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킹스 캐년 아랫동네 어느 목장에서 에어비앤비로 이틀을 보냈다.
GPS 신호도 잘 잡히지 않아 찾아오는데 애를 좀 먹었지만
집이 운치있고 제법 근사하다.
2.
초목으로 둘러 쌓인 언덕에 자리 잡은 집에는
검둥이 리트리버가 설렁설렁 돌아다니고
낮은 나무 목책들이 집 주위에 뻗어 있어 분위기가 아주 목가적이다.
테라스 카우치에 앉으면 천장팬이 돌면서 하늘하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거기 앉아 뒷마당 정원과 해지는 목장의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3.
깜깜한 밤에는 사방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끔 코요테같은 것들이 새벽에 목장 주위를 어슬렁 거리면
주인 아저씨는 불을 밝히고 리트리버들이 경계를 선다.
작년에는 마운틴 라이온이 내려와 소 한마리를 물어 죽였단다.
4.
주인 아저씨는 LA에서 경찰을 하시다 은퇴하고 소를 사다가 목장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침이면 소가 타고 넘어 부서진 목책을 수리하는 소소한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소들은 넓은 목장 안을 자기들끼리 자유롭게 몰려다니며 풀을 뜯고 잠을 잔다.
딱히 목장주가 소를 따로 관리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런 좋은 직업이 있나...
5.
조용하고 평화로운 몇일 간의 일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