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 속에서 성장한 저자는 어른이 되어 생물학자가 되었고,
여전히 인간 사회의 수많은 관계에 불편함을 느껴 자연 속에서 지낼 수 있는 '레인저(국립공원관리인)'의 삶을 산다.
저자를 힘들게 하는 문명의 제도와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 자연을 오롯이 맞이하면서 사는 레인저의 삶은 저자에게 따뜻한 치유와 안식을 가져다주었다.
매일 같이 찾아오는 산새들, 텃밭의 밭쥐들, 오소리, 말코손바닥사슴과 더불어 지냈고
그중 '여우' 한 마리와 각별한 관계를 만들었다.
저자는 책에서 그 여우를 처음 만나고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고 있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게 된다.
보통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자연과의 '관계'에서 그 상처를 치유한다.
내 옆에 있는 강아지, 고양이. 베란다 화분의 작은 꽃, 동네 공원의 커다란 나무 그늘.
자연과의 사소한 '관계'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고, 위로를 받고, 감정을 정화한다.
시골 외가에 가면 늘 마당 한쪽을 서성이던 동네 고양이가 있었다.
툇마루에서 주전부리를 하다가 먹을 걸 조금 주면 도망가지도 않고 근처에서 앉아 놀다 가곤 했는데,
우리가 자주 먹을 걸 주다 보니 어느 날은 쥐를 잡아와서 마당에 놓고 가는 '고양이의 보은'을 하기도 했다.
고양이와 놀던 그 순간은 정말 나른하고 평온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몇 번 그 고양이를 외가에서 보았지만,
유난히도 추웠던 어느 해 겨울이 지나고 외가에서 그 고양이를 다시 보지는 못했다.
벌써 꽤 오래된 이야기다.
자연과의 사소한 '관계'가 사람과의 복잡한 '관계'와 달리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나에 대한 편견과 가식이 없고,
항상 한결같이 나를 대해주며,
서로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곁을 내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과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