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책 BOOK

고래, 천명관 2014

제이우드 || 2023. 3. 23. 12:44
비참한 삶을 산 한 노파와, 육체적 아름다움과 사업적 강단을 가진 금복, 그리고 그녀의 백치 딸 춘희.
세 여인의 기구한 팔자가 얽히고 섥힌 이야기는 상당히 기묘하지만 흡입력있다.
 
현실과 비현실을 왔다갔다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게 무슨 전개인가 싶기도 하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시선을 잡아당기는 이야기의 힘이 상당하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쉼없이 빠르게 달려온 이야기의 끝에 다다라 힘이 쭉 빠져 멍해진다. 
 
거칠지만 기묘하고 궁금한 이야기.
하지만 딱 거기까지.
 
 
고래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자인 천명관의 '특별한' 장편소설. 신화적, 설화적 세계에 가까운 시·공간을 배경으로, 1부와 2부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천태만상, 우여곡절을 숨가쁘게 그려냈으며, 3부는 감옥을 나온 뒤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온 금복의 딸이자 정신박약아인 춘희의 생존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폭풍우처럼 격렬하고 파괴적인 인간의 '욕망'을 그린 천명관의 소설은 인물의 내면과 공간의 묘사를 배제한 채 시나리오 기법에 의존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읽힌다. 살인과 폭력, 죽음의 음산함, 전통설화의 세계, 질펀한 해학과 유장한 판소리를 연상케 하는 능청스럽고 능란한 입담, 신파극 변사를 떠올리게 하는 과장된 감정분출과 유치한 이죽거림, 무협지나 성인만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 등 다양하고 다채로운 자양분들을 치밀한 구성으로 한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작가 자신, 우리의 지난 세기를 세상에 떠도는 얘기들로 채우고자 했다고 했지만, 그리고 이러저러한 잣대로 소설을 재단하는 것도 시도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우선 오랜만에 만나는 이야기의 성찬으로, 강력한 입심 앞에 선 독자가 느끼는 당연한 끌림에 순응해서 이 소설에 다가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저자
천명관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