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성북구에 왔다. 한 7년 만인가.
성곽이 둘러처진 나즈막한 풍경이 괜시리 반갑다.
성북구는 서울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마냥 낡지 않고 멋스럽게 남아있어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많이 변하지 않아서 좋다.
전형필 선생의 행적과 간송 미술관이 생겨난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만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예전부터 와보고 싶었는데 원래 간송미술관이 일년에 한 두 번 만 관람객을 받아오기도 했고
그동안 간송미술관 유지 보수와 외부 상황때문에 내부 전시가 어려웠는데,
7년만에 이렇게 다시 보화각에서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국 근대건축가 박길룡이 모더니즘 양식으로 1938년에 완공했다는 미술관 외관은
사실 그 명성에 비해 상당히 낡은 모습이라 약간 당혹스러웠다.
세월이 녹아있는 오래된 건축물이지만 잘 관리되고 다듬어진 느낌이 아니라
그동안 미술관이 겪어온 온갖 풍파가 그대로 주름살처럼 건물에 새겨져 짐짓 노쇠하고 힘겨워 보였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외벽과 녹슨 창틀을 보고 있자니 왠지 좀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금도 미술관이 온전한 상태는 아닌지라 1층 좁은 전시실에 소수의 작품만 전시하고 있다.
전시 작품 수가 많지 않아 다소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한 점 한 점 눈길이 가지 않는 작품은 없었다.
김홍도, 장승업, 신사임당 그림이 있었지만
심사정 '삼일포'는 벌레먹은 자국이 마치 눈처럼 표현된 몽환적이고 오묘한 매력이 있어 한참을 바라봤다.
2층에 더 넓은 전시 공간이 있지만 지금은 보수 중이라 텅빈 진열대만 놓여있다.
귀한 작품을 보러 왔지만 미술관을 다 둘러보고나니 오히려 마음이 개운치 않다.
몇몇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렇게 소중한 문화유산을 여태 지켜낼 수 있었지만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에어컨 하나 들지 않는 전시실에 걸려있는 작품들이 살짝 걱정스럽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과 대중들이 사연 많은 미술관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으니
작품 보존과 미술관 운영의 접점을 잘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