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후 4시.
느릿느릿 모지코 근방만 둘러보니 해질녘까지 시간이 넉넉히 남을것 같다.
'음, 뭘 하지.....'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음이 '띠또띡 띠또띡' 나른하게 울려퍼지는 거리.
칸몬 연락선
원래 시모노세키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고 갈 요량이었는데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해협 건너 시모노세키에도 발자국을 한 번 찍는 게 나쁘지 않을것 같다.
모지항에서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시모노세키의 가라토시장까지 왕복하는 연락선을 타면
한 10분 만에 칸몬 해협을 건널 수 있다.
대인편도 승선권, 390엔 !!
오전에 가라토시장에 초밥먹으러 가는 손님이 주로 이용한단다.
배가 많아서 선착장에서 느긋하게 앉아 기다리면 된다.
'통통통통' 엔진을 울리며 도착한 자그마한 연락선.
능숙하게 로프를 잡아 선착장에 배를 고정시키는 앳된 승무원이 친절하게 발판을 내려주면 배에 오를 수 있다.
늦은 오후라 그런지 손님이 많진 않다. 일곱 명 정도...ㅎㅎ
작은 배지만 제복을 입은 승무원이 세 명이나 있는데,
바지를 한껏 끌어올려입은 특유의 단정함이 이색적이다.
'출발~~'
기름 냄새를 풍기며 꼬마 연락선은 칸몬 해협을 빠르게 지난다.
첨벙첨벙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연락선 창문 너머로 칸몬 대교를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시모노세키에.
정말 10분도 안 걸리는 것 같은데...!!
바다를 건넜으니 여기는 혼슈, 시모노세키.
모지에 있었을때는 어딘가의 시작점에 서 있었던 기분인데,
여기서 해협 건너 모지를 바라보니 어딘가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기분이다.
....
색다른 기분.
카이쿄칸 Kaikyokan
선착장에 내려 왼쪽에 커다랗게 보이는 건물이 시모노세키의 명소 카이쿄칸.
내가 좋아하는 거대 수족관.
복어의 명소답게 여러종류의 복어도 전시되어 있고, 일본에서도 제법 규모가 큰 편인 수족관이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하늘을 나는듯 유영하는 아름다운 생물체들을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신비로운 경험이다.
커다란 통유리 앞에 서면 바다 깊은 어느 곳에 서 있는 느낌이다.
눈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커다란 물고기들. 오오오....
여기와서 보니 복어가 생각보다 정말 귀엽게 생겼다.
눈망울도 커다랗고 통통한 생김새도 인형처럼 깜찍하다 *.*
몇 마리 가져가서 어항에 넣고 키우고 싶은데~
마지막으로 커다란 고래뼈가 공룡 화석처럼 작별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카이쿄칸 관람이 마무리된다.
오후 늦게와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지 않고
조용하고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안녕, 고래뼈씨~'
다음에 또, 시모노세키
지도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바다를 건너 곧장 닿을 수 있는 곳이 시모노세키이다.
부산에서 부관페리를 타면 도착하는 곳인지라, 여행 계획으로는 몇 번이고 루트에 있던 곳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와버렸는데 해협이 바라다 보이는 이곳만은 경치도 좋고 거리도 깨끗해서 무척 마음에 든다.
산책하는 사람들과 자전거 타는 아이들...
낚시대를 길게 드리우고 바닷바람을 쐬는 사람들도 이곳의 여유로운 풍광 속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 같다.
오전에 왔었으면 유명한 가라토 시장에서 초밥을 사 먹었을 텐데 아쉽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
대신 기념으로 이곳의 마스코트 배 불뚝이 '복어씨' 사진 한 컷.
정말 복어스럽게 생겼다.
'너도 다음에 또 보자~'
해도 뉘엿뉘엿 이제 다시 모지로 갈 시간.
그 전에 저녁이나 먹고 가자.
따뜻한 오차와 주문한 '무슨무슨 알 덮밥'.
당최 일본어 메뉴판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ㅎㅎ
그래도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