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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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19

아이슬란드 ICELAND, 레이캬비크 (II) ...마지막

1.커피를 마셔볼 걸 그랬다. 아니면 펍이라도 들려볼 걸 그랬다. 어디 편안히 앉아서 사람 구경이나 하면서...  2.세트장보다 더 예쁜 레이캬비크 시내는시선 닿는 곳마다 스냅사진이 된다.낯선 공간에 막 익숙해질 때쯤 떠나는 묘한 아쉬움이 배가되어아주 사소한 것까지 눈 한가득 담긴다.신문보는 아저씨...길냥이...웃고떠드는 아이들...호수의 오리들... 3.항구로 나가 바닷바람도 쐬고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커다란 크루즈선 구경을 하다가로컬 식당에서 랍스터 수프와 조개 구이로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장식한다.랍스터 수프에 건더기가 크지 않은게 함정이지만 무언가 바다의 정취가 느껴지는 식당과 음식이 썩 괜찮은 만찬이다. 4.아이슬란드의 마지막 날 하늘은 간간이 구름이 있지만 더 없이 맑고 백야의 하늘 ..

아이슬란드 ICELAND, 길 위에서...(III)

1. 아퀴레이리에서 레이캬비크까지 링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의 서쪽 절반을 가로지르는 길. 아이슬란드의 서부는 동부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초록 들판이 무성한 목장과 농장이 펼쳐져있고 파란 루핀과 노란 야생화가 유달리 많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작은 마을들도 더 많이 보이고 사람들의 흔적이 좀 더 빈번해진다. 2. 동부 피요르드 해안과 고산지대의 거칠고 신비스러운 풍광에 비해서 서쪽 링로드를 따라 펼쳐지는 풍광은 다소 심심한 듯도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또 다른 얼굴은 아주 평온하고 여유롭다. 안개비가 내리고 구름이 끼다가 다시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눈부시다. 바람은 여전히 불지만 차지 않다. 3. 사실 아퀴레이리에서 레이캬비크까지 F35 오프로드를 따라 가는 루트가 있는데, 신비로운 고산지..

아이슬란드 ICELAND, 아큐레이리 Akureyri

1. 아이슬란드의 짙푸른 들판에는 기다란 갈기를 바람에 흩날리며 서있는 아이슬란드의 잘생긴 말들이 있다. 어딘지 고독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척박한 아이슬란드땅에 살아가고 있는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멋진 녀석들.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사뭇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 2. 아큐레이리는 레이캬비크에서 직선 거리로 2백여 km 떨어진 북부의 항구도시이자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자연을 헤치며 달리다가 그 속에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를 마주 할 때면 벅차오르는 그 무엇이 있다. 뭐랄까....신비스러움....경이스러움....뭐 이런거 1번 국도를 달리다 높은 언덕을 넘었을때 바다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긴 방조제와 언덕 위 은빛 교회가 굽어보고 있는 아큐레이리 전경은 뜻밖의 강렬한 인..

아이슬란드 ICELAND, 고래의 커다란 지느러미

1. 바람조차 잠잠한 후사빅의 아침. 파도의 일렁임도 잔잔한 날, 고래를 만나러 간다. 설산이 둘러싼 후사빅의 고요한 앞바다가 고래들이 노니는 넓은 놀이터다. 2. 오래전 고래를 쫓던 나무 포경선을 타고 유유히 고래가 사는 바다로 간다. 조금 작아보이지만 무척이나 견고한 목선에 올라타면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저마다의 가슴 속 고래를 품고 바다를 응시하게 된다. 3. 이따금 퍼핀이 날아와 떠다니는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고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그림같은 산들이 고래를 기다리는 시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사실 고래를 찾는 방법이 따로 없다. 그냥 보일 때까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그녀석을 기다리는 수 밖에 :) 4. 이따금 보이는 돌고래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다가 드디어 고래가 나타나 커다란 ..

아이슬란드 ICELAND, 후사빅 Húsavík

1. 아이슬란드의 북쪽 고래마을로 가는 길은 아주 멀다. 낮은 구릉을 롤러코스터처럼 타고 넘는 우둘투둘한 포장길을 따라 계속 북으로 북으로.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곳으로 가고 있지만 사실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이 숨어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설렌다. 다른 때와는 달리 설렌다. 2. 구름이 하늘을 얕게 덮고 있지만 북국의 하늘에서는 낮은 구름 사이로 여전히 햇살이 조명처럼 바다를 비춘다. 3. 아이슬란드 북단의 조그마한 항구마을. 오랜 시간을 달려 도착한 후사빅. 살짝 노을빛이 드리운 바닷가 마을은 포근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잔잔한 바다와 낮은 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마을, 북쪽으로 북극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차디찬 바다겠지만 바람과 파도도 없는 바다는 오히려 따뜻해 보인다. 4. 자정이 다가..

아이슬란드 ICELAND, Hverir

1. 차를 달리다보면 길가에서 조금 떨어진 안 쪽 곳곳에 스멀스멀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있다. 황량한 사막같은 황토빛 주변 지형때문에 하얀 수증기 기둥들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2. 사방에 생소한 유황냄새와 뿜어나오는 힘찬 수증기압 소리가 가득하다. 끓고 있는 진흙뻘까지 보면 이곳은 도대체 뭔가 싶다..... 뜨겁겠지? 아마.... 3. 예전에 TV 여행 정보 프로에서 이곳을 본 기억이 있다. 그땐 TV를 보면서도 생각했었지만 실제 보니 정말 희한하고....다소 기괴한....신기한 풍경일세.... 4. 아...후사빅까지 가야하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아이슬란드 ICELAND, 달의 평원

1. 세이디스피요르드에서 다시 달린 길은 또 다시 고요하고 외로운 길이다. 가끔 흩날리는 옅은 빗방울에 안개마저 내려앉은 인적 없는 도로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2. 길 옆에 있던 눅눅한 녹색의 초지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넓고 기이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 멀리 아련한 낮은 구름과 함께 마치 달 표면에 와 있는 양 수많은 암색 표면의 우둘투둘한 대지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여긴 마치....다른 별의 표면 같다.... 3. 개인적으로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풍경이었다.

아이슬란드 ICELAND, Seyðisfjörður

1. '세이디스피요르드.' 뭔가 엘프들이 사는 동네 이름 같지 않은가? 눈이 서린 산을 하나 훌쩍 넘어 내려가면 빙하가 녹아 내리는 폭포가 흰 머릿결처럼 절벽을 흘러내리는 말도 안되는 풍경 밑으로 조그맣고 예쁜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이럴 수가...... 2. 흰 눈이 내려앉은 산봉오리들로 오목히 둘러싸인 평화롭고 작은 마을.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듯한 고요함과 세상과 단절된 평화로움이 감도는 묘한 마을이다. 3. 아무 생각 없이 하루 딱 묵어 갔으면 좋으련만... 시간에 쫓겨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두고두고 너무나 아쉬웠던 곳. 세상에서 가장 고립되고 평화로운 마을이 아닐까. 한가로운 은둔자의 도시같이.

아이슬란드 ICELAND, 동부 피요르드

1. 운전을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터널이 나오고 도로가 해안을 달리기 시작한다. 산에서 불어 내리던 바람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 언저리에서 서로 부딪쳐 신비로운 물안개 같은 구름이 만들어진다. 2. 피요르드의 굴곡을 따라 들어가고 나갈때마다 그리고 굽이굽이 언덕을 지날때마다 세찬 바람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하얀 파도가 계속 발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한다.

아이슬란드 ICELAND, 아침 나절 Höfn

1. 유난히도 청명한 아침 하늘. 바람이 제법 드세지만 청량하기 그지없다. 아이슬란드 동남쪽 끝 작은 마을. 2. 호픈은 사람 흔적 찾기 힘든 아이슬란드 여행길에서 사막 속 오아시스같은 위안을 주는 곳이다. 1번 국도 일주를 하는 여행객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섬의 북쪽으로 출발하기전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 같다. 3. 늦은 시간 도착해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깊이 잠들었다 깨었다. 오늘 아마 가장 긴 드라이브를 떠날 것이다.

아이슬란드 ICELAND, 얼음 나라의 진짜 얼음

1. 빙하가 떠내려온 호수. '요쿨살롱' 근처에 오면..... 확연히 춥다. 이런...추워 커다란 얼음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슬란드 여행 중 여기가 제일 추웠다. 2. 호수 위에 떠내려온 빙하 덩어리들은 신비로운 파란색 광채를 띈 신기한 얼음 덩어리. 에메랄드 빛깔 같기도 하고....파란색 아이스바 같기도 하고... 살면서 처음 보는 것들을 만났을 때의 경이로움을 이곳에서 또 느낀다. 외계행성같은 기묘한 광경. 3. 깨진 빙하 조각들이 호수 언저리로 밀려온다. 작은 조각을 집어 먹으면....수천...수만년 전 만들어진 얼음 맛 왠지 더 차갑고 왠지 더 순수한 얼음이지 않을까?

아이슬란드 ICELAND, 길 위에서...(II)

1. 아이슬란드에서 운전하다보면 도로 한 켠에 '쉬어가는 곳' 표시가 있다. 차를 멈추고 잠깐씩 쉬면서 경치구경할 수 있는 곳인데, 하나같이 사진찍기 좋은 스팟들이라 운전하다가 이 표지를 보면 주저없이 멈춰서면 된다. 아이슬란드에선 꼭 느린 여행을 해 보길... 2. 척박하다. 아이슬란드는 척박한 땅이다. 결코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끼로 뒤덮인 평원과 메마른 대지. 결코 사람의 발길을 환영하는 곳은 아닌듯 하다. 그래도 낮은 초록 식물들과 듬성듬성 보이는 나무 숲이 이곳의 황량함을 덮어주고 이름모를 노란 야생화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보라색 야생화 '루핀'때문에 아이슬란드는 '사람'이 없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이다. 3. '루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보라..

아이슬란드 ICELAND, 물의 나라...폭포

1. 굴포스 Gullfoss, 셀랴란드포스 Seljalandsfoss, 스코가포스 Skogafoss 등등. 폭포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폭포는 foss이다. 2. 미안한 말이지만 여지껏 내가 본 폭포는 아이슬란드의 폭포에 비하면 동네 폭포 수준이다. 정말 이럴 순 없는 풍경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풍경들... 3. 폭포에서 흩날리는 물방울로 흠뻑젖어도 이 장쾌한 감동을 다 가져갈 순 없을 거다. 4. 백야때문에 저녁 9시가 되어도 훤할때 스코가포스 위에서 바라다 본 풍경은 너무나 평화롭고 근사했다. 처음 보는 세상의 풍경.

아이슬란드 ICELAND, 레이캬비크 (I)

1. 지도에서 레이캬비크를 찾아보면 적잖이 놀랍다. 북대서양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섬나라의 수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위도에 있는 수도. 뭔가 근사하지 않나? 그런 도시에 가 본다는게.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탐험가가 된 기분. 2. 레이캬비크. 발음 조차 생경한 이 곳은 조용하고 차분한 도시다. 깨끗하고 평화롭고 아담한 곳. 크루즈선이 오가는 항구도시.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는 언제나 참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바다 저 멀리 떠나고 싶은 꿈틀거리는 마음과 거친 파도를 넘어 긴 항해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의 안도감과 포근함이랄까... 3. 7월에 갔지만 한낮이 아니면 이곳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주 추운건 아니다. 이곳의 여름은 바람이 불지 않는 오후엔 제법 따사로운 계절이다...

아이슬란드 ICELAND, 길 위에서...(I)

1.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벗어나니 도로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좀 당황스럽다. 주요 국도는 물론 포장 도로이긴 하지만 그냥 중앙선 없는 왕복 2차선이 많다. 설마 이정도 일까 싶지만....정말 그정도. 관리가 안 되었다기 보다는 그냥 도로가 소박하다고 해야할까... 그냥 시멘트 도로도 있고, 차선도 없이 그냥 바닥만 다져진 도로도 있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 쌩쌩 잘~ 달린다. 희한하지... 2. 아이슬란드에서 운전하면 정말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하게된다. 한국 사람이라면 아이스란드에서 그냥 링로드를 따라 운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신선한 경험이다. 사방으로 인가 한채 없는 허허 벌판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나 혼자 내달려본 경험이 흔할까? 굳이 운전대를 건드리지 않아도 될 만큼 쭉 뻗은 도로를 두 세 시간씩..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강은경 2017

아이슬란드에 다녀온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우연히 화면으로 접한 경이로운 아이슬란드의 풍광에 흠뻑 이끌려 대서양 북단에 떠 있는 이 신비스러운 섬나라를 찾아갔던건 정말 충동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저긴 한 번 가보고 싶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슬란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도 아니었고 쉽사리 갈 마음을 먹을 수도 없는 '오지'였다. 하지만 내가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직후 뜻밖에 '꽃청춘'에 아이슬란드가 소개되고 사람들에게도 더 많이 알려지게되면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그래서 많은 관심을 받게된 나라가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낯선 풍광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많지는 않아도 적지 않은 곳을 여행했는데, 유독 희한하게 문득문득 아이슬란드의..

아이슬란드 호픈 Höfn 숙소와 감기

2015년 6월. 아이슬란드 여행을 시작할 때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았는데 여행을 하면서 찬바람을 좀 맞으니 감기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동부 피요르드 구간을 앞두고 작은 마을 호픈의 숙소에 도착했을때는 제법 몸이 좋지 않았다. 찌뿌둥한 몸으로 대충 저녁을 먹고 뜨거운 물을 잔뜩 틀어 샤워를 했다. 차가운 욕실은 금방 뿌연 김으로 가득차고 몸이 조금 나른해졌다. 샤워를 끝내고 감기약을 입에 털어놓고 그대로 침대에 들어가 기절하듯 잠들었던 것 같다. 약이 잘 들었는지 다음날 아침에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눈을 떴을땐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끝내 감기는 아이슬란드 여행 내내 나를 쫓아다녔다. 그때 이후로 가끔 감기 기운이 돌면 희한하게 아이슬란드의 그 호픈 숙소가 생각난다. 차가운 욕실 바닥의 감촉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