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旅行 190

삼척항 [2008.10.8]

주말에 7번 국도와 20번 국도를 넘나들면서 동해까지 올라갔다가 삼척에서 1박하고 강릉에서 대회전해서 삼양목장을 찍고 원주에서 대구, 포항으로 내려오는 나름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다. 기때기와 기때기의 유쾌한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이라 간만에 시트콤같은 분위기 속에서 웃을 수 있었는데 근데... 간만에 비싼 기름값을 들이며 귀한 시간을 투자했건만 이놈의 날씨가 남정네 넷이 모이니 아주 그냥 우중충하다. 구름이 우리 차를 쫄쫄 쫓아 다니는지 사진 좀 찍을라면 여지 없이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파란 잉크 빛 가을 하늘에 새하얀 구름은 오간데 없고 흐릿한 하늘에 구름도 안개도 아닌 것이 잔뜩 끼어있다. 아쉬운 마음에 셔터는 눌렀는데 별로 건진 사진이 없는 것 같다. ...... 그나마 삼척항에서 저녁때 먹은 돔..

아이슬란드 ICELAND, 레이캬비크 (II) ...마지막

1.커피를 마셔볼 걸 그랬다. 아니면 펍이라도 들려볼 걸 그랬다. 어디 편안히 앉아서 사람 구경이나 하면서...  2.세트장보다 더 예쁜 레이캬비크 시내는시선 닿는 곳마다 스냅사진이 된다.낯선 공간에 막 익숙해질 때쯤 떠나는 묘한 아쉬움이 배가되어아주 사소한 것까지 눈 한가득 담긴다.신문보는 아저씨...길냥이...웃고떠드는 아이들...호수의 오리들... 3.항구로 나가 바닷바람도 쐬고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커다란 크루즈선 구경을 하다가로컬 식당에서 랍스터 수프와 조개 구이로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장식한다.랍스터 수프에 건더기가 크지 않은게 함정이지만 무언가 바다의 정취가 느껴지는 식당과 음식이 썩 괜찮은 만찬이다. 4.아이슬란드의 마지막 날 하늘은 간간이 구름이 있지만 더 없이 맑고 백야의 하늘 ..

아이슬란드 ICELAND, 길 위에서...(III)

1. 아퀴레이리에서 레이캬비크까지 링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의 서쪽 절반을 가로지르는 길. 아이슬란드의 서부는 동부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초록 들판이 무성한 목장과 농장이 펼쳐져있고 파란 루핀과 노란 야생화가 유달리 많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작은 마을들도 더 많이 보이고 사람들의 흔적이 좀 더 빈번해진다. 2. 동부 피요르드 해안과 고산지대의 거칠고 신비스러운 풍광에 비해서 서쪽 링로드를 따라 펼쳐지는 풍광은 다소 심심한 듯도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또 다른 얼굴은 아주 평온하고 여유롭다. 안개비가 내리고 구름이 끼다가 다시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눈부시다. 바람은 여전히 불지만 차지 않다. 3. 사실 아퀴레이리에서 레이캬비크까지 F35 오프로드를 따라 가는 루트가 있는데, 신비로운 고산지..

아이슬란드 ICELAND, 아큐레이리 Akureyri

1. 아이슬란드의 짙푸른 들판에는 기다란 갈기를 바람에 흩날리며 서있는 아이슬란드의 잘생긴 말들이 있다. 어딘지 고독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척박한 아이슬란드땅에 살아가고 있는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멋진 녀석들.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사뭇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 2. 아큐레이리는 레이캬비크에서 직선 거리로 2백여 km 떨어진 북부의 항구도시이자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자연을 헤치며 달리다가 그 속에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를 마주 할 때면 벅차오르는 그 무엇이 있다. 뭐랄까....신비스러움....경이스러움....뭐 이런거 1번 국도를 달리다 높은 언덕을 넘었을때 바다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긴 방조제와 언덕 위 은빛 교회가 굽어보고 있는 아큐레이리 전경은 뜻밖의 강렬한 인..

아이슬란드 ICELAND, 고래의 커다란 지느러미

1. 바람조차 잠잠한 후사빅의 아침. 파도의 일렁임도 잔잔한 날, 고래를 만나러 간다. 설산이 둘러싼 후사빅의 고요한 앞바다가 고래들이 노니는 넓은 놀이터다. 2. 오래전 고래를 쫓던 나무 포경선을 타고 유유히 고래가 사는 바다로 간다. 조금 작아보이지만 무척이나 견고한 목선에 올라타면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저마다의 가슴 속 고래를 품고 바다를 응시하게 된다. 3. 이따금 퍼핀이 날아와 떠다니는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고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그림같은 산들이 고래를 기다리는 시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사실 고래를 찾는 방법이 따로 없다. 그냥 보일 때까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그녀석을 기다리는 수 밖에 :) 4. 이따금 보이는 돌고래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다가 드디어 고래가 나타나 커다란 ..

아이슬란드 ICELAND, 후사빅 Húsavík

1. 아이슬란드의 북쪽 고래마을로 가는 길은 아주 멀다. 낮은 구릉을 롤러코스터처럼 타고 넘는 우둘투둘한 포장길을 따라 계속 북으로 북으로.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곳으로 가고 있지만 사실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이 숨어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설렌다. 다른 때와는 달리 설렌다. 2. 구름이 하늘을 얕게 덮고 있지만 북국의 하늘에서는 낮은 구름 사이로 여전히 햇살이 조명처럼 바다를 비춘다. 3. 아이슬란드 북단의 조그마한 항구마을. 오랜 시간을 달려 도착한 후사빅. 살짝 노을빛이 드리운 바닷가 마을은 포근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잔잔한 바다와 낮은 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마을, 북쪽으로 북극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차디찬 바다겠지만 바람과 파도도 없는 바다는 오히려 따뜻해 보인다. 4. 자정이 다가..

아이슬란드 ICELAND, Hverir

1. 차를 달리다보면 길가에서 조금 떨어진 안 쪽 곳곳에 스멀스멀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있다. 황량한 사막같은 황토빛 주변 지형때문에 하얀 수증기 기둥들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2. 사방에 생소한 유황냄새와 뿜어나오는 힘찬 수증기압 소리가 가득하다. 끓고 있는 진흙뻘까지 보면 이곳은 도대체 뭔가 싶다..... 뜨겁겠지? 아마.... 3. 예전에 TV 여행 정보 프로에서 이곳을 본 기억이 있다. 그땐 TV를 보면서도 생각했었지만 실제 보니 정말 희한하고....다소 기괴한....신기한 풍경일세.... 4. 아...후사빅까지 가야하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아이슬란드 ICELAND, 달의 평원

1. 세이디스피요르드에서 다시 달린 길은 또 다시 고요하고 외로운 길이다. 가끔 흩날리는 옅은 빗방울에 안개마저 내려앉은 인적 없는 도로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2. 길 옆에 있던 눅눅한 녹색의 초지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넓고 기이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 멀리 아련한 낮은 구름과 함께 마치 달 표면에 와 있는 양 수많은 암색 표면의 우둘투둘한 대지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여긴 마치....다른 별의 표면 같다.... 3. 개인적으로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풍경이었다.

아이슬란드 ICELAND, Seyðisfjörður

1. '세이디스피요르드.' 뭔가 엘프들이 사는 동네 이름 같지 않은가? 눈이 서린 산을 하나 훌쩍 넘어 내려가면 빙하가 녹아 내리는 폭포가 흰 머릿결처럼 절벽을 흘러내리는 말도 안되는 풍경 밑으로 조그맣고 예쁜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이럴 수가...... 2. 흰 눈이 내려앉은 산봉오리들로 오목히 둘러싸인 평화롭고 작은 마을.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듯한 고요함과 세상과 단절된 평화로움이 감도는 묘한 마을이다. 3. 아무 생각 없이 하루 딱 묵어 갔으면 좋으련만... 시간에 쫓겨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두고두고 너무나 아쉬웠던 곳. 세상에서 가장 고립되고 평화로운 마을이 아닐까. 한가로운 은둔자의 도시같이.

아이슬란드 ICELAND, 동부 피요르드

1. 운전을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터널이 나오고 도로가 해안을 달리기 시작한다. 산에서 불어 내리던 바람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 언저리에서 서로 부딪쳐 신비로운 물안개 같은 구름이 만들어진다. 2. 피요르드의 굴곡을 따라 들어가고 나갈때마다 그리고 굽이굽이 언덕을 지날때마다 세찬 바람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하얀 파도가 계속 발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