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旅行/유럽배낭여행 | 2004

유럽배낭여행 [빈]

제이우드 || 2023. 6. 15. 21:50

2004.10.20. 水  

 

새벽녘에야 들어온 마이클은 나보다 먼저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꿈나라 속을 헤매고 있는 듯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아담한 6인실 창문으로 들려오는 아련한 소음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침대 시트를 걷어내고 주섬주섬 비누와 수건을 집어든다.

 

....

빈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이다...

 

SATO Restaurant

어제 저녁을 부실하게 먹어서 아침은 좀 든든하게 먹고 싶었다.

사실 프라이드 치킨 반 마리로는 좀 부족했지....

마침 어제 눈여겨 봐둔 깔끔한 터키 레스토랑이 있어서 옷을 챙겨입자마자 그곳으로 향했다.

..

 

양고기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솔솔 풍겨오는 레스토랑...잘 생긴 터키 종업원이 친절하게 맞아준다.

메뉴판을 받아들고....역시나 다른건 잘 모르겠고....케밥을 주문했다.

케밥도 종류가 참 다양하다. 메뉴판에 있는 것만 해도 10가지가 넘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큰 양고기 덩어리에서 몇 조각을 슥슥 칼로 잘라내더니

먹음직스럽게 잘라 밥 위에 듬성듬성 구운 고추랑 같이 올려준다.

커다란 토마토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고기...

나도 모르게 그만 씨익 웃고 말았다.

'오우...멋진데....후후'

.....

정말이지 터키 음식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잘 맞는 것 같다.

케밥 같은 경우는 밥도 나오고 약간은 매콤한 맛도 있고, 느끼하지 않아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중국 레스토랑에도 가보고 일식 레스토랑에도 가 봤지만

중식은 기름기나 냄새 때문에 조금 역겨울 수 있고, 일식은 우동이나 라면밖에 먹을 게 없고 대부분 양이 너무 적다.

물론 한식이 제일 좋지만 유럽에서 한식당 찾는 건 꽤나 힘든일이다.

그러니 차라리 중식을 먹을 바에야 값도 조금 저렴하고 입에도 잘 맞는 터키음식 먹는게 훨씬 낫다고 본다.

현지 음식도 즐기되....가끔 입맛 없을 때는 입에 맞는 음식을 찾아 먹는 요령도 필요한 것 같다.

 

여행할 때 배고프면......힘 빠진다....후후

 

Westbahnhof에서 SchloB Schonbrunn

아침 식사도 든든히 한 김에 마트에 들러 우유 한 팩을 사 넣었다.

물병을 안 가지고 와서 물이나 한 병 살까 하다가 우유가 더 맛있을 것 같아서 냉큼 집어 들었다.

오스트리아에 가면 아주 맛있는 우유가 있다고 해서 그 우유 이름까지 적어 왔는데 여긴 없네....훗

빵이랑 우유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유럽에서 먹는 빵이랑 우유는 우리나라 것보다 확실히 맛이 더 좋다.

특히나 빵맛이 어찌 그리 다를 수 있는지.....밀가루의 차이일까?

 

한 손에 우유를 들고 홀짝홀짝 마셔가며 U-bahn을 타러 갔다.

쉔브룬 궁전을 가려면 서역에서 U6을 타고 다시 U4로 갈아타 SchloB Schonbrunn에 내려야 한다.

......

 

5유로짜리 24시간 U-bahn티켓을 들고 플랫폼에 서서 기다린다.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참 깨끗하고 쾌적하다.....냄새나는 파리 메트로와는 너무도 다르다.

어제도 느낀거지만 빈은 사람들도 다들 '귀티'가 난다고 해야할까.....아무튼 그렇고..

건물이며 거리 분위기도 참 단정해 보인다.

 

빈은 이전에 들른 도시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

 

쉔브룬 궁전

U-bahn에서 내려 표시판을 따라 걸어가면, 넓은 광장 뒤로 우뚝 솟은 노란색 궁전이 시야에 꽉 들어찬다.

쉔브룬 궁전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시절에 기존의 궁전을 개축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참....크기도 하네....'

 

광장을 가로질러 걷다보니 여기저기서 온 단체 관광객들 틈에 섞여 궁전 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

파리의 뤽상부르그 공원에서처럼 잘 다듬어진 정원수들....

유럽의 귀족이나 왕가에서는 이렇게 잘 다듬어진 정원을 무척 좋아했나보다.

아무래도 미의 기준이 우리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

절묘한 '가지치기'가 만들어낸 나무 터널을 지나 궁전 뒤로 돌아가면

다시 넓은 광장이 나오고 언덕 위로 아득히 '글로리에테'가 보인다.

여기가 봄이면 화려한 꽃이 만발하는 넓은 꽃밭인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온통 거름만 뒤덮여 있다.

여행 안내책에 나와 있는 화사한 꽃 대신 꽃밭에는 시커먼 퇴비만 가득하고,

설상가상으로 궁전 뒷면은 보수공사 때문에 허연 장막을 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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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005년이 '유럽 방문의 해'라 지금 유난히 문화재 보수 공사가 잦다고 한다.

파리 개선문, 노틀담도 그렇고, 뮌헨 시청사도 그렇고, 프라하 성 비타 성당도 그렇고....

커다랗게 두른 장막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못 찍은 유명 건축물이 제법 있었다.

겨울 비수기면 유럽은 어디나 보수공사 중이라고 하더니, 올해는 가을부터 온통 공사판인가보다...

 

잠시 벤치에 앉아 남은 우유를 몽땅 털어 마시고 숨을 골랐다.

 

'쩝....이 거름 덩어리들은 고사하고 저 커다란 장막이라도 없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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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잔디밭 사이로 지그재그로 뻗어 있는 하얀길을 따라 오른다.

야트막한 언덕위로 이어진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언덕만큼이나 야트막한 빈의 전경이 펼쳐진다.

언덕 밑으로 보이는 넓은 정원에 꽃이 필 무렵이면 여기서 내려다 보는 전경이 참 이쁠 것 같다...

 

까마귀와 비둘기 몇 마리가 한가롭게 잔디밭 위를 총총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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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정상에 솟아 있는 '글로리에테'...

오리 떼가 놀고 있는 연못을 앞에 두고 만들어진 조각적인 이 건물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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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서면 빈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빈은 대도시의 거대함보다는 차분하고 온화한 모습을 한 도시인 것 같다.

하늘을 찌르는 높다란 빌딩은 없지만 참 얌전한 지붕을 가지고 있다.

무척이나 편안한 스카이 라인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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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에테 앞에 있는 조형물에 붙어 있는 '풍요의 뿔'....

그리스 신화에서 유례된 상징물이다.

여행 오기 전에 급히 읽은 그리스 신화 책이 그나며 이번 여행에서 조금은 시야를 넓게 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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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화권이든 그곳만의 전통적인 상징이라는게 있다.

신화에서 유례됐거나 역사적인 사건의 파생으로 만들어진 이 상징은

보편적인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도 있다.

그리스-로마 문화와 그리스도교(Christianity)를 기반으로한 유럽문화도 여기서 파생된 수많은 상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그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기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여행을 계속 하면서 느낀건데....

여행을 준비하면서 경비를 계산하고 경로를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의 몇 배를 더 투자해서라도

자기가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꼼꼼히 공부해둘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책을 본다고 봤지만...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지 못한 것과

카톨릭, 기독교 등에 대해서 너무 등한시 한 점이 제일 후회된다.

 

여행은......정말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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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빈으로 넘어 오자 날씨가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남쪽으로 내려온 덕분인지 오스트리아는 아직 완연한 가을의 정점에 있다.

 

바람도 차지 않고 햇살도 따스하다.

목도리도 풀어헤치고....

낙엽이 가득한 오솔길을 천천히 걸으며 노래도 흥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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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을하늘이 세상에서 제일 맑고 청명한줄 알았는데...빈의 가을 하늘도 참 파랗다.

저 높이 끝도 없이 파랗게 뻗어 있는 하늘....

빈의 가을은 우리나라의 가을과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공기도 닮았고...

떨어진 낙엽도 닮았고...

햇살도 닮았다...

 

'가을은 우리나라가 참 좋은데....'

 

여행 오기 전 우리나라 날씨도 가을로 접어 들고 있었다.

지금 쯤 여기처럼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져 있겠지....

벌써 20일....

 

돌아가면 11월이다.

한 달 뒤면 12월....그러면 올해도 끝이고....

시간 참 잘 간다....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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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가을 하늘은 집에서 보던 가을 하늘과 참 닮았다....너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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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성당과 케른트너 거리

쉔브룬 궁전에서 다시 U-bahn을 타고 U3 Stephansplatz에 내려 지상으로 나오면

바로 눈 앞에 거대한 건물 하나가 떡 하니 버티고 서있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고딕 성당인 슈테판 성당....

성당이 U-bahn입구에서 불과 20여미터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갑자기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야만 이게 성당이구나 하고 알게된다.

 

자선 모금함이 있는 성당입구를 지나 모자를 벗고 살며시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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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흐려진 성당 안에는 소박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고

소원을 비는 작은 촛불들이 성당 한 켠에 예쁘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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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는 것처럼...

스테인드글라스로 스며든 햇살이 촛불 연기로 뿌옇게 흐려진 성당 안을 사선을 그리며 비춰주고 있는데,

화려하지 않으면서도...다른 성당과 달리 온화하고 은은한 분위기가 참 색다르다.

부드러운 커튼을 내려 놓은 듯한 기둥의 모양이나

성당 내부 벽면을 둘러싼 많은 조각상들도 아주 섬세하고 아름다운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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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아 다리를 쉬게했다.

여기가 예배석인가보다....저 옆에 두 손을 꼭 모아 눈을 지그시 감고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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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앞에 꽂혀있는 성경책....

이렇게 유구한 세월을 간직한 대성당에서 예배를 본다면 개개인에게도 참 의미 있지 않을까?

절도 오래된 고찰이 좋듯이....성당도 이렇게 오래되고 신성함이 배어있는 곳이 더 좋은 것 같다.

'여기서 예배하는 걸 한 번 봤으면 좋겠는데...'

 

낡은 파이프 오르간과 손 때 묻은 성경책이 오늘따라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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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앞 광장에는 거리 예술가들이 돈을 받고 포즈를 취해주기도 하고

익살스런 판토마임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커다란 가판대에서는 빵이랑 소시지를 팔고, 양지 바른 노천 카페에는 사람들이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성당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도 어찌나 큰지 이리저리 각도를 재고 뒷걸음질을 쳐도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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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중심인 케른트너 거리에는 옹기종기 참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다양한 가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

간간히 눈에 띄는 레코드 가게를 보니 문득 '제시'와 '셀린느'가 들렸던 레코드 가게가 생각난다.

여기 근처일까...

좁은 공간에서 약간은 어색한듯 수줍어 하던 두 사람이 생각난다.

 

그때 듣던 노래가 무슨 노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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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g을 따라...

케른트너 거리 끝에 이르면 오른편으로 멋진 '국립 오페라 극장'을 만날 수 있다.

런던이 뮤지컬로 유명하듯이 빈은 오페라로 유명하다고 한다.

프라하에서 만난 한 여행객도 빈에 가거든 오페라 하나쯤은 봐줘야 한다고 큰소리 쳤었지....

그런가? 정말 하나 봐줘야 되는건가?

마침 극장 앞에는 옛날 복장을 차려입은 극단 사람들이 팜플렛을 들고 자기들 오페라 홍보하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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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사실은 빈의 오페라가 유명하다는 말은 여행와서 처음 접한 사실이다....훗

오페라는 고등학교다닐 때 '피가로의 결혼식'을 딱 한 번 본적 있는데......뭐 나름대로 괜찮았다.

적당한 가격이 있으면 빈에서 오페라 공연 하나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근데....

빈하면 그래도 빈 소년합창단 아니겠어...

소년합창단 노래 한 번 들어보려고 지도에 일부러 합창단 공연장도 표시 해 왔다.

주 공연장이 세 군데가 있는데 날짜랑 공연시간은 잘 모르겠다.

일단 빈 소년합창단 공연 좀 더 알아보고....오페라는 차선책으로 남겨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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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빈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이 허물어진 뒤 그 자리를 따라 둥글게 도로가 났는데

마치 반지처럼 빈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어 이름도 예쁘게 'ring'이라고 한다.

찌릉찌릉 벨을 울리는 예쁜 트램도 지나가고, 양쪽으로 나무가 우거진 이름만큼이나 예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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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자전거 도로가 붙어 있는 넓은 인도를 따라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다.

살짝살짝 떨어져 있는 낙엽을 피해가면서 그렇게 빈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경쾌한 말발굽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ring을 따라가면

유명한 빈의 명소를 한 번에 다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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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근엄한 포즈로 앉아 있는 동상을 지나면 .....

 

아직 초록이 싱그러운 '호프부르크 왕궁'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날 수 있다.

Burgga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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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 누워 따스한 햇살을 쬐는 사람도 있고, 친구끼리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푸른 공간이 있으니 참 좋네...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면서 어린 꼬마들이 노는 모습도 지켜보고...

일부러 잔디밭에 들어가 낙엽도 밟아본다....

암만 생각해도 가을은 참 멋진 계절이다....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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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왕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이었던 '호프부르크 왕궁'은

과거 합스부르크가의 위세만큼이나 거대한 궁전이다.

하긴....한때는 유럽 대륙을 호령하던 왕실이 아닌가...

 

아무튼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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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부르크 왕궁에서 나와 길 건너편을 바라보면

똑 같은 모양의 커다란 건물이 마주보고 서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바로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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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는 음악만큼이나 유럽 미술사에 있어서도 제법 큰 영향력을 미쳤는데,

과거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을 호령하던 시절에 합스부르크가가 유럽 각지에서 끌어모은 명작들은

'왕가의 컬렉션'으로서 오늘날까지 미술사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왕실이 공을 들였던 만큼 '미술사 박물관'은 수준 있는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

내가 보고 싶은 '클림트'의 'Kiss'나 'Judith'는 여기 미술사 박물관이 아니라 '벨베데레 궁'에 소장되어 있다.

이상하게 다른 작품은 몰라도 책에서 본 '클림트'의 'Kiss'는 빈에 오면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두 군데 다 관람 시기를 놓친 것 같으니까 내일 '벨베데레 궁'에나 한 번 가봐야겠다.

'링'을 따라 걷는데 왠 공사판이 있어 안전망 틈새로 들여다 보니 '국회의사당'이 말 그대로 '공사중'이다.

 

'이런....'

 

다행히 관광객들에게 사진은 찍어 갈 수 있도록 안전망 한쪽에 투명 아크릴 창이 만들어져 있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공사현장을 스윽 한번 쳐다보고 황금 투구가 번쩍이는 아테네 여신상을 사진에 담았다.

....

아테네 여신상 위로 지나가는 타워크레인이라....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타워크레인이지만 여기서는 꽤나 낯설다.

 

 

'링' 순례의 마지막 시청사...

위압적인 첨탑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 이 건물은 19세기 말에 지어진 '네오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태양을 등지고 있어서 그런지 그늘진 시청사의 높은 첨탑은 보는 이를 더 주눅들 게 만들었다.

'높기도 허다.....'

 

넓은 시청 앞 광장은 때로는 공연장소로, 때로는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는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한산하다.

간간히 산책하러 나온 어르신들만 눈에 띄고....

 

잠시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다스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향했다.

....

 

Burgkapelle

'여기 어디가 맞는데....어디야....'

....

'론리 플래닛'에서 오려낸 지도를 보며 '호프부르크 왕궁' 뒤쪽 도로를 이리저리 살펴봐도,

빈 소년합창단이 공연을 하는 'Burgkapelle'이라는 곳의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이 근처가 맞는데...

 

"저기 실례합니다....여기가 어디죠?"

"어디 봅시다....흐음......"

 

마침 경계를 서고 있던 경찰 아저씨가 있어서 주저없이 지도를 내밀며 도움을 청했다.

이럴줄 알고 영문판 지도를 오려 왔지....흐흐

 

"음....저기 저 길을 따라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으세요..."

 

....

멋진 기마상이 있는 'Heldenplatz'에서 성 안으로 난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성 내부로 아담한 공간이 따로 눈에 들어오는데 여기가 바로 'Burgkapelle'이다.

엄밀히 말하면 왕궁에 안에 있는 공연장이기 때문에 따로 표지판도 없고

입구에 작은 현판글씨로 'Burgkapelle'이라고 적혀있어서 찾기가 까다로웠던 거다.

 

'찾기는 찾았는데....보자....공연이 언제냐.....에에....어라? 일요일?....'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공연이 일요일에나 있는 것 같다. 이런....

매일 하는게 아니네....오늘이 목요일....토요일에는 떠나야 하는데....

 

쩝.....김빠진다.

....

 

한 번 김이 빠져 버려서 그런지 소년합창단이 공연하는 다른 공연장에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시간이 잘 맞으면 볼 수도 있었는데....못 봐도 할 수 없지뭐....오페라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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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호프부르크 왕궁 뒤로 난 좁은 도로를 따라 다시 슈테판 광장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늘은 내가 아무래도 가을을 너무 타나보다.

일찍 들어가서 저녁이나 먹자.....

 

슈니첼도 먹고 슬리퍼도 사고...

오스트리아의 대표 요리 '슈니첼'......우리나라의 '돈까스'와 비슷하다.

숙소로 돌아와서 서역 근처를 제법 두리번 거렸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다시 숙소 앞에 있는 작은 호프 레스토랑에 들러 '슈니첼'이랑 오스트리아 대표 맥주 'Gosser' 한 잔을 시켰다.

얇고 넓게 튀긴 돼지고기에 감자와 채소 몇가지가 어우러진 다소 소박한 요리로...

마실 것 없이 먹으면 목이 좀 텁텁해질 수 있다.

맛은 다소 평범....후후

.....

 

찐 감자에 맥주도 한 잔 마시니까 배가 금방 불러온다.

소화도 시킬 겸 마트에 들렀는데 슬리퍼 한짝이 1.9유로란다.....이렇게 쌀수가...!!

지금까지 여행 내도록 슬리퍼 없이 지냈는데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샤워할 때마다 신발 젖을까봐 신경써야하고, 가볍게 돌아다닐 때도 꼭 신발을 신어야 하니까 갑갑했다.

여행 출발할 때 고민고민하다가 슬리퍼는 쏙 빼놓고 왔는데 참 후회막급이었다.

그런데 슬리퍼 한짝이 고작 1.9유로라니....!!

기쁜 마음에 냉큼 한 짝을 집어 들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남은 여행기간에는 나도 슬리퍼 좀 신어 보자고.....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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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유유히 슬리퍼를 신고 샤워를 했다.

'아.....이 자유로움이란....이렇게 좋은 것을....'

펑펑 쏟아지는 뜨거운 물에 하루 피로가 말끔히 달아나는 것 같다.

역시....유스는 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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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고 프런트에 내려가 토요일까지 이틀 숙박비를 지불하고서

동전으로 인터넷 몇 분 하다가 방으로 돌아오니까 그사이에 ' 아가씨 손님'이 둘이나 생겼다.

'오옷....놀래라....'

한 명은 돌아누워서 책을 보고 있고 한 명은 내 아래층에서 자고 있다.

 

'헐...외국 아가씨랑 한 방을 쓰기는 처음인데....'

책보던 아가씨랑 눈이 마주치자 괜히 혼자 부끄러워서는 냉큼 침대 위로 올라가 살금살금 드러누웠다.

태연한척 해도 참 어색하다.....뭐 물론 나만 어색한 것이겠지만.

 

오늘따라 마이클이 늦네.....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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