간의 상호작용, 결국 우주에 흩어져 있을 수많은 우주 문명 간의 상호작용이 장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우주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는 과거 어떤 '하나의 결정'만으로 야기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설사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 같은 선택을 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역사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도 한 세계를 멸망시킬 순 없어요.
이 세계가 멸망한다면 그건 살아있는 사람과 이미 죽은 사람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예요.'
<3부. 사신의 영생 Death's End> 중에서
'그래서 그들은 어디에 있나?'
우주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하다면 그 안에는 태양계의 지구와 비슷한 조건으로 생명이 존재할만한 행성 또한 수 없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아직 다른 외계문명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가? '페르미의 역설'로 알려진 이 질문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 있지만 이 소설은 '어둠의 숲' 가설을 내세운다.
'우주는 사냥꾼이 우글거리는 캄캄한 숲이다. 사냥꾼들은 풀숲과 나뭇가지를 해치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생명체의 기척을 느꼈을 때, 사냥꾼은 어둠 속에서 그것이 토끼인지 호랑이인지, 어린아이인지, 노인인지, 다른 무시무시한 사냥꾼인지 알지 못한다. 숲에서 타인은 존재만으로 위협이기 때문에 이 경우 사냥꾼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조치는 일단 그곳으로 총을 쏴서 잠재적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다.'
외계문명 존재를 확률적으로 추산하는 '드레이크 방정식' 결과에 따르면 우주에는 1만 개 정도의 문명이 있고 우리 은하에도 20개 정도의 문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어둠의 숲' 이론이 맞다면 우리가 아직 다른 문명과 조우하지 않은 것은 행운이다. 우리의 위치가 노출되면 우리는 그들의 표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암흑의 숲에 인류라는 멍청한 아이가 있었어요. 옆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어엉 울며 외쳤죠.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다고요!'
<2부. 암흑의 숲 The Dark Forest> 중에서
고도의 기술 개발을 통해 자연을 파괴하고 동족을 죽이는 잔혹한 문명이 있다면 우리는 그 문명이 오랫동안 번영하고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을까? 나아가 그러한 문명이 계속 존속해야 할 당위성이 있을까?
내가 속한 집단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동족을 죽이는 경우를 자연계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만큼 다양한 방법과 수단으로 효율적이고 광범위하게 동족을 죽일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지난 1만 년 동안 동족을 죽이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을 개발해 온 종이 바로 인류이다. 인류 문명이 짧은 시간에 놀라운 과학 진보를 이루었고 사회 제도나 윤리적으로도 성장했지만, 과연 그 잔혹성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진보한 문명으로 발전할 수 있지 단정하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인류에 가장 위협적인 적은 외계 문명일까? 인류 자신일까?
이곳에 오십시오.
나는 당신들이 이 세계를 얻는 것을 돕겠습니다.
우리 문명은 이미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당신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너희는 벌레다.
<1부. 삼체 문제 The Three Body Problem> 중에서
소설은 가늠하기 힘들 만큼 광활한 우주와 상상할 수도 없는 억겁의 시간을 관통하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대한 우주의 시공간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찰나의 인생, 좀 더 나아가 인류가 쌓아 온 문명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을 넘어서, 인류의 존속과 멸망을 목도하고, 궁극적으로 우주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을 때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게 될지 어렴풋이 상상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보잘것없는 인류에 대한 애증과 연민, 우주의 시간에 비해 너무나 짧은 인생의 고귀함, 그리고 그 짧은 삶 속에서 스쳐가는 수많은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