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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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旅行/우리나라 이곳저곳 32

순천 [2003.11.22]

가을... 뭘 했는지, 어물어물 하다보니 가을도 훌쩍 떠나 버렸다. 이제는 떠나 버린 가을의 흔적만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아쉬워서... 가 버린 가을의 빈자리가 아쉬워서,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싶었다. a.m. 7:55 시린 아침 바람이 졸음을 확 깨운다. 오늘 전국에 한파가 몰아쳐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란다. 하필이면.....후후 그저께 인터넷으로 순천시에 들어가 시티투어를 신청했다. '길여'카페에 어느 분이 참 좋다고 하길래, 전에도 한번 가봤으면 했는데 오늘 드디어 가게된 것이다. 시티투어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경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밥값이랑 입장료만 내면 다른 이동에 필요한 교통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토박이 가이드의 생생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색다른 ..

부석사에서 강구항까지 [2003.8.11]

a.m. 9:30 놀라서 눈을 뜨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 기태녀석은 아직 꿈나라고. 둘다 정신 없이 곯아 떨어진걸 보면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예상대로 창밖으로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가 여행가면 왜 이렇게 비를 자주 만나는지 모르겠다. 서둘러 씻고 주섬주섬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에는 정말 눈을 뜨기가 싫어진다. 처음 집을 나설 때는 한 없이 기대감에 부풀어 떠나지만, 막상 그 기대감을 품고 돌아가려고 하면 아쉬움과 허탈함에 발을 떼기가 참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마지막으로 어시장도 둘러보고, 기태는 전주로 대게 한 상자를 택배로 보내고 우리는 영덕으로 가는 군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부슬비를 맞으며 영덕터미널까지 걸어가서 대구가는 버스를 탔는데 알고 봤..

부석사에서 강구항까지 [2003.8.10]

a.m. 3:00 새벽 산사를 울리는 스님의 도량석 소리가 들려온다. 목탁을 치며 법당을 돌면서 염불을 외는 것을 도량석이라고 하는데 예불을 올리기 전에 도량을 깨끗이 하는 의식이자 곧 예불이 있으니 준비하라는 안내방송같은 역할이다. 달빛을 등에 지고 법당에 들어섰다. 벌써 몇몇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은은한 촛불에 비친 불상의 모습이 저녁때와는 달리 한층 신비스럽고 부드럽게 보였다. 가부좌를 하고 눈을 감는다. 저멀리 작지만 강렬하게 법고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그 소리가 내게 다가와 이내 양 귓전을 거세게 두드리고 심장을 흔들어 놓는다. 숨이 점점 가파온다. 법고 소리에 온몸을 맡기다 보면 뒤이어 경쾌하고 깨끗한 목어소리도 들려온다. 지축을 흔들어 세상 만물이 어리석음에서 깨어나도록 다그치..

부석사에서 강구항까지 [2003.8.9]

지리한 장마도 지나가고 여름도 이제 종반에 다다랐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여전히 뜨겁다. 그래도 한여름을 에어컨 밑에서 보낸다는건 너무나 재미없는 발상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여름은 그리 많지가 않다. 어릴적에는 기껏해야 부모님 손잡고 여기저기 해수욕장이나 계곡으로 끌려다니며 삼겹살이나 구워먹다 왔을 것이고, 조금 머리가 컸을땐 한여름을 학교나 도서관에서 책이랑 씨름하며 보내기 십상이다. 아니면 사회생활 하느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면서 피곤한 여름을 보내기 마련이고.. 올 여름을 보내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한다. 그래서 가는 여름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다. 늦기 전에.... a.m. 11:30 동대구고속터미널은 버스회사노선별로 터미널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버스 타기가 조금 번거롭다. ..

선유도 [2003.6.15]

a.m. 8:40 아침에 눈을 떠보니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그만 섬이라 그런지 내리는 비도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선유2구 마을에는 작은 교회가 있는데 마침 일요일 아침 예배를 하러 섬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었다. 이렇게 조그만 섬에도 교회가 있는거 보면 참 신기하다.... 교회옆에 선유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데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폐교된걸로 들었는데 아무튼 아담한 운동장에 노란 건물의 이쁜 교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11시 30분 첫 배 타기 전에 망주봉 뒤 새터까지 자전거 타고 아침 해변을 달렸다. 자전거가 조금 낡아서 엉덩이가 아팠지만 뒤로뒤로 지나가는 배경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드문 드문 보이는 작은 섬들과 촉촉한 해안을 배경으로 10여분 정도 자전..

선유도 [2003.6.14]

[03. 6. 14] 선유도라는 곳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어디서 들었지만 내가 그냥 가볍게 흘렸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섬이라는 곳은 숙명적으로 사람들에게 쉽게 제 존재를 들어내지 않는 것 같다. 섬.... 그래서 섬은 더 매력적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섬을 찾는다. 일상의 괴로움으로부터 저 멀리 달아나고 싶을 때, 복잡한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고 싶을 때... 사람들은 섬의 손짓에 홀려 버리는 듯 하다. p.m. 12:30 비린 바다냄새가 가득한 군산에 도착했다. 대전에서 전주를 거쳐 제법 먼 거리를 달려와서인지 항구도시 특유의 비린내와 스산함이 더 야릇하게 느껴졌다. 날씨도 약간 흐렸고....... 군산은 일제시대 때 번성한 항구도시지만 지금은 거의 정체된 도시로 알고 있다. 그래..

죽도시장 나들이 [2008.10.14]

요즘에야 뭐 다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등 각종 마트에서 카트 끌고 우아하게 장 보는 것이 생활화 됐지만 10년 전만하더라도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재래시장으로 반찬거리를 사러 갔었던 것 같다. 나도 꼬마시절부터 쫄쫄거리며 어머니따라 시장 가는게 큰 일이었다. 시장에가면 꼬부랑 할머니들이 좌판을 벌려놓고 온갖 채소며 나물이며 과일들을 팔고 있고, 나는 잘 사먹진 않았지만 번데기 파는 아저씨도 있고, 호떡 파는 아줌마도 있었다. 생선판에 가면 눈알을 번뜩이고 얼음위에 누워있는 고등어도 있고, 물을 찍찍 쏘아대던 오징어도 있었지. 아무튼 재래시장이라는 곳은 사람 구경하기도 좋고, 어린 꼬마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었다. 뭐 요즘도 시장가서 ..

삼척항 [2008.10.8]

주말에 7번 국도와 20번 국도를 넘나들면서 동해까지 올라갔다가 삼척에서 1박하고 강릉에서 대회전해서 삼양목장을 찍고 원주에서 대구, 포항으로 내려오는 나름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다. 기때기와 기때기의 유쾌한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이라 간만에 시트콤같은 분위기 속에서 웃을 수 있었는데 근데... 간만에 비싼 기름값을 들이며 귀한 시간을 투자했건만 이놈의 날씨가 남정네 넷이 모이니 아주 그냥 우중충하다. 구름이 우리 차를 쫄쫄 쫓아 다니는지 사진 좀 찍을라면 여지 없이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파란 잉크 빛 가을 하늘에 새하얀 구름은 오간데 없고 흐릿한 하늘에 구름도 안개도 아닌 것이 잔뜩 끼어있다. 아쉬운 마음에 셔터는 눌렀는데 별로 건진 사진이 없는 것 같다. ...... 그나마 삼척항에서 저녁때 먹은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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