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전국적으로 날씨가 맑다는 정보를 입수,
바다에 갈까 산엘 갈까 고민고민 하다가 공기도 따뜻하니 해서 간만에 조용히 사찰 답사를 감행했다.
오늘 땡땡이 칠 작정을 하고 어제 밤 늦게까지 오늘 할 실험도 다 해치웠다고. 장하다 정말.
아무튼 꽃피는 춘삼월도 왔고, 바야흐로 봄의 기운이 성큼 다가온 듯한 날씨라 땡땡이 치기엔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그렇게 학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얼굴에서 생기가 도는 것을 여지없이 느끼며,
버스타고 택시타고 어찌어찌하여 오어사 입구에 당도하였다.
사실 교통편이 썩 좋지가 않아서 버스 시간 맞추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내가 진작에 여길 못 와 본 것이지.
커다란 저수지 옆에 자그마한 경내가 세월의 흔적을 듬뿍 담고 있어서
마치 마을 한 켠에 오목하게 들어 앉은 초가집과 같은 분위기가 나는 사찰이다.
사방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산이며 물뿐인지라 그저 아늑하다. 사람들 별로 없는 평일에 오면 참 좋을 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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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사에는 '자장암'과 '원효암' 두 개의 암자가 딸려 있는데
'자장암'은 절 뒷산 절벽 위에 높다랗게 위치해 있고, '원효암'은 계곡 은밀한 곳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십여 분 남짓 산을 올라가 '자장암'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은 제법 근사하다.
혹시나 동해가 보이려나 했는데 그렇진 않고....
반나절 앉아서 조용히 머리나 식히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장소인 것 같다. 경치도 좋고 마음에 든다.
반면에 '원효암'은 마치 어디에 은둔한 것 마냥 앞뒤가 꽉 닫힌 곳에 있다.
해가 어디에서 뜨고 어디에서 지는지도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은 그곳은
조용히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 같아 보였다.
절을 찾는 사람들의 고뇌를 헤아린 맞춤형 '암자'....마음이 이끄는 곳에 머물러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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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가 노곤하니 정말 봄이 오는 것 같다.
벌써 포항에서 맞이하는 세 번 째 봄.
포항에서 맞이한 세 번 째 겨울은 이렇게 가는 가보다.
꽃이 피면 한 번 더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