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0. 日
파리를 온전하게 느껴볼 날도 이제 오늘로서 마지막이다.
내일 아침에는 곧장 벨기에로 넘어가야한다.
여행 10일째....
몸도 무겁고 마음도 가라앉아있다.
어제부터 날씨도 안 좋고, 왠지 기분도 축 쳐져서 10시가 다 되도록 침대에 뒹굴거리고 있다.
'훔....뭘 하나....'
프랑스 마지막 하루 계획은 솔직히 '로댕 미술관' 하나 밖에 생각해 둔게 없다.
베르사이유를 갈까 생각했었는데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 말에 따르면,
베르사이유는 돈만 많이 들고 화려한 궁전 같은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가도 별 재미도 없단다.
......내 스타일하고도 많이 안 맞을 것 같다.
그래도 파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데.....교외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그냥 조용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파리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나 했으면 좋겠는데....
침대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시간만 죽이고 있다.
2004 Paris Motor Show
한참만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도착한 이곳은 지하철 12호선 Porte de Versailles....
....'2004 파리 모터쇼'가 열리는 곳이다.
같은 방에 있던 한 분이 침대에서 꾸물거리는 내게 추천해 줬다.
자동차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진 않지만 '세계 4대 모터쇼' 중의 하나라는 명성에 부랴부랴 찾아왔다.
그동안 너무 미술관 일색인 일정에 다소 질린 것도 사실이고,
뭔가 좀 색다른 구경거리를 원했던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 샘이다.
아무래도 자동차 문화가 우리보다 훨씬 앞선 유럽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도 상당히 큰 것 같다.
더군다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넓디 넓은 전시장 안은 이미 사람들로 한 가득이다.
레져차량 코너에는 벤이랑 승합차, 캠핑카, SUV 등이 전시되고 있다.
SUV는 일본 차가 자그마한게 아주 맘에 든다.
개인적으로 차는 너무 큰 것 보다는 작고 아담한게 좋더라고...
올라타서 핸들이랑 기어랑 이것저것 만져보니까 괜히 한 대 사고 싶어진다.
클래식 차량을 전시해 놓은 코너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옛날 차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모두 우리가 가끔 흑백영화나 20세기 초기 영화에서 보던 그런 차들이다.
말도 안되게 작은 차들도 눈에 띄고,
고급스런 '캐딜락'이라든지 '재규어' 같이 한번쯤은 들어본 차들도 많이 있다.
이런 차들은 오래됐지만 전혀 촌스럽다는 생각이 안든다.
의외로 성능도 꽤 좋아서 80년 전에 이미 100km/h의 속력을 냈던 차들이 비일비재하다.
당시 100km/h의 속력으로 달렸다면 얼마나 신났을까.....
지금도 이런 고전적인 디자인에 성능만 개선한다면 참 개성있고 좋을 것 같다.
전시장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프랑스의 국민 브랜드 푸조를 필두로 아우디, BMW, 피아트, 벤츠, 폭스바겐, 포드, 도요타, 현대, 대우...
정말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침 우리나라 회사가 이벤트 쇼를 진행하길래 사람들이랑 같이 우르르 몰려가서 구경하고
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와 다 같이 그쪽으로 와르르 몰려가고....
전에는 자동차 회사가 이렇게 많은 줄 미쳐 몰랐다.
지금 대충 아는 것만 세어 봐도 10개가 넘는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회사까지 합치면 20개는 훌쩍 넘을 것 같다.
멋지게 쫙 빠진 컨셉트카.....
폭스바겐 'New Beetle'...
유명한 '비틀'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온 외형에 향상된 성능.....새로운 야심작이란다.
음....이 차도 꽤나 괜찮아 보인다.
아담하니.....이쁘다.
이거 타고 그대로 밖으로 몰고 나갔으면 좋겠네....
날렵하게 생긴 스포츠카....
여긴 멋지게 생긴 차밖에 없다.
'오오....멋져 멋져...'
전시장은 몇 개의 커다란 동으로 나눠져 있다.
규모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커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밖에서는 카레이서들이 장애물 통과하기, 급회전 하기 등등의 레이싱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어와 아스팔트의 찢어지는 마찰음이 아주 짜릿하다.
관람객들의 관심을 보아하니 생각보다 우리나라 차들에 대한 이미지가 꽤 좋은 것 같다.
세부적인 성능은 잘 모르겠으나 디자인 면에서도 그렇게 수준이 낮은 것 같지 않고...
어쩌면 우리같이 조그만 나라에 자동차 브랜드가 4~5개나 있다는게 아주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세계 4대 모터쇼에 당당히 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어째 모터쇼에 모델들이 없다 했는데 딱 한 군데 모델이 서있다.
늘씬한 금발과 갈색 머리의 미녀 모델......
'이쁘네.....'
이 순간.....더이상 차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후후
'이쁜 누나~ 여길 봐요~ 치즈~'
미래형 컨셉트 스포츠카.....
진짜 레이싱용 차량.
이런건 시속 몇 킬로미터까지 나오려나........
역시나 그 명성답게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관람객도 엄청난 모터쇼인 것 같다.
아직 구매자의 입장이 못되서 그런지 모터쇼라는게 마음에 썩 와닿지는 않지만,
평소 볼 수 없었던 멋진 차들을 볼 수 있다는게 매니아나 일반인 모두에게 즐거운 기회인 것 같다.
미술관이나 박물관보다 한결 가볍게 볼 수 있어서 부담은 없었지만
역시나 사람많고 규모가 커서 그런지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네.....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허비해버렸다.
또 서둘러야겠는데...
로댕 미술관
지하철 13호선 Varenne역에 내리면 로댕의 작품을 모사한 청동 작품들이 플렛폼에 서 있다.
앵발리드를 옆에 낀 호젓한 대로를 따라가면 아담한 뒤뜰과 시원스런 정원을 가진 미술관이 나온다.
한때 한 기업가의 저택이었으나 그 뒤 여러 사람을 거쳐 지금 이렇게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로댕.....조각가 로댕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의 작품이라고는 기껏 '생각하는 사람', '칼레의 시민', '지옥의 문'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솔직히 로댕이 20세기 사람이라는 것도 여행 오기 전에서야 책을 통해 알게됐다.
하지만 로댕을 사모하고 질투했던 그의 제자 클로델의 이야기를 알고나서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로댕과 그의 동거녀 로즈 뵈레....그리고 애원하듯 로댕에게 매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한스럽게 담아낸
클로델의 <중년>이란 작품은 오르세에 갔을때 이미 본적이 있다.
(아래 그림은 오르세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Camille Claudel (1864-1943) L'âge mûr(Maturity) 1895-1903
신의 손을 훔쳤다는 찬사를 받는 로댕에게도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는걸 알고나서부터
왠지모를 호기심과 인간적인 친근감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애증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묘한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사랑은 알 수 없는 것이다....
The Gates of Hell
The Monument to the Burghers of Calais 1889 bronze
유명한 '지옥의 문'과 교과서에서 본적이 있는 '칼레의 시민들'......
이 '칼레의 시민들' 때문에 나는 한동안 로댕이 영국, 프랑스 100년 전쟁 당시 사람인줄 알았었다.
미술관 앞은 잔디밭과 호수 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조각공원같은 느낌이 든다.
마침 낙엽도 적당히 있고 해서 운치도 있고, 일단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아서 참 좋다.
그래.....어쩌면 나는.....좀 한적하게 거닐 만한 곳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잠시 정원에 있는 카페에서 Nordiane이라는 '빵'도 아니고 '전'도 아닌 걸로 점심을 해결했다.
가운데 야채랑 연어살이 들어있는데.....
몽생미셸에서 먹은 소 위 스테이크 이후로 가장 난감한 프랑스 음식인 것 같다.
'물..........'
미술관 건물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권 검사를 한 번 더 받아야 한다.
멋모르고 쓰레기통에 버렸더라면 큰일날뻔 했다.
근사한 2층 목조 주택이다.
The Kiss 1888 - 1889 marble
한 남녀가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고 있는 이 작품은 말 그대로 'Kiss'라는 작품이다.
음....키스를 하고 있지만 그 이유는 왠지 가볍지 않은 것 같다.
내 느낌에는 애정의 이면에 어떤 안타까움이 배어있는게 아닐까 싶다.
입술을 떼는 순간 어떤 무언가가 이 둘을 갈라놓을 것만 같다.
뭔지는 모르겠지만.....왠지 그럴 것 같다.
Young Woman in a Floral Hat circa 1865 terracotta
하늘하늘 꽃으로 장식된 모자를 쓴 어여쁜 소녀의 모습이다.
책에서 사진으로 본 이후로 꼭 한 번 이 소녀상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대리석이나 청동과는 달리 점토의 느낌이 참 따뜻하고 여려보인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로댕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었지만 특히 이 소녀의 얼굴이 제일 궁금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왠지 끌렸다.
THE THINKER, 1880 Bronze
오늘도 뭔가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
한때는 이 조각상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람이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그리 좋은건 아닌 것 같다.
조각은 조각 나름대로 평면의 회화가 가지지 못한 다른 매력이 있다.
만지면 손에 닿고...감촉이 느껴지고...감싸 쥘 수 있고...
나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공간적인 동질감이 보는이에게 훨씬 생생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다.
회화는 나와 다른 2차원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저 바라 볼 수밖에 없지만,
조각은 바로 내 눈앞에서 부피와 질감을 지니고 있는 또다른 대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미술관에서 빠져나와 호젓한 정원을 거닐었다.
사람도 별로 없고 한산한게 좋네....
오늘따라 하늘이 안개낀 듯 뿌옇고 기온도 제법 쌀쌀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상쾌하다.
.............
이런 한가함이 꽤나 오랜만인 것 같다.
애들 노는건 어디나 똑같은가보다.
자그만 알밤으로 소꿉놀이하다가 술래잡기하러 뛰어다니는 꼬마애들 모습이 참 귀엽다.
..............
여행 시작한지 10일동안 내셔날 갤러리, 테이트, 오르세, 루브르를 거쳐 오늘 로댕 미술관까지 왔다.
근 10일만에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미술관 여러군데를 한꺼번에 다 지나쳐 버린것이다.
나름대로 천천히 보고 자세히 보려고 노력했건만 애시당초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런던, 파리를 연이어 거치면서 대형 미술관을 줄줄이 소화하는 일정이 무리였던 것 같기도 하다.
...........
더불어 미술작품을 대하면서 나의 느낌과 나의 생각이 아니라,
남들의 느낌과 책의 해설만 바쁘게 뒤쫓아 확인한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책에 그렇게 씌여 있으니까 내가 그렇게 느낀건 아닌지, 남들이 그렇다 하니까 내 생각도 그런게 아닌지.....
이것저것 조금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이제 당분간 미술관에 찾아올 일은 없다.
일정대로라면 아마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에 가서야 미술관을 찾지 않을까 싶다.
MARAIS
로댕 미술관에서 지하철을 타고 1호선 St Paul역에 내리면 이 일대가 '마레지구'다.
파리 시청 뒤편으로 자리잡은 오래된 시가지를 '마레지구'라고 한다.
고풍스런 건물과 거리, 오밀조밀 다양한 가게가 있는 곳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안그래도 좁은 인도가 사람들로 가득하다.
골목에는 예쁘장한 옷이랑 특이한 악세사리를 파는 자그마한 부띠끄들이 연이어 있고,
골목이 꺾어지고 만나는 곳은 어김없이 카페나 레스토랑이 있다.
여기 오기 전에는 정말 낡고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을 상상했었는데 차도 다니고 꽤나 널찍널찍하다.
가게마다 파는 물건들이 아주 다양해서 이것저것 구경하면 막 사고싶어진다.
일본사람인 듯한 아가씨들이 손에손에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날씨도 쌀쌀해서 목도리나 하나 살까하고 살짝 가격표를 보니까 꽤 비싸다.
'힉....무슨 목도리 하나가 40유로씩이나....'
좁은 입구를 따라 들어간 오래된 서점.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온통 디자인, 회화, 사진에 관련된 책들로 가득하다.
크고 정리정돈 잘된 그런 서점이 아니라 그야말로 눅룩한 종이냄새가 나는 진짜 서점같은 곳이다.
여기서 오래된 책을 뒤적거리다보면 책속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서점에서 나와 계속 걷는다.
이 골목....저 골목.....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걷다보면 이쁜 정원을 가진 조그마한 공원도 나오고
동네 꼬마들이 자전거를 타고 노는 한적하고 아담한 교차로도 나온다.
건물들이 참 이쁘다.
오래된 석조건물들이 세월의 때가 묻어 더 자연스럽다.
솔직히....이제는 이런 건물을 보고 감탄하거나 부러워하는게 조금 두려워진다.
자칫 내가 유럽의 이런 건물들을 보고서 앞으로 계속 우리나라 건물들을 냉대하게 되는건 아닐지하고 말이다.
우리와 서양은 건축사상도 다르고, 건물에 쓰는 주 재료도 다르고, 사회적인 인식도 다르다.
그래서 서로의 비교 우위를 따지는게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고건물들이 상당수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이 '풍경' 하나는 정말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현대 건축이 본격적으로 도입된지는 채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온통 사각 시멘트 상자같은 상가들과 주변 스카이라인을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솟아있는 아파트촌 뿐이다.
난 항상 이게 불만이었다.
왜 우리나라는 건물들을 이 따위로밖에 짓지 못하는가 말이다.
시골입구에 불쑥불쑥 솟아있는 모텔건물이나, 산 허리에 닭장처럼 자리잡은 대형 아파트 촌이나,
지붕위에 커다랗게 물탱크나 이고 있는 우리 주택들을 보면 정말 한심한 생각밖에 안 든다.
돈도 좋고 개발도 좋고 실용성을 생각하는 것도 좋으나...
이제는 좀 심미적인 면을 고려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일본만 해도 일본 전통의 2층 목조주택 구조를 현대적으로 개조해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까만 기와지붕들이 쭉 늘어선 모습은 유럽의 주택가 마냥 단정하고 보기 좋았다.
우리가 주택가를 온통 한옥단지로 만들 수는 없지만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가지는 건물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어찌됐건....
국적불명의 네모난 시멘트 상자들은 어서빨리 사라져야한다.
피카소 미술관을 지나 자그마한 벼룩시장을 둘러보니까 시간이 제법 흘러갔다.
슬슬 들어가야할 것 같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멋진 밤을 준비해야지....
세느강...파리...
숙소 사람들과 함께 센강 유람선 Bateaux Mouches를 타러 왔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권유로 따라 나섰다.
그러고 보면 파리까지 와서 그 유명한 세느강 유람선 한 번 안 타보는 것도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지하차로를 지나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에펠탑이 바라다 보이는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강바람이 제법 쌀쌀하네...
선착장에 앉아서 사람들이랑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유람선으로 향했다.
배가 제법 크다...
한강 유람선도 아직 안 타봤는데 세느강 유람선을 먼저 타게 됐네...
스크루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곧 유람선은 어두운 센강 위를 유유히 미끄러져 내려간다.
고맙게도 한국어 안내방송이 나오는 유람선은 시테섬으로 향했다.
까만 파리의 밤하늘 밑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세느강을 따라 유람선은 천천히 흘러간다.
옆으로 다른 유람선이 지나갈 때면 서로 손을 흔들기도 하고....
루브르 궁전과 퐁뇌프, 콩시에쥬리를 지나서 거대한 노틀담 성당이 낯과는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낯에 보는 풍경도 멋있지만 밤에 조명을 받으니 건물들마다 다 색다른 느낌이다.
세느강의 밤은 너무나 아름답다....정말....진짜....
은은한 조명을 받은 아름다운 다리와 건물들.....
얼굴을 스치는 싸늘한 강바람.....
백만불짜리 야경이라는 센강의 야경은 그렇게....아름다웠다.
사람들과 가방에 넣어온 병맥주를 나눠마시며.....
흘러가는 유람선을따라 세느강의 정취에 흠뻑 취해 버렸다.
문득 부모님과 친구들 얼굴이 떠오른다.....여기서 이렇게 지금 같이 봤으면 참 좋을텐데....
여행이란 어쩌면 내 주변사람들에게 나의 짐을 맡겨둔 채 잠시 떠나오는건지도 모르겠다.
......
파리......참 매력있는 도시다.
맛있는 빵이 있고, 아름다운 아가씨들도 있고, 멋진 야경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역시 파리가 아름다운 가장 큰 이유는 낭만과 멋을 아는 매력적인 파리지엥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의 이런 파리를 만든 수많은 파리지엥들이야말로 파리의 가장 큰 재산이 아닐까....
만약 나의 이런 느낌이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파리에 대한 환상 때문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계속 그 환상을 담아두며 살고 싶다.......
런던을 떠날 때도 그렇더니....파리의 마지막 밤도 무척이나 아쉽다.
언제쯤 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 멋진 파리에 다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