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旅行 190

기타큐슈, 짧은 여행의 끝

떠나는 날 이른 아침 비행기라 신경을 써서 그런지 너무 빨리 잠에서 깨버렸다. 어그적 어그적 일어나 짐을 싸고 로비에 나서니 창밖으로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오늘 비온다고 그랬나?....' 숙소에서 제공하는 공항 송영버스를 타고 일찌감치 기타큐슈 공항으로. 작은 공항이지만 두리번 두리번 구경이나 할까? .... 단연 기타큐슈 공항의 명물은 관광안내소에 서 있는 커다란 '메텔'. '은하철도 999' 작가가 여기 출신이라 그렇단다. 아 슬픈듯 고혹적인 눈빛과 아름다운 금발이라니....ㅎㅎ 어릴때 보던 만화 속 그모습 그대로여서 너무 반가운 우리의 '메텔'씨. 함께 떠나고 싶지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먼 곳을 응시할 뿐..... 예나 지금이나 신비로운 그녀. 안녕 잘 지내요. ..... 흩날리던 빗..

기타큐슈, 저녁과 밤 사이

모지항의 늦은 저녁 늦은 저녁, 슬슬 어스름이 내려 앉을 무렵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야외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이미 사람들이 무대 주변에 빙 둘러 앉아 있고 멋드러진 보컬은 여유로운 공기를 타고 어느 가족, 친구, 연인, 아이, 어른 그리고 그 사이 앉아 있는 내 귓속에도 파고든다. 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매력적인 보컬과 노련하게 연주를 이끄는 나이 지긋한 키보드 경쾌한 기타와 따뜻한 베이스 노래 가사처럼 정말 아름답고 고마운 일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어느 재즈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로 듣는 'What a wonderful world' 고마워요.... 모지항의 밤 하나 둘 경관등이 켜지니 낮과 달리 분위기 있고 차분한 레트로 모습이 펼쳐진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시끌거리지 않아 ..

기타큐슈, 잠깐 시모노세키에

아직 오후 4시. 느릿느릿 모지코 근방만 둘러보니 해질녘까지 시간이 넉넉히 남을것 같다. '음, 뭘 하지.....'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음이 '띠또띡 띠또띡' 나른하게 울려퍼지는 거리. 칸몬 연락선 원래 시모노세키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고 갈 요량이었는데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해협 건너 시모노세키에도 발자국을 한 번 찍는 게 나쁘지 않을것 같다. 모지항에서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시모노세키의 가라토시장까지 왕복하는 연락선을 타면 한 10분 만에 칸몬 해협을 건널 수 있다. 대인편도 승선권, 390엔 !! 오전에 가라토시장에 초밥먹으러 가는 손님이 주로 이용한단다. 배가 많아서 선착장에서 느긋하게 앉아 기다리면 된다. '통통통통' 엔진을 울리며 도착한 자그마한 연락선. 능숙하게 로프를 잡아 선착장에 배를 고..

기타큐슈, 모지코

8번 승차장. 고쿠라역에서 모지코까지 가는 열차를 타는 곳은 벌써부터 레트로 느낌이 난다. .... 적당히 옛날 느낌이 묻어나는 것이 좋네. 우리나라처럼 승강장 간이 매점에서 우동도 팔고 어묵도 팔고 있다. 맑은 국물에서 일본 특유의 달착지근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쌀쌀한 겨울이면 맛있었겠는데... .... 앞이 보이는 열차를 타고서 덜컹 덜컹 시내를 빠져나간다. 도심의 스카이라인이라 하기에는 조금 심심한 풍광들이 스쳐지나가고, 공장지대같은 풍광도 지나간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들. 모지코 한 15분여 정도 달려서 도착한 모지코역. 짙은 나무 지붕이 있어 시간을 되돌린듯한 운치가 느껴지는 역사 안. 철로가 막혀있는 종착역이라 그런지 마치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재와..

기타큐슈, 고쿠라

"어...고쿠라 역까지 가는 버스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괜찮겠습니까?" "어........그렇군요....." "요렇게 쿠사미역까지 가서 고쿠라 역까지 가면 돼요~" "아........그렇군요...." "요 앞에 2번 승차장에서 기다리면 곧 옵니다." "아........감사합니다.." JR쿠사미역. 여느 동네에 있는 간이역 같다. 거 동네 한 번 참 조용하다. 방금 열차가 떠난듯한 조용한 역사. 주말 아침이지만 평일 오후 같이 나른한 공기가 가득하다. 고쿠라 역까지 270엔. 개찰구에 들어갔다가 구멍이 땡그랗게 뚫린 승차권. 재밌네. 빨간색의 산뜻한 열차를 타고 고쿠라 역으로. 기타큐슈 고쿠라구 높이 뻗어 있는 모노레일 덕분에 살짝 미래적인 느낌이 나는 기타큐슈시의 첫인상. 오오... 번잡하지도 그..

기타큐슈, 야간비행

"익스큐즈미, 어두운데 조명 켜 드릴까요?" "아, 예 감사합니다." "필요한거 있으세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무슨 일로 가세요?" "아 그냥 여행가는 겁니다." "아~ 여행가시나요? 어디까지 가시죠?" "그냥 고쿠라 쪽에만 있다가 올 겁니다." "며칠이나 계실려구요?" "그냥 주말나절 보내다 올겁니다." "그냥 고쿠라쪽만 구경하다가 오시려구요?" "네...그냥 좀 한적하게 돌아다니다 오려구요. 고쿠라쪽이랑 모지코 여기저기요." "아 그러시구나~ 고쿠라 시내 쪽에 가보세요. 볼 게 많아요. 추천~" "네 그러죠, 고맙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저녁 9시. 뜻밖의 환대에 설레이며 작은 불빛들이 무수히 떠 있는 바다를 건너다. [2013.06]

비행기타고 대마도에...마지막 날

이즈하라-아침 여관 아주머니 성함이 '구마모토'인데 이 여관에서 유일하게 영어가 가능한 아주머니시다. 대마도 전통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셔서 우리나라 신문에도 소개가 됐던 나름 유명인사이기도 하고. 덕분에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정갈한 아침상을 받았다. 우럭처럼 보이는 손바닥만한 생선과 김이 모락모락나는 쌀밥. 밥솥이 좋아서 그런가, 밥은 참 잘 지어졌다. 후후. 김은 우리나라 김보다 향이 좀 덜 한 것 같다. 원래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김을 더 높게 친다고 한다. 아무튼 정갈하고 든든한 아침 상. 대충 짐정리를 하고 체크아웃. 좀 뒹굴거리고 싶지만 렌트카 반납 시간이 아침 10시인지라 서둘러야 한다.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하는 여관 아주머니들과 거의 맞절을 주고 받은 후 렌트카를 몰고 주유소로. 여기도 렌..

비행기타고 대마도에...둘째 날

서산사西山寺 희한하게 여행 중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눈이 번쩍번쩍 잘 띄인단 말이지. 창문을 열고 아침 햇살을 맞아 잠을 깨고는 스님이 차려주는 정갈한 일본식 아침 밥상을 받았다. 나 말고 두 명이 같이 아침 식사를 했는데 한 테이블에 한 명씩 따로따로 앉아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밥만 먹었다. 일본 사람들은 그릇 부딪히는 소리 음식 씹는 소리도 안 나도록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더만. 그래서 뭐 나도 조용히 먹고 조용히 앉아있다가 나왔다. 생선이 좀 탄 것 이외에는 너무나 훌륭한 아침 식사였다. ...... ....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마당에 나갔더니 털이 복슬복슬한 고양이가 놀아달라고 발 밑에 드러 눕는다.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인가 보다. 둥글둥글하니 속 편하게 생겼다. .... 일본 사..

비행기타고 대마도에...첫째 날

대마도 対馬島 부산에서 49.5 km 떨어진 대마도는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이런저런 인연 뿐만 아니라 악연도 많은 곳이라 한 번 쯤 호기심에 가보고 싶지만 떠날 마음 먹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사실 상 육지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異國 땅.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異國을 찾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가깝지만 대마도도 외국인지라 출국수속을 밟고 활주로에 대기한 비행기에 오르는데, 주변에 기착해있는 커다란 747에 비교하니 이건 마치 자그마한 장난감 비행기같다. 쌍발 프로펠러기. 좌석은 복도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한줄씩. 정원은 한 2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좌우 폭이 고속버스의 2/3정도 되는 아늑한 기내. 프로펠러가 요란하게 돌더니 부드럽게 하늘로 떠오..

죽도시장 나들이 [2008.10.14]

요즘에야 뭐 다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등 각종 마트에서 카트 끌고 우아하게 장 보는 것이 생활화 됐지만 10년 전만하더라도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재래시장으로 반찬거리를 사러 갔었던 것 같다. 나도 꼬마시절부터 쫄쫄거리며 어머니따라 시장 가는게 큰 일이었다. 시장에가면 꼬부랑 할머니들이 좌판을 벌려놓고 온갖 채소며 나물이며 과일들을 팔고 있고, 나는 잘 사먹진 않았지만 번데기 파는 아저씨도 있고, 호떡 파는 아줌마도 있었다. 생선판에 가면 눈알을 번뜩이고 얼음위에 누워있는 고등어도 있고, 물을 찍찍 쏘아대던 오징어도 있었지. 아무튼 재래시장이라는 곳은 사람 구경하기도 좋고, 어린 꼬마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었다. 뭐 요즘도 시장가서 ..

삼척항 [2008.10.8]

주말에 7번 국도와 20번 국도를 넘나들면서 동해까지 올라갔다가 삼척에서 1박하고 강릉에서 대회전해서 삼양목장을 찍고 원주에서 대구, 포항으로 내려오는 나름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다. 기때기와 기때기의 유쾌한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이라 간만에 시트콤같은 분위기 속에서 웃을 수 있었는데 근데... 간만에 비싼 기름값을 들이며 귀한 시간을 투자했건만 이놈의 날씨가 남정네 넷이 모이니 아주 그냥 우중충하다. 구름이 우리 차를 쫄쫄 쫓아 다니는지 사진 좀 찍을라면 여지 없이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파란 잉크 빛 가을 하늘에 새하얀 구름은 오간데 없고 흐릿한 하늘에 구름도 안개도 아닌 것이 잔뜩 끼어있다. 아쉬운 마음에 셔터는 눌렀는데 별로 건진 사진이 없는 것 같다. ...... 그나마 삼척항에서 저녁때 먹은 돔..

아이슬란드 ICELAND, 레이캬비크 (II) ...마지막

1.커피를 마셔볼 걸 그랬다. 아니면 펍이라도 들려볼 걸 그랬다. 어디 편안히 앉아서 사람 구경이나 하면서...  2.세트장보다 더 예쁜 레이캬비크 시내는시선 닿는 곳마다 스냅사진이 된다.낯선 공간에 막 익숙해질 때쯤 떠나는 묘한 아쉬움이 배가되어아주 사소한 것까지 눈 한가득 담긴다.신문보는 아저씨...길냥이...웃고떠드는 아이들...호수의 오리들... 3.항구로 나가 바닷바람도 쐬고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커다란 크루즈선 구경을 하다가로컬 식당에서 랍스터 수프와 조개 구이로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장식한다.랍스터 수프에 건더기가 크지 않은게 함정이지만 무언가 바다의 정취가 느껴지는 식당과 음식이 썩 괜찮은 만찬이다. 4.아이슬란드의 마지막 날 하늘은 간간이 구름이 있지만 더 없이 맑고 백야의 하늘 ..

아이슬란드 ICELAND, 길 위에서...(III)

1. 아퀴레이리에서 레이캬비크까지 링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의 서쪽 절반을 가로지르는 길. 아이슬란드의 서부는 동부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초록 들판이 무성한 목장과 농장이 펼쳐져있고 파란 루핀과 노란 야생화가 유달리 많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작은 마을들도 더 많이 보이고 사람들의 흔적이 좀 더 빈번해진다. 2. 동부 피요르드 해안과 고산지대의 거칠고 신비스러운 풍광에 비해서 서쪽 링로드를 따라 펼쳐지는 풍광은 다소 심심한 듯도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또 다른 얼굴은 아주 평온하고 여유롭다. 안개비가 내리고 구름이 끼다가 다시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눈부시다. 바람은 여전히 불지만 차지 않다. 3. 사실 아퀴레이리에서 레이캬비크까지 F35 오프로드를 따라 가는 루트가 있는데, 신비로운 고산지..

아이슬란드 ICELAND, 아큐레이리 Akureyri

1. 아이슬란드의 짙푸른 들판에는 기다란 갈기를 바람에 흩날리며 서있는 아이슬란드의 잘생긴 말들이 있다. 어딘지 고독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척박한 아이슬란드땅에 살아가고 있는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멋진 녀석들.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사뭇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 2. 아큐레이리는 레이캬비크에서 직선 거리로 2백여 km 떨어진 북부의 항구도시이자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자연을 헤치며 달리다가 그 속에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를 마주 할 때면 벅차오르는 그 무엇이 있다. 뭐랄까....신비스러움....경이스러움....뭐 이런거 1번 국도를 달리다 높은 언덕을 넘었을때 바다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긴 방조제와 언덕 위 은빛 교회가 굽어보고 있는 아큐레이리 전경은 뜻밖의 강렬한 인..

아이슬란드 ICELAND, 고래의 커다란 지느러미

1. 바람조차 잠잠한 후사빅의 아침. 파도의 일렁임도 잔잔한 날, 고래를 만나러 간다. 설산이 둘러싼 후사빅의 고요한 앞바다가 고래들이 노니는 넓은 놀이터다. 2. 오래전 고래를 쫓던 나무 포경선을 타고 유유히 고래가 사는 바다로 간다. 조금 작아보이지만 무척이나 견고한 목선에 올라타면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저마다의 가슴 속 고래를 품고 바다를 응시하게 된다. 3. 이따금 퍼핀이 날아와 떠다니는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고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그림같은 산들이 고래를 기다리는 시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사실 고래를 찾는 방법이 따로 없다. 그냥 보일 때까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그녀석을 기다리는 수 밖에 :) 4. 이따금 보이는 돌고래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다가 드디어 고래가 나타나 커다란 ..

아이슬란드 ICELAND, 후사빅 Húsavík

1. 아이슬란드의 북쪽 고래마을로 가는 길은 아주 멀다. 낮은 구릉을 롤러코스터처럼 타고 넘는 우둘투둘한 포장길을 따라 계속 북으로 북으로.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곳으로 가고 있지만 사실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이 숨어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설렌다. 다른 때와는 달리 설렌다. 2. 구름이 하늘을 얕게 덮고 있지만 북국의 하늘에서는 낮은 구름 사이로 여전히 햇살이 조명처럼 바다를 비춘다. 3. 아이슬란드 북단의 조그마한 항구마을. 오랜 시간을 달려 도착한 후사빅. 살짝 노을빛이 드리운 바닷가 마을은 포근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잔잔한 바다와 낮은 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마을, 북쪽으로 북극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차디찬 바다겠지만 바람과 파도도 없는 바다는 오히려 따뜻해 보인다. 4. 자정이 다가..

아이슬란드 ICELAND, Hverir

1. 차를 달리다보면 길가에서 조금 떨어진 안 쪽 곳곳에 스멀스멀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있다. 황량한 사막같은 황토빛 주변 지형때문에 하얀 수증기 기둥들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2. 사방에 생소한 유황냄새와 뿜어나오는 힘찬 수증기압 소리가 가득하다. 끓고 있는 진흙뻘까지 보면 이곳은 도대체 뭔가 싶다..... 뜨겁겠지? 아마.... 3. 예전에 TV 여행 정보 프로에서 이곳을 본 기억이 있다. 그땐 TV를 보면서도 생각했었지만 실제 보니 정말 희한하고....다소 기괴한....신기한 풍경일세.... 4. 아...후사빅까지 가야하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아이슬란드 ICELAND, 달의 평원

1. 세이디스피요르드에서 다시 달린 길은 또 다시 고요하고 외로운 길이다. 가끔 흩날리는 옅은 빗방울에 안개마저 내려앉은 인적 없는 도로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2. 길 옆에 있던 눅눅한 녹색의 초지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넓고 기이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 멀리 아련한 낮은 구름과 함께 마치 달 표면에 와 있는 양 수많은 암색 표면의 우둘투둘한 대지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여긴 마치....다른 별의 표면 같다.... 3. 개인적으로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풍경이었다.

아이슬란드 ICELAND, Seyðisfjörður

1. '세이디스피요르드.' 뭔가 엘프들이 사는 동네 이름 같지 않은가? 눈이 서린 산을 하나 훌쩍 넘어 내려가면 빙하가 녹아 내리는 폭포가 흰 머릿결처럼 절벽을 흘러내리는 말도 안되는 풍경 밑으로 조그맣고 예쁜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이럴 수가...... 2. 흰 눈이 내려앉은 산봉오리들로 오목히 둘러싸인 평화롭고 작은 마을.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듯한 고요함과 세상과 단절된 평화로움이 감도는 묘한 마을이다. 3. 아무 생각 없이 하루 딱 묵어 갔으면 좋으련만... 시간에 쫓겨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두고두고 너무나 아쉬웠던 곳. 세상에서 가장 고립되고 평화로운 마을이 아닐까. 한가로운 은둔자의 도시같이.

아이슬란드 ICELAND, 동부 피요르드

1. 운전을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터널이 나오고 도로가 해안을 달리기 시작한다. 산에서 불어 내리던 바람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 언저리에서 서로 부딪쳐 신비로운 물안개 같은 구름이 만들어진다. 2. 피요르드의 굴곡을 따라 들어가고 나갈때마다 그리고 굽이굽이 언덕을 지날때마다 세찬 바람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하얀 파도가 계속 발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