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旅行 190

유럽배낭여행 [파리 - 렌 - 몽생미셸 - 렌 - 파리]

2004.10. 8. 金 몽빠르나스 역 아침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열차 출발시각까지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 일단 어제 받은 예약티켓으로 렌까지의 TGV좌석표를 받았다. 다른 일반 열차와 달리 TGV의 경우는 반드시 좌석을 예약해야만 탈 수 있기 때문에 어제 별도의 예약비를 지불 했었다. 렌까지 편도 좌석 예약에 3.50유로의 적지 않은 액수다. 독일의 ICE를 제외하고 유럽의 다른 고속열차는 모두 좌석예약을 해야만 탑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승객에게는 구간요금 외에 별도로 좌석예약요금이 가중되는 부담이 있다. 원래 유럽이 다른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차요금이 비싼 편이라고 하는데, 고속열차를 탄다는건 유럽인에게도 그리 가벼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외국인을 위해 유레일패스를 파는 것처럼 현지인들은 정액..

유럽배낭여행 [파리]

2004.10. 7. 木 Montparnasse Tower 내일 몽생미셸로 가는 TGV를 예약하러 아침부터 몽빠르나스역에 들렀다. 일단 몽생미셸에 가려면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근처 '렌'까지 가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우리나라도 영동선이나 경춘선이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프랑스 남부나 서쪽으로 가는 열차는 이 몽빠르나스역에서 출발한다. 역 앞에는 파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몽빠르나스 타워가 있는데, 높이는 우리나라 63빌딩이랑 비슷한 것 같다. 유럽은 철도가 빽빽한 그물망처럼 곳곳으로 뻗어있어 기차여행하기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대륙에 붙어 있으면서도 사실상 '국경'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다국적 기차를 타고 마음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유럽사람들이 마냥 부러워 보인다. 구한말에는 ..

유럽배낭여행 [런던 - 파리]

2004.10. 6. 水  기차에 타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들었던 모양이다.곁눈을 살짝 떠보니 기차는 지평선이 그어져 있는 넓은 들판을 달리고 있다.'어....해저터널 지났나? 벌써 프랑스야?...'내가 잠든 사이 유로스타는 도버해협 해저터널을 지나 프랑스 북부의 넓은 평야를 달리고 있었다.드넓은 프랑스의 평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직도 무거운 눈꺼풀을 껌뻑거렸다. 파리 입성빠리에 오세요.아! 꿈과 낭만의 도시, 빠리에 오세요.내가 갈 수 없으니 당신이 오세요.나를 찾지 않아도 돼요. 아니, 찾지 마세요.                                          -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서장 첫머리 -9시 23분 파리 북역. 런던과의 시차 한 시간.싸늘한 공기를 가르며 홍세..

유럽배낭여행 [런던 - 파리]

2004.10. 5. 火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어느덧 2층 버스에 익숙해진 덕분에 이제는 느긋하게 런던을 바라보고 있다. 한가한 오전의 런던 거리... 어제도 뮤지컬 티켓을 사러 레스터 스퀘어에 잠시 들렀었는데 또 늦게 가는 바람에 티켓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처음부터 바로 극장에서 티켓을 살 생각을 하고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는 'HER MAJESTY'S'로 가는 길이다. 런던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인데 멋지게 마무리 짓고 가야지... HER MAJESTY'S 내가 생각했던 극장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이 멋진 건물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는 곳이다. 'her majesty's...?'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her majesty'란 말은 '여왕폐하'를 지칭해 부르는 말이라고 하..

유럽배낭여행 [런던]

2004.10. 4. 月 '툭...투둑...툭..' 지붕에 있는 작은 창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방안 가득 울린다. 창문을 빼꼼히 열고 밖을 보니 날씨가 어제보다 많이 안 좋은 것 같다. 바람도 세차고 빗줄기도 훨씬 굵어졌다. '아직 새벽이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 2시간 뒤... 다행히 빗방울은 그쳤는데 여전히 하늘은 흐리다. 기온도 더 내려가서 꽤 쌀쌀하다. 영국으로 오면서 10월달이면 그래도 늦가을 정도의 날씨는 될 줄 알았는데, 아침, 저녁으로는 거의 우리나라 초겨울 날씨처럼 꽤나 추운 것 같다. '흐읍~ 춥다..' 그린파크 드넓은 잔디밭과 커다란 플라타너스나무가 서 있는 멋진 공원이다. 비 그친 아침이라 그런지 풋풋한 풀냄새와 나무냄새가 더 없이 상쾌하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가을 냄새..

유럽배낭여행 [런던]

2004.10. 3. 日 새벽 6시 시차 때문인지 아니면 바뀐 잠자리가 낯설어서인지 정말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진다. 일단 화장실로... 영국와서 새로 알게된 사실인데, 유럽의 주택 욕실은 바닥에 방수처리를 하지 않는단다. 배수구도 없이 그냥 나무 위에 타일만 바른게 끝이라.. 물이 계속 닿으면 아래로 새기도 하고 썩어서 내려 앉기도 한단다. 그래서 늘 바닥에 튄 물기는 걸레나 수건으로 닦아줘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한다. 이런 생활습관이 몸에 벤 유럽사람들이야 하등 불편할 게 없을지 몰라도, 물 팍팍 튀겨가며 욕실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도 습관적으로 욕실 바닥에 물뿌렸다가 황급히 걸레로 닦았었다. 샤워할 때도 커튼을 밑단이 욕조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샤워를 해야..

유럽배낭여행 [오사카 - 런던]

2004.10. 2. 土 아침 식사는 호텔 뷔페.. 물론 이것도 항공권 구입할 때 호텔 무료숙박과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다. 이렇게 재워주고 먹여줘도 항공사는 남는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Check out 영수증에 멋지게 싸인을 해주고 바로 공항 JAL창구로 향했다. Baggage Tag "저기...부산에서 받은 Baggage Tag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어?...이게 그거 아닌가요?" "음...아닙니다...이건 저 분이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보내신 짐 태그고 런던까지 보낸 본인 짐 태그는 아마 따로 받으셨을겁니다." "어...태그는 그거밖에 없는데요..." "아~재훈아...아침에 호텔방 쓰레기통에 버리고 온 게 니꺼였나보다...." "엇...!" 부산에서 같이 출발한 형이 태그에 적힌 자기 이름만..

유럽배낭여행 [부산 - 오사카]

2004.10. 1. 金 내 인생에서 출국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생각보다 빨리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24살에 하는 출국이 남들에게는 그저 별일 아닌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엄청난 '별일'이다. 언젠가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번에 이렇게 나가게 되는 것은 다소 갑작스런 감이 없지 않다. 하루 이틀 떠나는 여행도 아니고 비용도 기간도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배낭여행이라 결심하고 준비하기까지 처음부터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한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여행을 떠나서 내게 주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꼭 지금 가야하나?'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굳힐 때까지 이 물음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 그렇다고 이 물음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었기 때문에 떠나야 겠다는..

또 샌디에고 San Diego

10개월만에 다시 미국, 4년만에 또 샌디에고. 예상보다 빨리 이렇게 미국 땅을 다시 밟게 될 줄 몰랐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입국장을 지나 공항 의자에 앉아 있으니 눈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낯익은 표정과 분위기, 눈에 익은 간판들과 어디선가 날아와 귀에 툭툭 박히는 English까지 새삼스레 모든 것이 반갑기도하고 내심 편안하다. 마치 어릴적 살던 동네에 다시 놀러갔을 때의 익숙함과 반가움이 뒤섞인 기분같다고 할까. 미국은 내게 이제 그런 곳이 되었나보다. 다시 찾은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푸른 하늘을 가지고 있고,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은 더없이 시원하다. 코로나도 해변은 사람들의 여유와 나른함이 넘쳐나고, 라 호야 해변의 바다사자들과 시원한 파도도 여전히 그대로다. 익숙해서 좋은 여행도 있다.

가을 날 기차에서 본 풍경, Capitol Limited Amtrak

야간 침대 열차가 출발하면 드문 드문 노란 불빛만 반짝이는 어두운 들판을 한없이 달려간다. 어두운 풍경이 무료해져 흔들거리는 침대에 누우면,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선로 소리와, 아득히 멀리서 울리는 기적소리가 들려오고 흔들 흔들 그 소리를 따라가다보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 .... 해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기차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어느 강을 옆에 끼고 달리고 있다. 구름인듯 안개인듯 자욱한 풍경을 몽롱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새 아침 해를 비스듬히 받아 더 빨갛게 붉어진 단풍 계곡 사이를 달린다. .... 유난히 색이 예쁜 올해 단풍은 산위에서부터 기차가 달리는 들판 옆까지 내려와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이름 모를 작은 마을은 한없이 평화롭고 수확이 끝난 드넓은 옥수수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