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아이슬란드 여행을 시작할 때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았는데 여행을 하면서 찬바람을 좀 맞으니 감기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동부 피요르드 구간을 앞두고 작은 마을 호픈의 숙소에 도착했을때는 제법 몸이 좋지 않았다.
찌뿌둥한 몸으로 대충 저녁을 먹고 뜨거운 물을 잔뜩 틀어 샤워를 했다.
차가운 욕실은 금방 뿌연 김으로 가득차고 몸이 조금 나른해졌다.
샤워를 끝내고 감기약을 입에 털어놓고 그대로 침대에 들어가 기절하듯 잠들었던 것 같다.
약이 잘 들었는지 다음날 아침에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눈을 떴을땐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끝내 감기는 아이슬란드 여행 내내 나를 쫓아다녔다.
그때 이후로 가끔 감기 기운이 돌면 희한하게 아이슬란드의 그 호픈 숙소가 생각난다.
차가운 욕실 바닥의 감촉과 샤워기에서 뿜어 나오던 뜨거운 김. 하얀 시트가 덮인 침대. 라디에이터의 따스함.
작은 창문으로 비추던 아침 햇살. 눈부시게 맑고 차가운 그곳의 하늘과 풍경.
감기의 추억 치고는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