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식과 경험에 비추어 이해할 수 없는 뉴스를 접하다 보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전의 대한민국은 어땠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점점 더 사실이 궁금해지고, 몰랐던 이면이 들춰질수록 현재의 대상이 달리보이게 된다.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건들은 비교적 현재와 가까운 과거의 이야기이다.
지금 대한민국 주류 기성세대에게는 본인들이 직접 대부분 겪었고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이며,
그 아래 세대들에게는 어느 시점부터 경험한 현재진형행 이야기이다.
이 책은 유시민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현대사의 큰 부분을 짚어내고 있다.
불과 반세기 가량을 다루고 있지만 지금의 30-40대 청장년층 대다수도 어렴풋이 알거나 아예 몰랐던 이야기가 많다고 본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각 세대마다 겪어온 정치 사회적 문제가 급변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부모님이나 선배들이 차분하고 적나라하게 알려주지 않았던 우리의 가까웠던 숨은 과거사를 살펴보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저자가 합리적이고 나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 하나,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한 현대사이므로, 읽는 사람이 뒤로 한 발 물러나서 이야기를 따라가면 좋을 것 같다.
저자 또한 이미 기성세대이고, 본인이 살아온 시대 정신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비정치적 30대 후반이나 우리나라의 주요 현대사에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고 나름 생각해 왔었는데
책에서 접한 실상은 여러모로 놀라운 점이 많았다. 그만큼 많은 진실들이 은폐되고 왜곡됐던 것이다.
한 살이라도 어린 청장년층이 이 책을 읽고 불과 몇 십년 전의 우리나라 민낯을 똑똑히 알았으면 좋겠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현실조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는지 섬뜩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현실과 사회 문제에 조금이나마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3년간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은
국민의 무관심이 초례한 역사적 비극과 국민의 비판과 참여가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를 동시에 보여줬다.
전례없는 혼란 속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그래도 우리가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은
현재 우리 사회의 수준은 변명할 여지없이 전적으로 그 구성원인 우리들의 수준을 반영한 것이며,
우리 의식이 어느 정도 깨어있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무관심과 기권이 결코 우리가 당면한 여러 부조리와 부당함에 대한 면책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진실은 일부러 찾지 않으면 우리가 모르는 어느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어 누군가 듣도록 해야 사회는 발전하는 것 같다.
(written in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