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책 BOOK

윤희에게 시나리오, 임대형 2020

제이우드 || 2023. 3. 20. 16:42
 
윤희에게 시나리오(양장본 HardCover)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니?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영화 〈윤희에게〉는 한국에 전례가 없는 중년 여성 퀴어 영화로,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을 장식하며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주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얻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오직 딸 새봄(김소혜)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삶을 버텨온 윤희가 점차 용기를 내고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아가 딸에게 용기를 물려줄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여정에 함께한다. 소란스럽지 않고 단정하며 구석구석 사려 깊은 이 이야기가 세상의 많은 윤희를 응원하는, ‘윤희’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윤희에게 시나리오》에는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간 장면까지 모두 담긴 무삭제 시나리오와 영화 속 윤희와 쥰이 주고받은 편지가 시나리오 뒤에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와 비교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문학적으로 쓰인 시나리오에 오롯이 집중해 읽을 수 있다. 영화 저널리스트 이은선이 진행한 임대형 감독 인터뷰에서는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과정에서의 감독의 고뇌와 영화 속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편지’가 중요한 모티프인 영화와 어울리게 서면으로 진행된 나카무라 유코 배우 인터뷰에서는 이 영화와 인물에 대한 배우의 남다른 애정을 느껴볼 수 있다. 미공개 스틸과 스토리보드, 영화 제작 노트와 배우 인터뷰가 담긴 《윤희에게 메이킹북》은 오는 2월에 출간된다.

 

저자
임대형 (각본)
출판
출판일
2020.01.06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어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아주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시나리오를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영화 속 그 장면과 대사가 그대로 떠올라 

마치 책장을 넘기는 속도로 천천히 영화를 다시 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흘러가는 대사를 글로 천천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대사 하나하나를 눈으로 확인해 보니 영화가 훨씬 더 깊이 다시 각인되는 듯하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글이라 주로 장면 소개와 대사로 이뤄진 구성이 훨씬 단순해 술술 빠르게 잘 읽혔다.

그리고 시나리오의 대사나 장면 구성이 영화와 완전히 같지 않아 그 차이에서 오는 다른 감상을 느껴보는 것도 좋았다.

영화에 나오지 않았던 숨은 장면도 읽을 수 있어 영화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데,

시나리오처럼 장면이 구성되면 좋았을 부분도 있고 감독의 마지막 의도대로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아서 더 좋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아빠랑 엄마랑 이혼했을 때, 왜 내가 엄마랑 산다고 했게. 엄마가 아빠보다 더 외로워 보였어. 혼자서 잘 못 살 것 같더라고."

 

"혹시 여태까지 숨기고 살아온 게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숨기고 살아요."

 

"정말 잘됐다... 정말. 왜 울어... 좋은 소식 전하면서..."

 

"그래,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