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 83

경주, 2014

경주"7년 전 여기 있던 춘화 못 봤어요?" 수상한 남자 최현, 7년 전 춘화를 찾아 경주에 오다! 친한 형의 장례식 소식에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은 문득 7년 전 죽은 형과 함께 봤던 춘화 한 장을 떠올려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한다. 춘화가 있던 찻집을 찾은 최현은 아름다운 찻집 주인 윤희(신민아)를 만나게 된다. 대뜸 춘화 못 봤냐 물은 최현은 뜻하지 않게 변태(?)로 오인 받게 되고, 찻집을 나선 최현은 과거의 애인 여정(윤진서)을 불러 경주로 오게 한다. 반가워하는 최현과는 달리 내내 불안해하던 여정은 곧 돌아가 버린다. 다시 찻집을 찾아온 최현을 지켜보던 윤희는 차츰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윤희의 저녁 계모임 술자리까지 함께하게 된 최현과 윤희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흐르기..

만추 Late Autumn, 2010

가을이 오면 꼭 한 번 보려했던 영화. 찬비가 흩날리는 시애틀의 거리와 애나의 쓸쓸한 표정이슬픈듯 가라 앉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늦은 가을보다는 겨울처럼 더 쓸쓸한 영화.   만추수인번호 2537번 애나. 7년 째 수감 중, 어머니의 부고로 3일 간의 휴가가 허락된다. 장례식에 가기 위해 탄 시애틀 행 버스, 쫓기듯 차에 탄 훈이 차비를 빌린다.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에스코트 서비스를 하는 그는,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나랑 만나서 즐겁지 않은 손님은 처음이니까, 할인해 줄게요. 오늘 하루.” 훈은 돈을 갚고 찾아가겠다며 억지로 시계를 채워주지만 애나는 무뚝뚝하게 돌아선다. 7년 만에 만난 가족도 시애틀의 거리도, 자기만 빼 놓고 모든 것이 변해 버린 것 같아 낯설기만 한 애나. ..

생활의 발견, 2002: 난 아무 것도 발견 못 하겠다.

연극 배우 경수는 자기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실패하자 글 쓰는 선배가 있는 춘천으로 머리를 식히러 간다.거기서 선배의 소개로 만난 명숙이라는 여자와 얼떨결의 만남을 가지고춘천을 떠나가는 기차 안에서 선영이라는 여자를 만나 또 다시 알 수 없는 끌림에 경주에 내려 그녀와 또 다른 만남을 가진다.2002년 홍상수 감독 작품. 김상경, 예지원, 추상미 주연.벌써 8년이나 지난 영화는 약간 촌스러운 화면 안에 담담하게 '생활'을 그려나간다......그래 씁쓸한 우리 인생은 다 뭐 이렇고 저런건가?고귀한척 하지만 까놓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게 인생인가?주인공 경수의 이야기 속에서 솔직히 난 그다지 발견할 만 한게 없었다.오히려 사람들이 정말 이렇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가식적'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정말 까놓..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중경삼림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평점8.4 (1995.09.02 개봉)감독왕가위출연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주가령, 진금천, 황지명, 좌송승, 관리나, 양진 아주 오래된 영화. 벌써 10년도 더 된 영화다.한때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명작.지금 봐도 그다지 촌스럽지 않은 영상과매력적인 배우..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19

찬실이는 복도 많지“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런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간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 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복’도 들어오는 걸까?평점8.3 (2020.03.05 개봉)감독김초희출연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최화정, 이영진, 서상원, 강태우, 길도영, 이도윤, 문혜인, 이혜아, 김승윤, 김화중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감상했는지 모르겠지만 유쾌한 영화다.'찬실'씨의 상황..

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합스부르크 왕가'는 원래는 미약한 작은 가문이었으나 13세기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배출한 이후 20세기 초반까지 신성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 영토를 다스렸다. 카를 5세 때는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북부를 아우르는 신성로마제국과시칠리아 왕국, 나폴리 왕국, 스페인 지역과 라틴 아메리카 식민지 지역을 통치하면서'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el imperio donde nunca se pone el sol'라 불렸다. 카를 5세 이후 스페인과 그 식민 지역은 아들 펠리페 2세에게 주어졌고,신성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 헝가리 지역은 동생 페르디난드 1세에 넘어가 합스부르크 왕가는 둘로 나눠지게 되었다. 이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는 신성로마제국 내외의 연합국가 시대와 오스트리아 제국 시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 국립중앙박물관

1.정조 때 궐내 '규장각'에 더해 강화도 행궁에 '외규장각'을 설치해 왕실의 문서와 도서를 보관하였다.'병인양요'때 프랑스군이 그 '외규장각'에서 수탈해간 '의궤'가 국내로 돌아온지 벌써 10년이 넘었다.의궤 반환 당시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프랑스까지 떠들썩 했었는데,제가 있을 곳에 돌아와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든 지금 상황이 오히려 평온하다. 2.의궤 중 왕을 위해만든 '어람용' 의궤는 비단으로 표지를 두르고 놋쇠로 변철을 해 정교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졌다.왕실의 행사 모습, 의식에 사용한 제기에서 궁궐의 도면까지 상세하게 글과 그림으로 기록되어 있다.조선 초기 의궤는 거의 다 전란으로 소실되었고 현재 의궤는 정조 이후부터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박물관 진열대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그런 의궤들이 어마..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2022

더 퍼스트 슬램덩크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평점8.3 (2023.01.04 개봉)감독이노우에 다케히코출연강수진, 신용우, 엄상현, 장민혁, 최낙윤, 고창석, 나카무라 슈고, 카사마 준, 카미오 신이치로, 키무라 스바루, 미야케 켄타, 사카모토 마야, 우라 카즈키 중고등학교 때 학교 앞 미용실에 가면 한쪽 구석에 책가방을 던져 놓고 푹 꺼진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애들 손에 너덜너덜해진 만화책을 보곤 했다.한 번쯤 빈 농구대에서 풋내기 슛을 던져 보기도 했지... 코트 위에 농구공이 경쾌하게 튕기는 소리와날카롭게 미끄러지는 농구화 소리를 들으니 뭔가 먹먹하고 아련해진다....너희들 여전히 그대로구나.어쩜 그렇게 변하지도 않고아직도 거기서 멋지게 뛰..

김물길 개인전 Kim mulgil solo exhibition

화가 겸 여행작가 김물길 개인전에 다녀왔습니다.김물길 작가는 사실 그림 보다는 예전에 즐겨 듣던 여행 팟캐스트에서 여행작가로 먼저 알게되었지요.세계여행을 하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삶이 너무 좋아보였습니다.어떤 그림을 그릴까하고 이후에 그림들을 살펴보니작품들이 아기자기하고 산뜻하면서도 예뻤습니다.뭐랄까 동화책에 나오는 귀여운 그림같다고나 할까요.따뜻하고 착한 그림들이 보는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앞으로도 계속 즐거운 여행하면서 원하는 작품활동도 잘 해나갔으면 합니다. 작은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찾아가는 것도 꽤 재밌었습니다.운좋게 작가와 인사를 나눌 수도 있고보다 개성있고 다양한 작품들을 직접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숨어있는 예쁜 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들의 개..

간송미술관, 보화각 寶華修補

오랜만에 성북구에 왔다. 한 7년 만인가.성곽이 둘러처진 나즈막한 풍경이 괜시리 반갑다.성북구는 서울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마냥 낡지 않고 멋스럽게 남아있어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많이 변하지 않아서 좋다. 전형필 선생의 행적과 간송 미술관이 생겨난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만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예전부터 와보고 싶었는데 원래 간송미술관이 일년에 한 두 번 만 관람객을 받아오기도 했고그동안 간송미술관 유지 보수와 외부 상황때문에 내부 전시가 어려웠는데,7년만에 이렇게 다시 보화각에서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국 근대건축가 박길룡이 모더니즘 양식으로 1938년에 완공했다는 미술관 외관은사실 그 명성에 비해 상당히 낡은 모습이라 약간 당혹스러웠다. 세월이 녹아있는 오래된 건축물이지만 잘 관리되고 다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