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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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旅行 190

장사해변, 강구항 [2007.3.18]

[07.3.18] 김밥 두 줄과 생수 한 병...... 그리고 친구 한 명. 달콤한 휴일 아침 잠을 반납하고 떠나는 길.... 장사 해변 길가는 오른켠에는 늘 그리던 바다, 차창 밖으로 달려오는 파도.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발길닿는 곳이 그냥 풍경화 속이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바다인지.... 포항에 내려오면 바다구경은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막상 마음먹고 해변에 찾아오기가 그리 쉬운 것 같지는 않다. 아니....바다가 지척이지만 역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는 수고가 만만하지가 않다. ........ 어울리지 않게 파도랑 장난을 치다니.... 좋아? 후후 ......... ......... 간만에 바닷가에 왔는데 좋은 모델이 별로 없다. 아직 봄이라지만 몰아치는 해풍을 계속 맞고 있자니 귀가 제법..

정동진 [2005.8.27]

깜짝 외출 준비물 세가지 다이어리.... MP3 플레이어.... 천경자 수필모음집 '탱고가 흐르는 황혼' ... 저녁 10시......이미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청량리역으로 향한다. 갑작스럽다... 나 자신도 놀랄만큼 갑작스럽게 마음을 먹었다. 뭔가가 내 의지를 집어 삼킨 듯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그냥 이렇게 여름이 가는게 아쉽기도 하고 길고 길었던 방학이 끝나가도록 변변한 바다구경도 못한게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렇게 꼭 바다로 가야한다는 의무감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난 바다로 향하고 있다. ... 오늘 아침에 눈을 떴더니 한동안 흐렸던 하늘이 너무 맑은 푸른색을 띄고 있었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자니 불현 듯 푸른 하늘이 내 눈앞에서 푸른 바다로 변해버렸다. 하늘을 생각..

도봉산 [2005.7.24]

무작정 산에 오르기... 너무 답답했다. ... 어느덧 방학한지도 거의 한 달이 지나가는데 흘러가는 시간들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다. 복학하고 그렇게 기다리던 방학이었건만... 뭔가 멋진 계획을 만들어보려하는데 영 쉽지가 않다. 마음같아서는 또 다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유유자적 미지의 세계를 방황하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만 같다. 당분간은..... 일요일 아침이기도 하고....원래부터 한산한 6호선이라 전동차에 사람이 없다. 텅빈 객차 안.... 개통된지 이제 3년을 꽉 채워가는 6호선이지만 아직도 전동차에서는 '새 것' 냄새가 나는 것 같다. 1학년때 학교 앞에서는 한창 지하철 공사중이라 도로가 어수선했었는데 그때는 내심 우리 학교에 지하철역이 없다는게 불만..

지리산-거림골 [2004.6.18]

a.m. 7:30 아침에 일어나니까 절반이 벌써 떠나고 자리가 횡했다. 새벽부터 부시럭거리던 사람들이 이미 떠난 모양이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더군다나 구름에 둘러쌓여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정말 시원했다. 뺨을 때리는 작은 물방울들하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그리고 어제부터 어디선가 향긋한 향기가 날아오는데 풀향기며 나무향기 꽃향기가 섞인 향긋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한 며칠 푹 쉬다가 갔으면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정상이니 서둘러 움직였다. a.m. 9:00 이 날은 정상까지 내가 큰 배낭을 짊어졌다. 먹을 게 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내게는 역경의 무게였다. 처음 40분 동안은 정말 죽을 맛이었는데, 계속 걷다보니까 요령도 생기고 능선이라 크게 경사..

지리산-거림골 [2004.6.17]

한 동안 여행 기피증에 시달려서 인지, 갑자기 속에 있던 무엇을 다 토해내고 싶었다. 충전지를 완전히 방전시켰다가 다시 재충전 하는 것처럼, 내 몸도 그렇게 완전히 방전시키고 다시 채우고 싶었다. 그러면 좀 나아질지도 모르니까....모든 면에서.... a.m. 9:40 흐리고 때때로 비가 내리겠다는 일기예보처럼 버스를 타자마자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한 두 방울 맺히더니 덕산을 지날 무렵부터는 비가 제법 쏟아지는게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호석이도 표정이 약간 굳어지는게 시작부터 약간 의기소침한 우리들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에라, 입산통제되면 집에가서 비디오나 빌려보자'하고 쏟아지는 비를 내심 반기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a.m. 11:00 그러나... 이런 게으른 기대..

거문도 [2004.3.1]

하늘이 고맙게도 파랗게 개었다. 파랗다..... 거문도는 총 세 개의 섬으로 되어있는데 동도와 서도가 있고 가운데에 작은 섬 고도가 있다. 고도는 선착장이랑 마을이 있고 서도와 삼호교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고도가 가장 개발이 많이된 곳이다. a.m. 10:00 삼호교 위를 지나는데 바닷바람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불어서 들었다. 역시 바닷바람이라 세긴 세다. 잠시 다리 난간에 몸을 붙이고 바라보는 푸른 바다와 거문항 풍경은 근데 너무 멋있었다. 바람만 잠잠했어도 우리 셋이서 단체사진 한 번 찍었을 텐데.. 다리를 건너 10여분 걸으면 유림 해수욕장이 나온다. 마을에서 보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만에 자리 잡은 무척 아늑한 곳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철썩이는 작은 파도소..

거문도 [2004.2.28]

겨우내 여행다운 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던지라 2004년 첫 여행을 정말 손꼽아 기다렸다. 작년 겨울부터 저기 눈 많은 강원도로 갈까 아님 겨울 서해바다를 보러갈까 혼자 생각도 많이 했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새해가 지나고 2달이 넘은 지금에서야 떠나게 됐다. 올해는 전역하는 해.... 이번 한 해도 좋은 곳으로 여행갈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a.m. 9:00 우려했던 일이....아니 어느 정도 예측했던 일이 벌어졌다. 차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남군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택시타고 오는 중이라는데... 9시 10분 순천행 버스가 떠나고 잠시후....헐레벌떡 뛰어오는 남군이 보였다. 윤군과 나의 허탈한 웃음에도 만사 재밌다는 남군의 표정이 예술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남군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순천 [2003.11.22]

가을... 뭘 했는지, 어물어물 하다보니 가을도 훌쩍 떠나 버렸다. 이제는 떠나 버린 가을의 흔적만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아쉬워서... 가 버린 가을의 빈자리가 아쉬워서,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싶었다. a.m. 7:55 시린 아침 바람이 졸음을 확 깨운다. 오늘 전국에 한파가 몰아쳐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란다. 하필이면.....후후 그저께 인터넷으로 순천시에 들어가 시티투어를 신청했다. '길여'카페에 어느 분이 참 좋다고 하길래, 전에도 한번 가봤으면 했는데 오늘 드디어 가게된 것이다. 시티투어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경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밥값이랑 입장료만 내면 다른 이동에 필요한 교통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토박이 가이드의 생생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색다른 ..

부석사에서 강구항까지 [2003.8.11]

a.m. 9:30 놀라서 눈을 뜨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 기태녀석은 아직 꿈나라고. 둘다 정신 없이 곯아 떨어진걸 보면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예상대로 창밖으로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가 여행가면 왜 이렇게 비를 자주 만나는지 모르겠다. 서둘러 씻고 주섬주섬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에는 정말 눈을 뜨기가 싫어진다. 처음 집을 나설 때는 한 없이 기대감에 부풀어 떠나지만, 막상 그 기대감을 품고 돌아가려고 하면 아쉬움과 허탈함에 발을 떼기가 참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마지막으로 어시장도 둘러보고, 기태는 전주로 대게 한 상자를 택배로 보내고 우리는 영덕으로 가는 군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부슬비를 맞으며 영덕터미널까지 걸어가서 대구가는 버스를 탔는데 알고 봤..

부석사에서 강구항까지 [2003.8.10]

a.m. 3:00 새벽 산사를 울리는 스님의 도량석 소리가 들려온다. 목탁을 치며 법당을 돌면서 염불을 외는 것을 도량석이라고 하는데 예불을 올리기 전에 도량을 깨끗이 하는 의식이자 곧 예불이 있으니 준비하라는 안내방송같은 역할이다. 달빛을 등에 지고 법당에 들어섰다. 벌써 몇몇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은은한 촛불에 비친 불상의 모습이 저녁때와는 달리 한층 신비스럽고 부드럽게 보였다. 가부좌를 하고 눈을 감는다. 저멀리 작지만 강렬하게 법고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그 소리가 내게 다가와 이내 양 귓전을 거세게 두드리고 심장을 흔들어 놓는다. 숨이 점점 가파온다. 법고 소리에 온몸을 맡기다 보면 뒤이어 경쾌하고 깨끗한 목어소리도 들려온다. 지축을 흔들어 세상 만물이 어리석음에서 깨어나도록 다그치..

부석사에서 강구항까지 [2003.8.9]

지리한 장마도 지나가고 여름도 이제 종반에 다다랐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여전히 뜨겁다. 그래도 한여름을 에어컨 밑에서 보낸다는건 너무나 재미없는 발상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여름은 그리 많지가 않다. 어릴적에는 기껏해야 부모님 손잡고 여기저기 해수욕장이나 계곡으로 끌려다니며 삼겹살이나 구워먹다 왔을 것이고, 조금 머리가 컸을땐 한여름을 학교나 도서관에서 책이랑 씨름하며 보내기 십상이다. 아니면 사회생활 하느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면서 피곤한 여름을 보내기 마련이고.. 올 여름을 보내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한다. 그래서 가는 여름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다. 늦기 전에.... a.m. 11:30 동대구고속터미널은 버스회사노선별로 터미널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버스 타기가 조금 번거롭다. ..

선유도 [2003.6.15]

a.m. 8:40 아침에 눈을 떠보니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그만 섬이라 그런지 내리는 비도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선유2구 마을에는 작은 교회가 있는데 마침 일요일 아침 예배를 하러 섬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었다. 이렇게 조그만 섬에도 교회가 있는거 보면 참 신기하다.... 교회옆에 선유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데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폐교된걸로 들었는데 아무튼 아담한 운동장에 노란 건물의 이쁜 교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11시 30분 첫 배 타기 전에 망주봉 뒤 새터까지 자전거 타고 아침 해변을 달렸다. 자전거가 조금 낡아서 엉덩이가 아팠지만 뒤로뒤로 지나가는 배경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드문 드문 보이는 작은 섬들과 촉촉한 해안을 배경으로 10여분 정도 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