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에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로 자리매김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고요의 바다에서」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독특한 서정성과 세상을 향한 고요한 애정이 빛나는 이 작품은 20세기부터 25세기까지 5백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엮어 낸다. 집에서 쫓겨나 먼 나라로 떠나온 20세기 초의 청년 에드윈, 캠코더를 들고 집 근처 숲을 산책하는 20세기 말
- 저자
-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 출판
- 열린책들
- 출판일
- 2024.07.20
우리가 시뮬레이션 안에 살고 있다면 그것이 시뮬레이션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수백 년 시차를 두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같은 사건을 경험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나의 사건이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를 침범하여 특정 인물들이 같은 현상을 경험했다는 것이 증명되면, 그것은 시공간이 얽힌 하나의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마치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있는 버그처럼 말이다.
오늘 내가 순간적으로 느낀 환영과 알 수 없는 음악소리를 백 년 전 어떤 사람이 똑같이 보고 듣고서 편지에 남겼고, 다시 수 백년 후 누군가도 같은 경험을 한다면, 호기심 많고 의심 많은 시뮬레이션 속 누군가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을 확인하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세상이 정말 시뮬레이션이라는 증거를 찾을지도 모른다. 아마 시뮬레이션을 설계한 디자이너는 그런 시도를 정교하게 막으려 할 테지만 말이다.
우리가 시뮬레이션 안에 살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났을 때 그 소식에 대한 알맞은 반응은,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것. 시뮬레이션 안에 산대도 삶은 삶이다.
누가 어떤 의도로 이 세상을 거대한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나와 우리 가족은 지금 여기 있고, 현실의 고통과 행복 역시 내 앞에 있다. 차라리 이 모든 것이 시뮬레이션이라 믿는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시뮬레이션에서 아웃될 때까지, 우리 삶은 너무나 정교하게 이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