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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신형철 2022

제이우드 || 2025. 4. 14. 17:20
 
인생의 역사
* 『인생의 역사』 초판 한정으로 출고된 양장본은 현재 소진되어, 2쇄부터 무선본으로 출고되오니 도서 구입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 2023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 선정 신형철 평론가의 시화(詩話) 『인생의 역사』를 2023 서울국제도서전 리커버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도서전 프로그램 〈다시, 이 책〉의 일환으로, 책이 가진 물성, 북디자이너의 감상 팁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책을 마주할 때의 첫 느낌, 첫 기억을 새로이 새겨보자는 취지에서다. 서울
저자
신형철
출판
난다
출판일
2022.10.17

 

미술관에 혼자 가서 그림을 감상할 때 내 나름대로 화가의 의도를 해석하면서 볼 수도 있지만, 도슨트가 화가와 작품에 대한 배경설명을 해 주면 그림을 볼 때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다. 
문학평론이라는 것도 그러한 것 같다. 문학 작품을 읽고 스스로 해석하고 나름의 감상을 이끌어내는 것에 그칠 수도 있지만, 누군가 옆에서 그 작품에 숨겨진 해석과 시대적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주면 작품에 대한 감상이 훨씬 더 풍성해진다. 독자로서 작가가 아닌 평론가의 시선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평론이라는 장르는 원작을 접했을 때의 감상과는 또 다른 종류의 깊이와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책에서는 <공무도하가>, 에이드리언 리치 <강간>, W.H.오든 <장례식 블루스>, 필립 라킨 <나날들>,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해석이 좋았다.


 

'가장 오래된 인생의 낯익음' -<공무도하가>

나는 내 뜻대로 안 된다. 너도 내 뜻대로 안 된다. 그러므로 인생은 우리 뜻대로 안 된다.

 

 

'왜 모든 강간은 두 번 일어날 수 있는가' -에이드리언 리치, <강간>

구조가 폭력적일 때 그 구조의 온순한 구성원으로 살아온 사람은 축소해 말해도 결국 '구조적 가해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 -W.H.오든, <장례식 블루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이 나날들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필립 라킨, <나날들>

인생을 짧게 줄여놓은 파노라마 영상을 볼 때면 으레 눈물이 흘렀다. 이미 살고 난 뒤에 되돌아보면 일생이란 저렇게 짧게만 느껴지겠구나 싶은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란 없으니, 일단 하나의 길을 택했다면, “가지 않은 길”에는 미련을 갖지 말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