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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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旅行/우리나라 이곳저곳 32

춘천 [2009.11.21 - 22]

첫째 날 [09.11.21] 춘천행 "얼굴 본지도 오래 됐는데, 함 봐야지?" / "그래~ 나야 좋지~" 라고 말은 했는데, 이거 포항에서 춘천 한 번 갈라니 만만치가 않다. 바로 가는 버스가 장장 6시간이나 걸린단다. 크.... 차마 6시간 동안 버스만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동대구행 첫 기차를 타고 일단 대구로 간다. 동대구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춘천까지 3시간 반. 도착하면 12시 반 정도 될 듯 싶다. 그래도 반겨주는 친구들이 이렇게 불러주니 이정도 고생쯤이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멀다. 허헛 오랜만에 타보는 한산한 새벽기차. .... 동대구 역에서 내려 아직 히터가 들어오지 않는 차가운 춘천행 고속버스에 앉으니 잔뜩 움츠려 든다. 이른 아침이라 날씨가 꽤나 차다. ..

오어사 [2009.3.1]

주말에 전국적으로 날씨가 맑다는 정보를 입수, 바다에 갈까 산엘 갈까 고민고민 하다가 공기도 따뜻하니 해서 간만에 조용히 사찰 답사를 감행했다. 오늘 땡땡이 칠 작정을 하고 어제 밤 늦게까지 오늘 할 실험도 다 해치웠다고. 장하다 정말. 아무튼 꽃피는 춘삼월도 왔고, 바야흐로 봄의 기운이 성큼 다가온 듯한 날씨라 땡땡이 치기엔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그렇게 학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얼굴에서 생기가 도는 것을 여지없이 느끼며, 버스타고 택시타고 어찌어찌하여 오어사 입구에 당도하였다. 사실 교통편이 썩 좋지가 않아서 버스 시간 맞추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내가 진작에 여길 못 와 본 것이지. 커다란 저수지 옆에 자그마한 경내가 세월의 흔적을 듬뿍 담고 있어서 마치 마을 한 켠에 오목하게 들어 앉은 초가..

내연산 [2008.11.2]

적막한 일요일 아침에 평일보다 무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곤혼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천근 같은 잠의 기운을 뿌리치고 세면대로 걸어가지만, 거울 속 부시시한 내 모습이 또렷해 지는 데는 한참이 걸린다. 온 기숙사가 아직 깊은 잠의 수렁에 빠져있는 와중에 나 혼자 꼬물꼬물 움직이는 이 상황이, 마치 좀비 세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인간 생존자가 된 것만 같다. 아직 단풍은 덜 들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을이 깊어지면 산행을 해야 할 것 같은 일종의 강한 의무감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철철이 산을 찾는 편은 아니지만, 색색이 변해가는 나뭇잎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겨울이 오면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지난 일년의 그리움이 사무치게 밀려온다. 아무튼....좀 서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

주왕산 [2007.10.27 - 28]

[07.10.27] 지도를 펴 놓고 보면 포항에서 주왕산까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데, 청송까지 바로가는 버스가 없어서 그런지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대구를 거쳐서 가는게 보통이지만, 포항에서 안동가는 중간 길에 있는 진보에서 버스를 갈아타고도 주왕산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게으른 대학원생 셋이 황금같은 주말도 반납하고 고생하러 먼길을 떠난다. 셋이 다같이 어디 가기 참 힘들었는데, 정말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귀한 발걸음들을 하고 계신거지. ..... 귀한 발걸음을 하면 뭐하나, 다들 대학원생 아닐까봐 축 늘어져 자 버리니. 이래가지고서야 내일 산이나 제대로 올라 갈런지. ..... 투명한 풍경들과 달리 사람이 가득 들어찬 버스는 왠지 갑갑하다. 버스 안은 벌써 겉옷이 부..

감포항, 송대말 등대 [2007.7.15]

[07.7.15] 사실 엄밀히 말해서 7번 국도는 아니었다. 포항에서 경주로 이어진 해안 도로는 31번 국도. 7번 국도의 연장선 상에 있으니 뭐 그냥 같은 도로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서로 이어진 길이니까. 간밤에 손 앞에 논문을 두고도 내 시선은 컴퓨터 모니터에 펼쳐진 등대 사진에 꽉 사로 잡혀있었다. 동해안 지도를 따라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아름다운 등대 사진이 한 장 한 장씩 눈 앞에 튀어나온다. 매번 이런 등대 사진들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청록의 바닷가에 솟아있는 백색의 등대는 인간의 피조물 중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피조물인 것 같다.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표상이면서도 자연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역설. 파도와 해풍에 맞서는 극단의 구조물이며 어둠을 뚫고 불을 밝히는 외로운 존재라서 그런지,..

장사해변, 강구항 [2007.3.18]

[07.3.18] 김밥 두 줄과 생수 한 병...... 그리고 친구 한 명. 달콤한 휴일 아침 잠을 반납하고 떠나는 길.... 장사 해변 길가는 오른켠에는 늘 그리던 바다, 차창 밖으로 달려오는 파도.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발길닿는 곳이 그냥 풍경화 속이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바다인지.... 포항에 내려오면 바다구경은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막상 마음먹고 해변에 찾아오기가 그리 쉬운 것 같지는 않다. 아니....바다가 지척이지만 역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는 수고가 만만하지가 않다. ........ 어울리지 않게 파도랑 장난을 치다니.... 좋아? 후후 ......... ......... 간만에 바닷가에 왔는데 좋은 모델이 별로 없다. 아직 봄이라지만 몰아치는 해풍을 계속 맞고 있자니 귀가 제법..

정동진 [2005.8.27]

깜짝 외출 준비물 세가지 다이어리.... MP3 플레이어.... 천경자 수필모음집 '탱고가 흐르는 황혼' ... 저녁 10시......이미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청량리역으로 향한다. 갑작스럽다... 나 자신도 놀랄만큼 갑작스럽게 마음을 먹었다. 뭔가가 내 의지를 집어 삼킨 듯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그냥 이렇게 여름이 가는게 아쉽기도 하고 길고 길었던 방학이 끝나가도록 변변한 바다구경도 못한게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렇게 꼭 바다로 가야한다는 의무감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난 바다로 향하고 있다. ... 오늘 아침에 눈을 떴더니 한동안 흐렸던 하늘이 너무 맑은 푸른색을 띄고 있었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자니 불현 듯 푸른 하늘이 내 눈앞에서 푸른 바다로 변해버렸다. 하늘을 생각..

도봉산 [2005.7.24]

무작정 산에 오르기... 너무 답답했다. ... 어느덧 방학한지도 거의 한 달이 지나가는데 흘러가는 시간들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다. 복학하고 그렇게 기다리던 방학이었건만... 뭔가 멋진 계획을 만들어보려하는데 영 쉽지가 않다. 마음같아서는 또 다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유유자적 미지의 세계를 방황하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만 같다. 당분간은..... 일요일 아침이기도 하고....원래부터 한산한 6호선이라 전동차에 사람이 없다. 텅빈 객차 안.... 개통된지 이제 3년을 꽉 채워가는 6호선이지만 아직도 전동차에서는 '새 것' 냄새가 나는 것 같다. 1학년때 학교 앞에서는 한창 지하철 공사중이라 도로가 어수선했었는데 그때는 내심 우리 학교에 지하철역이 없다는게 불만..

지리산-거림골 [2004.6.18]

a.m. 7:30 아침에 일어나니까 절반이 벌써 떠나고 자리가 횡했다. 새벽부터 부시럭거리던 사람들이 이미 떠난 모양이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더군다나 구름에 둘러쌓여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정말 시원했다. 뺨을 때리는 작은 물방울들하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그리고 어제부터 어디선가 향긋한 향기가 날아오는데 풀향기며 나무향기 꽃향기가 섞인 향긋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한 며칠 푹 쉬다가 갔으면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정상이니 서둘러 움직였다. a.m. 9:00 이 날은 정상까지 내가 큰 배낭을 짊어졌다. 먹을 게 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내게는 역경의 무게였다. 처음 40분 동안은 정말 죽을 맛이었는데, 계속 걷다보니까 요령도 생기고 능선이라 크게 경사..

지리산-거림골 [2004.6.17]

한 동안 여행 기피증에 시달려서 인지, 갑자기 속에 있던 무엇을 다 토해내고 싶었다. 충전지를 완전히 방전시켰다가 다시 재충전 하는 것처럼, 내 몸도 그렇게 완전히 방전시키고 다시 채우고 싶었다. 그러면 좀 나아질지도 모르니까....모든 면에서.... a.m. 9:40 흐리고 때때로 비가 내리겠다는 일기예보처럼 버스를 타자마자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한 두 방울 맺히더니 덕산을 지날 무렵부터는 비가 제법 쏟아지는게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호석이도 표정이 약간 굳어지는게 시작부터 약간 의기소침한 우리들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에라, 입산통제되면 집에가서 비디오나 빌려보자'하고 쏟아지는 비를 내심 반기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a.m. 11:00 그러나... 이런 게으른 기대..

거문도 [2004.3.1]

하늘이 고맙게도 파랗게 개었다. 파랗다..... 거문도는 총 세 개의 섬으로 되어있는데 동도와 서도가 있고 가운데에 작은 섬 고도가 있다. 고도는 선착장이랑 마을이 있고 서도와 삼호교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고도가 가장 개발이 많이된 곳이다. a.m. 10:00 삼호교 위를 지나는데 바닷바람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불어서 들었다. 역시 바닷바람이라 세긴 세다. 잠시 다리 난간에 몸을 붙이고 바라보는 푸른 바다와 거문항 풍경은 근데 너무 멋있었다. 바람만 잠잠했어도 우리 셋이서 단체사진 한 번 찍었을 텐데.. 다리를 건너 10여분 걸으면 유림 해수욕장이 나온다. 마을에서 보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만에 자리 잡은 무척 아늑한 곳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철썩이는 작은 파도소..

거문도 [2004.2.28]

겨우내 여행다운 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던지라 2004년 첫 여행을 정말 손꼽아 기다렸다. 작년 겨울부터 저기 눈 많은 강원도로 갈까 아님 겨울 서해바다를 보러갈까 혼자 생각도 많이 했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새해가 지나고 2달이 넘은 지금에서야 떠나게 됐다. 올해는 전역하는 해.... 이번 한 해도 좋은 곳으로 여행갈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a.m. 9:00 우려했던 일이....아니 어느 정도 예측했던 일이 벌어졌다. 차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남군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택시타고 오는 중이라는데... 9시 10분 순천행 버스가 떠나고 잠시후....헐레벌떡 뛰어오는 남군이 보였다. 윤군과 나의 허탈한 웃음에도 만사 재밌다는 남군의 표정이 예술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남군이 가장 큰 변수가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