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책 BOOK

여우와 나, 2022

제이우드 || 2023. 7. 16. 14:28
 
여우와 나
『파이 이야기』의 얀 마텔로부터 “소로가 『어린 왕자』를 읽었다면 『여우와 나』를 썼을 것”이라는 극찬을 받은 책. 한 무명의 생물학자가 쓴 이 회고록은 PEN 에드워드 윌슨상과 노틸러스 북어워드 금메달 외 다수의 출판상을 휩쓸었고 유수 언론사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꼽히며 과학적 성취와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황무지의 작은 생태 틈바구니 하나도 놓치지 않는 치밀한 관찰력과 문학적 비유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기적 같은 마주침에 대한 시적인 묘사는 자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히며 강렬한 데뷔작이 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란 저자의 바람은 “실온에서는 증발하여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고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수은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레인저(국립공원 관리인)가 되어 글레이셔, 레이니어산, 노스캐스케이즈, 보이어저스, 옐로스톤을 떠돌았다.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할수록 자연은 더 강한 힘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황무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 저자가 마주한 것은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면서도 자신보다 훨씬 수월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매일 같은 시간 오두막을 방문하는 여우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어린 왕자』를 읽어주기 시작한다. 이들을 길들이려는 저자의 모든 시도는 그녀의 유머처럼 조금씩 엇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을 가르는 깊고 넓은 협곡의 틈새를 의식하면서 동시에 거침없고 다정한 야생 그 자체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저자
캐서린 레이븐
출판
북하우스
출판일
2022.10.06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 속에서 성장한 저자는 어른이 되어 생물학자가 되었고,

여전히 인간 사회의 수많은 관계에 불편함을 느껴 자연 속에서 지낼 수 있는 '레인저(국립공원관리인)'의 삶을 산다.

 

저자를 힘들게 하는 문명의 제도와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 자연을 오롯이 맞이하면서 사는 레인저의 삶은 저자에게 따뜻한 치유와 안식을 가져다주었다.

매일 같이 찾아오는 산새들, 텃밭의 밭쥐들, 오소리, 말코손바닥사슴과 더불어 지냈고

그중 '여우' 한 마리와 각별한 관계를 만들었다. 

저자는 책에서 그 여우를 처음 만나고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고 있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게 된다.

보통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자연과의 '관계'에서 그 상처를 치유한다.

내 옆에 있는 강아지, 고양이. 베란다 화분의 작은 꽃, 동네 공원의 커다란 나무 그늘.

자연과의 사소한 '관계'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고, 위로를 받고, 감정을 정화한다.

 

시골 외가에 가면 늘 마당 한쪽을 서성이던 동네 고양이가 있었다.

툇마루에서 주전부리를 하다가 먹을 걸 조금 주면 도망가지도 않고 근처에서 앉아 놀다 가곤 했는데,

우리가 자주 먹을 걸 주다 보니 어느 날은 쥐를 잡아와서 마당에 놓고 가는 '고양이의 보은'을 하기도 했다. 

고양이와 놀던 그 순간은 정말 나른하고 평온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몇 번 그 고양이를 외가에서 보았지만,

유난히도 추웠던 어느 해 겨울이 지나고 외가에서 그 고양이를 다시 보지는 못했다. 

벌써 꽤 오래된 이야기다.

 

자연과의 사소한 '관계'가 사람과의 복잡한 '관계'와 달리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나에 대한 편견과 가식이 없고,

항상 한결같이 나를 대해주며,

서로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곁을 내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과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출처: 북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