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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스톤 국립공원 Yellowstone National Park (III)

제이우드 || 2023. 6. 8. 22:08

이른 아침을 먹고 설렁설렁 주차장 쪽으로 걸어나가는데, 어라?

 
웬 새끼 사슴 두 마리가 현관 유리창 밖에서 열심히 화단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다. 
 
'와, 너 누구니? 어디서 왔니? ㅎㅎ'
 
이녀석들 밖에서는 안이 잘 안 보이는지 내가 쳐다보고 있는데도 한참을 서성거린다.
 
고녀석들 참 귀엽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동네 공기도 차분히 가라앉아 있다.
 
세상 한가로운 어느 산골의 아침. 아침 공기는 제법 쌀쌀하다.
 
 
Inspiration Point
 
옐로스톤에는 뜨거운 열수와 게이시르가 있고,
 
버팔로가 뛰어다니는 드넓은 벌판이 있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있고,
 
굽이쳐 흐르는 협곡과 쏟아지는 폭포가 있다.
 
옐로스톤 강이 깊게 파내려간 협곡은 내려다 보기가 아득할 정도로 날카롭게 서있다.
 
저 아래 거센 계곡의 물소리가 아련히 들릴듯 말듯하지만
 
함께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온 사방을 점령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무언가 '영감 inspiration'이 떠오르는 곳이다.
 
사진으로는 아무래도 담을 수 없는 이 압도적인 풍광 앞에서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영적인 교감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Lower Falls and Upper Falls

옐로스톤강을 따라 이 어마어마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대한 Lower Falls이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모습을 바라 볼 수 있다.
 
엄청난 높이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폭포일테지만
 
아득히 멀리서 바라보니 아무 소리도 없이 고요히 정지해있는 것 같다.
 
푸른 숲과 낯빛을 드러낸 계곡의 절개지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는 뭐랄까 정말 독특하고 멋지다.
 
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Upper Falls 계곡 가까이 갈 수 있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강의 유속이 훨씬 빠르다. 
 
거대한 물줄기가 순식간에 눈앞을 지나쳐 폭포 아래로 사라지고 있다.
 
부서지는 포말, 쏟아지는 물소리가 좁은 계곡을 메아리처럼 울린다.
 
모든 것을 씻어내려는 듯 그렇게 빠르게 강물은 흐른다. 
 
 
돌아가는 길
 
예약을 늦게 하는 바람에 공원 안에 있는 숙소를 못구했더니
 
매일 공원 안팎으로 들어갔다 나갔다가 하는데 한 시간 정도는 더 썼다.
 
덕분에 오며가며 길가를 서성이는 여러 우연들과 더 자주 마주칠 수는 있었지만.

돌아갈 때는 West Yellowstone쪽으로 나갔다.
 
공원만 벗어나면 다시 또 몬타나이다. 
 
몬타나와 와이오밍 경계를 따라 191번 도로를 타고 보즈먼 Bozeman까지 올라간다.
 
푸른 숲과 강과 산이 계속 도로를 따라와 드라이브하기 좋은 루트였다.
 
숲이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그냥 좋다.
 
공기도 좋고, 그 속에 가득한 침엽수 나무껍질같은 향기마저 좋다.
 
 
기회가 되어 겨울에 다시 오면 좋을 것 같다.
 
눈이 하얗게 덮인 넓은 라마 벨리는 숨막힐 듯이 고요하고 차가울 것이고
 
털이 얼어붙은 바이슨은 뜨거운 콧김을 뿜어낼 거다.
 
운이 좋아 늑대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창밖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