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소유보다는 도움과 방조의 관계이다.'
고양이를 한 번이라도 가까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작은 생명체의 몸짓에 매혹되기 마련이다.
무심한듯 거리를 두다가 어느새 부드러운 꼬리로 다리를 휘감으며 설레게 하더니, 손을 뻗으면 앙칼지게 할퀴고 도망간다.
소 닭보듯 멀리서 쳐다보다가도, 쏟아질듯 신비로운 눈망울로 다가와 눈을 맞춘다.
영혼을 꿰뚫는 듯한 그 눈을 마주본 순간, 우리는 이미 고양이 마법에 홀려버린다.
굳이 고양이 '톡소 플라스마'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묘하게 반짝이는 고양이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 신비로운 생명체에 대한 경외감,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들은 우리 곁으로 오게 되었을까? 고양이들은 딱히 우리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우리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는 나약하고, 느리고, 날카로운 발톱이나 송곳니도 없다.
진화과정 내내 고양이과 거대 육식동물의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이는 고양이과 육식 동물의 송곳니 모양의 구멍이 뚫린 영장류 두개골 화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우리 조상님들이 한양 갈 때 목숨을 걸고 호랑이를 피해다닌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태생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사이임에도 고양이는 지금 우리 곁에 있다.
인간과 개가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개가 인간에 의존적으로 길들여진지는 이미 만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지만
고양이가 인간의 곁을 파고든 것은 불과 몇 천 년 전인 비교적 최근이고 여전히 완전히 길들여지지도 않았다.
'우리들 사이로 처음 들어온 고양잇과 동물은 나약하고 온순한 녀석이 아니었다. 사자의 심장을 가진 용감한 녀석들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고양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우리를 선택한 것일 수 있다.
이들은 우리가 가축화 하려고 선택한 동물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공간을 침범한 무서운 침략자였던 것이다.
인간을 겁내지 않고, 담대한 용기를 가진 고양이의 조상이 인간의 공간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고양이 조상은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인간에게 공격성을 띄지 않았을 뿐이다.
마치 사자가 옆에 지나가는 다른 동물에 개의치 않는 것 처럼.
우리 옆에 서성이는 이 작은 고양이가 사실은 가장 용감한 고양잇과 동물의 후예인 것은 아닐까?
어쩐지 이놈들 만만치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