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예상 했었지만 첫 번째 에피소드를 읽고 나서 잠시 책을 덮고 더 읽지 못했다.
내용이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다.
떠난 자의 흔적을 마주하는 작가가 던진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의 여운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우선은 작가의 문장이 요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여느 감상적인 에세이의 문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쓰였고,
떠난 이의 삶에 대한 연민을 넘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읊조리는 작가의 독백이 그 어떤 장황한 종교나 철학 책 보다 더 큰 울림을 줬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책이다. 도저히 가볍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작가는 본인을 '특수 청소 서비스업'에 종사한다고 말하면서도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한 처치를 할 뿐이라고 말이다.
작가뿐만 아니라 죽음을 가까이해야만 하는 직업을 갖은 사람들도 아마 자신들의 일을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그냥 그 상황을 견디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늘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좀 더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혜안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뒷면인 죽음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입에 담기 힘든 '죽음'에 대해서 말이다.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냐만은
가난하고 외롭고 힘없는 사람들의 슬픈 고독사만큼은 작가마저 눈물짓게 하고 글을 읽으면서도 너무나 애처로워진다.
한 사람이 남기고 간 삶의 흔적이란 미납된 전기요금 독촉 고지서에 찍힌 이름처럼 아주 사소한 것마저 남겨진 사람을 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내 뒤에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나의 아름다운 흔적만 남기려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처럼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귀하지 않은 삶은 없고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은 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부디 작가의 바람처럼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외로운 죽음이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끊임없이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결국에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삶에 대해 따뜻한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작가의 글에서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