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을 바라보던 시선이 닿는 끝까지 넓은 초지가 막힘없이 펼쳐져 있다.
도로를 달리다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나가 서 있으면
드넓은 벌판과 먼지하나 섞이지 않은 텅빈 바람만 온 사방을 채운다.
들판을 뚫고 산 기슭을 넘어가면
때로는 숲속 한 가운데 들어앉은 작은 호수가
깨끗이 닦은 거울처럼 초록숲과 파란하늘을 비추고 있다.
Norris Back Basin
옐로스톤 안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하얗게 드러난 온천과 열수 지형이 산등성이에 드넓게 펼쳐진 풍광을 만나게 된다.
멀리서 얼핏보면 곳곳에 폭격을 맞아 구덩이가 파여있고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폐허처럼 보인다.
뭔가 파괴적이면서도 기묘한 모습이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맑은 열수는 투명하다 못해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굉장히 차가워보이는 색이지만 어마무시한 온도를 머금고 있다.
종종 야생동물이 빠져 그대로 익어버리기도 한단다.
Fountain Paint Pot Trail
옐로스톤은 가히 뜨거운 지층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찬 곳인 것 같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심심찮게 열수 지형을 만날 수 있다.
수채화를 그리다가 파란 물감이 묻은 붓을 깨끗한 물에 씻으면 보이는 색이다.
이 열수도 한없이 시린 모습이지만 100도를 훌쩍 뛰어넘는 열기를 머금고 있다.
바람이 불어 차가운 공기가 닿으면 금새 허연 김이 만들어져 사람들을 덮어버린다.
어떤 녀석은 그르렁거리며 뜨거운 물과 김을 뿜어내기도 한다.
분명 땅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지하수일 뿐인데
끊임없이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모양이 뭔가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낸 분출물 같다.
숲과 계곡
도로가 숲을 관통하다보면 어느 순간 계곡물과 나란히 달릴 때가 있다.
굽이굽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계곡은 그리 깊어 보이진 않는다.
계곡물은 바닥의 바위들을 빠르게 타고 넘으면서 하얀 포말을 만들어 낸다.
손을 담궈보니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다.
계곡 옆으로 빽빽이 늘어선 침엽수림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풍광이 한없이 청량하다.
물살이 잠잠한 곳에서는 사람들도 한가로이 플라잉낚시를 한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면서 휘어지는 낚시줄이 근사하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낚시를 가르쳐 주고, 아이들은 아버지를 따라 서툴게 낚시대를 휘두른다.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편안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Grand Prismatic Spring
박테리아와 광물질이 만들어낸 예쁜 색을 지닌 이 거대한 열수는 단연 옐로스톤에서 가장 유명한 풍광이다.
오묘한 노란색과 파란색이 온갖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내는데,
자연이 만들어낸 빛깔치고는 너무 인위적으로 예쁜 색이라 굉장히 신기하다.
열수 둘레를 따라 만들어진 길을 걷다보면 연신 밀려드는 하얀 김에 파묻힌다.
사실 너무 크기때문에 우리가 사진에서 봐 오던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려면 발품을 팔아 근처 언덕 위로 올라가야한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비로소 거대한 둥근 무지개가 내려 앉은 것처럼 신기한 빛깔의 그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멀리서 내려다 본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파충류의 눈동자같기도 하다.
Old Faithful
옐로스톤 공원의 거의 한가운데까지 들어가면 그 유명한 Old Faithful Geyser를 볼 수 있다.
아마 이곳이 공원 내에서 가장 큰 동네 중 하나일 거다.
캐빈도 많고 레스토랑, 편의점, 주유소, 안내소, 오토 캠핑장 등등이 모여있는 곳이라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 있는 'Old Faithful Inn'은 100년도 더 된 북미에서 가장 거대한 목조건물이란다.
숙박을 하려면 거의 일년전에 예약을 해야하는 유서깊은 건물이다.
거의 6층 건물처럼 보이는데 로비에서 올려다본 뻥뚫린 나무 골격과 한쪽 면을 가득채운 벽난로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Old Faithful Geyser는 생각보다 더 거대하다.
이름처럼 늘 규칙적으로 물을 뿜는 이 geyser는 거의 40여분마다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내는데
한 번에 하늘로 30 m쯤 엄청난 양의 뜨거운 물을 힘차게 내뱉는다.
자연에서 언제나 아래로 향하는 물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치솟는 모습은 또 다른 종류의 놀라움을 전해 주는 것 같다.
버팔로
해질무렵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도로 옆 초지에서 혼자 풀을 뜯고 있는 버팔로를 만났다.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나온 녀석은 사람이 근처에 다가와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해가 낮게 드리워져 버팔로의 거친 털이 아주 가까이 진하게 보인다.
멋진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