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이후로 유발 하라리의 저서들이 여전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종교학자인 배철현 교수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 또한 같은 맥락에서 비슷한 독자층의 관심을 끌만한 저서이다.
인간의 기원과 문명의 발달에 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우리 자신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건드리는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학자로서 그 답을 인간의 자의식 발달과 주변 환경과 생명체에 대한 공감 능력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인간성이 의식과 의례, 예술 그리고 종교로 발전하여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문명의 발달에 있어서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한다.
즉, 농경 생활을 통한 정착 문화가 인간의 정치, 문화, 예술을 이끌어 문명을 고도화 시킨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이끌어낸 정신세계의 발달이 이미 농경 문화가 형성되기 전 지금껏 알려진 바 보다 훨씬 더 고도화되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모호한 정체성에 아쉬움이 들었다.
빅뱅에서 다윈에 이르는 인류 기원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개념적이고 여타 다른 인류학 책에서 보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며,
또 인간성, 예술, 의례, 종교의 발달에 대한 이야기는 대중인문과학서라고 하기에 설명의 근거와 결론이 약해 보인다.
종교학자이자 언어 전문가인 저자의 관점에서 인류의 기원과 문명의 발달을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이 여실히 보이지만
책의 절반이 지나갈 때까지 어떤 강한 흡입력이 보여지진 않았다.
물론, 충분하지 않은 선사시대의 유물 유적과 몇몇 고인류 화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애초에 많은 제약을 갖고 있지만,
차라리 책의 내용에 좀 더 종교적인 색채를 짙게 했으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어차피 고인류 문명학은 빈약한 근거로 가장 논리적이고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하는 것이다.
빅뱅에서 현생 인류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자 한 저자의 의도가 있었겠지만,
종교학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라스코 동굴 벽화' 이후의 이야기인 것 같다.
종교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마 거기부터이지 싶다.
빅뱅과 다윈 진화, 현생 인류의 기원은 여전히 종교 이외의 설명이 더 설득력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