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책 BOOK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이영산 2017

제이우드 || 2023. 3. 19. 20:25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문학동네 산문집)
만난 지 이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틈만 나면 몽골 초원과 알타이산을 노래하는, 오랑캐로 태어나 오랑캐의 삶을 살아온 두게르잡 비지아. 저자가 만나본 최고의 사내, 알타이산의 마지막 오랑캐와 함께 지낸 행복했던 초원 이야기를 담은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풍성한 서사가 굽이치는 몽골 기행문이자 몽골 유목민의 생의 본질까지 들여다본 인류학적 보고서로,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뒹굴며 살아봐야만 느낄 수 있는, 몽골의 바람 냄새와 삶의 냄새가 깊고 진하게 배어 있다. 세기가 바뀐 2000년, 숨을 옥죄어오는 도시에서 막연한 불안과 불온한 희망 사이를 방황하던 때, 저자는 미지의 땅이자 야만족 오랑캐의 영토로만 여겨졌던 몽골을 무작정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넓은 초원 속 ‘오랑캐’의 삶은 좁은 땅덩이 안에서 사람 귀한 줄 모른 채, 자연 귀한 줄 모른 채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듯했다. 그 후 저자는 수백 번 몽골을 드나들며 관광객이 아닌 이웃의 시선으로 유목민의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배웠고, 야만이란 이름으로 폄훼되어왔던 유목민의 삶 속으로 많은 이들을 인도해왔다. 비지아와 그 친지들의 실제 경험을 보고 들은 저자는 이 책에서 그들의 출생부터 성장, 사회생활, 결혼과 장례풍습까지를 총 아홉 개의 장에서 순서대로 다루며 몽골 유목민의 일생을 망라한다. 여전히 몽골 초원 어딘가에서 유목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물질문명과 전통적 삶의 경계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들. 지구의 일부가 되어 자연의 순리에 따라 흐르는 그들의 삶이 복잡하고 좁은 도시 안에 갇혀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병들어가는 우리가 새롭게 도달해야 할 미래임을 일깨워준다.
저자
이영산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7.10.31

 

여느 몽골 여행기와 달리 깊이 있고 진한 유목민의 삶이 담겨있어 흥미롭고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이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질문에 대해 늘 초원을 떠도는 유목민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생의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같이 유교적 관습에 젖어 고향땅에 뼈를 묻는 농경 정주민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놓치거나 생각지 못한 

늘 이동하며, 외롭고, 사람이 그립고, 시간을 쌓아두지 않고 흘려보내는 유목민이 생각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    

때론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유목민들의 삶은 그 어느 종교 경구보다도 커다란 울림을 주는 깨달음에 기인하는 듯하다.

 

'부재의 감정을 알게 되면 소중한 사람을 곁에 두겠다는 욕심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 아픔을 알기에, 죽을힘을 다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무력감을 알기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사랑하는 만큼 놓아버린다.
소중한 추억일수록 바람 속으로 떠나보내는 것이다...'  

 

몽골에 가본 적은 없지만 그 누구보다 먼저, 요즘 부쩍 사람들이 몽골에 대한 관심이 있기 전부터, 몽골에 가보고 싶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나라와 북방민족의 문화적 연관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밤이면 그 위로 무수히 쏟아지는 별들에 알 수 없이 이끌릴 때가 있다. 

얼마나 황홀하고 얼마나 벅차며 또 얼마나 외로울까.

부디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 유목민들이 몽골의 초원에서 말을 달리고, 양을 치고, 사람을 그리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몽골 초원은 어디나 자연뿐이다.
인적이 없고, 죽어서도 무덤을 남기지 않는 유목민의 초원에서
어워는 인간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건축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워는 고독한 인간에게 알려준다. 너는 인간이다. 이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