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9. 火
유난히도 햇살이 맑은 아침이다.
빈으로 떠나는 날.
배낭을 꾸리면서 프라하에서의 추억도 차곡차곡 정리해 본다.
.....
어제 밤에는 민박집에 있는 사람들이랑 다같이 둘러 앉아 맥주를 마셨다.
휴학하고 친구끼리 여행중인 여대생들...
레지던트 과정을 밟다가 훌쩍 떠나온 사람...
프라하가 좋아 일주일이 넘도록 민박집에 죽치고 있는 사람...
단 둘이 캐리어를 끌고 배낭여행중인 자매들...
인터넷에서 만나 같이 여행중인 사람들...
영국에서 어학연수하다가 귀국하기전에 여자친구랑 여행중인 학생...
몇 년전에 프라하에 왔다가 프라하가 좋아서 짐싸들고 날아온 중대장....
....
서먹서먹했던 분위기를 여행이야기로 녹이면서 많은 사람들과 오랜만에 참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모두가 다 다른 이유로...
모두가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여행 온 사람들이다.
부모를 잘 만나서 이런 호사를 부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솔직히 내 눈에 몇몇은 그렇게 보였다....
아니면 시대를 잘 만나서 이렇게 배낭 하나만 둘러 매고 멋진 여행을 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유와 경위가 무엇이든...
일단 이렇게 배낭여행을 떠나 왔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과연 무얼 얻기위해 이렇게 떠나온 것일까......
어제 저녁 카를 교 위에 걸터 앉아서도 생각해 봤지만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피식
프라하를 떠나며..
어깨에 배낭을 둘러매고 다시 길을 나선다.
"남은 여행 잘 하고....조심해서가라"
"네, 아저씨....정말 잘 지내다 갑니다.."
"그래...그러면 다행이네..."
"안녕히 계세요.."
"응 그래...잘 가~"
문 밖까지 배웅해 주시는 아저씨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여행을 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여행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 고마운 분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여행이란 그래서 좋은 거다.
....
트램을 타고 가면서 다시 한 번 프라하를 바라 본다.
저 거리와 이 공기....파란 하늘....유유히 흐르는 블타바 강...
살며시 다가와 나도 모르게 반해 버린 어릴적 첫사랑처럼...
세월이 흘러 아 그때 그게 사랑이었나보다 하고 깨닫게 되는 것 처럼...
프라하를 떠나려 하는 지금에서야 내가 프라하에 얼마나 빠져 있었던가를 알게됐다.
'프라하....프라하....'
프라하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진 않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그땐 알 게 되겠지....
홀레쇼비체 역
빈 남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앙역인 '흘라브니 나드라지'대신 '홀레쇼비체' 역으로 가야한다.
중앙역에도 열차가 있긴 한데 편수가 극히 적고 북역으로 가는 것 뿐이라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
빈으로 넘어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트램을 타고 20여분을 달려 어느 정류장에 내렸는데
역 바로 앞까지 가는 트램이 아니라서 사람들에게 연신 길을 물어봐야했다.
프라하는 영어가 그리 썩 잘 통하는 편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때 다른 유럽국가보다 답답할 때가 많다.
'station', 'train'을 못 알아 들으시는 할머니와 진땀을 빼는 사이 한 신사분이 유창한 영어로 길안내를 해 줘서
겨우 '홀레쇼비체' 역에 당도 할 수 있었다.
역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
.......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간발의 차이로 열차 하나를 떠나 보내야만 했다.
다음 열차는 한 시간 후에나 출발하는데 그것도 직통이 아니라 국경에서 갈아타야 하는 열차다.
그다음 가까운 시간에 빈까지 바로 가는 열차가 있긴 한데 그걸 타려면 다시 중앙역으로 가야한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데.....어쩐다....'
사람들과 이런저런 상의 끝에 다음편 열차로 국경인 '브레클라브'까지 간 다음 거기서 갈아타고 가기로 했다.
무료하게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도 줄이고 어차피 오늘은 빈까지 가기만 하면 되니까....
.....
열차 시간까지 대합실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무료함을 달랜다.
다들 여유있는 모습.....
프라하에 와서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좀 더 여유로운 것 같기도 하고....편안해 진 것 같기도 하고....
커다란 반환점을 돈 것 처럼....
프라하를 정점으로 그 이전에 했던 여행과 앞으로 남은 여행은 무언가가 다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일행이 5명이에요? 6명이면 단체 할인권을 사면 더 저렴한데...."
"그냥 6명이라고 하고 단체 할인권으로 주시면 안되요?"
"그렇게는 안 됩니다..."
국경을 넘을 때 일정한 인원이 되면 요금을 조금 할인해 주는 경우가 있다.
우리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까부터 계속 빈으로 가는 한국인 여행객이 없나하고 두리번 거렸는데
오늘따라 우리나라 사람이나 배낭여행객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
'Do you go to Breclav? If then... let's make a group with us.
It's more cheap than one person price.
400Kc -> 200Kc. Buy tickets together !!'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첩에 우리 요구사항을 적어 티켓 창구 앞에서 동반자를 찾는데
마침 한 청년이 고맙게도 우리 뜻에 따라 줬다.
다들 체코를 떠나기 전에 남은 코른으로 깔끔하게 계산을 마무리 하길 원했는데 안타깝게도 코른이 조금 모자라서
할 수 없이 한 명이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남은 코른을 유로로 재환전해서 넘겨 줬다.
재환전율이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
열차티켓 사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우리가 너무 귀찮게 했는지 창구 여직원은 불평 가득한 목소리로 단체할인권을 넘겨주고,
출발 시간 1분 전에서야 아슬아슬하게 열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
투박스러운 체코의 열차는 국경역인 브레클라브를 향해 서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정말 하늘도 청명하고 햇살도 눈부시다.
이렇게 좋은 날을 열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는게 아쉬울 정도로....
창 밖의 산야가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게 완연한 가을날의 정취다.
이제 남쪽으로 내려가니까 날씨가 좀 풀리려나...
파리를 떠나면서부터 계속 목에 감고 다녔던 이 목도리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
"셋~!"
"다섯~!"
"제로.."
"아아악~!!"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보던 무료한 컴파트먼트 안에서 누군가의 제안으로 게임이 시작됐다.
이역만리 어느 열차칸 안이 어느새 '춘천가는 기차'로 변해버렸다.
웃고... 떠들고... 서로 부딪히는 사이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도 일순간에 화기애애하게 바꼈다.
혼자 조용히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시끌벅적하고 정겨운 여행도 괜찮은 듯 싶다.
사람들의 체온을 느끼며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큰 선물이니까 말이다.
....
지나가던 체코 꼬마들이 우리 노는 모양새가 신기한지 빼꼼히 쳐다보고 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씨익 웃는 폼이 무척 귀엽다.
'이거 외국인과 같이 하면 참 재밌겠다.....다음에 방법만 가르쳐주고 같이 한 번 해 볼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잠시 정신이 팔려있는 순간에도 우리의 '춘천가는 기차'는 국경을 향해 계속 달려갔다.
...
브레클라브
점심 때가 한참 지나서야 체코의 국경역 브레클라브에 도착했다.
자그만 국경도시...
조용한 역사 안은 인적도 드물다.
마침 우리가 타고 갈 빈 행 오스트리아 열차가 벌써 플랫폼 안에 들어와 있다.
출발 40분 전.
점심도 안 먹었고 남아 있던 코른 동전도 처리할 겸, 커다란 샌드위치를 사서 나눠먹었는데
판매대 아저씨가 영어를 전혀 쓰지 않아 손짓발짓 다 해가며 용을 써야 했다.
동전이 모자라 안타깝게도 음료수는 사지 못했지만.....
샌드위치를 다 먹고 경찰이 여권검사를 하고 나서야 열차는 스르르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출발역이라 그런지 승객이 우리밖에 없어 객실 안이 정말 한산하다.
열차도 다시 산뜻하고 세련된 것으로 바꼈다.
깨끗한 시트에....대궐같은 화장실에....깔끔한 디자인....
다소 투박해보이던 체코의 열차와는 무척 대조적인 모습의 오스트리아 열차가
'유레일 통용국'으로의 진입을 산뜻하게 맞이해 줬다.
오스트리아
체코 국경을 넘어 서자 드넓은 오스트리아의 평야가 펼쳐진다.
벌써 5번째 넘는 국경이다.
명확한 국경도 없이 그저 형식적인 여권 검사만으로 이렇게 손쉽게 왕래하는 유럽의 현실에도 어느덧 익숙해져버렸다.
그렇다고 결코 '하나'라고 말할 수도 없는 유럽의 국가들....
서로 얽히고 섥힌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런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다.
......
한때 유럽을 호령하던 '합스부르그 가'의 나라 오스트리아.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나라로 중부와 동부 유럽을 잊는 광활한 지역을 지배했던 나라이다.
1차대전의 패배로 그 넓은 영토의 대부분을 잃고 오늘날과 같이 짧은 국경을 가지게 됐지만
여전히 과거 반짝했던 추억과 자존심은 살아있는 나라다.
왠지 지평선이 바라보이는 오스트리아의 평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냥 새삼스레 오스트리아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반추하게 됐다....
열차는 부드럽게 벌판을 달려가고 저 멀리 커다란 풍력발전 풍차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한 숨 잘까?....
..
빈..
5시 30분을 조금 지날 무렵 열차는 빈으로 들어섰다.
'비포 썬 라이즈'의 도시 빈...
내가 빈을 좋아하게된 계기는 아무래도 그 영화 때문이다.
아름다운 빈의 거리와 셰익스피어의 희곡같은 '제시'와 '셀린느'의 속삭임에 나는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제시'의 자리에 나 자신을 투영시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낭만적인 그 영화의 설정 때문에 그 뒤로 혼자 버스를 타거나 열차를 탈 때마다
늘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내 스스로 '제시'가 되는 꿈을 꾸곤 했었다.
....
'비포 썬 라이즈' 후속작인 '비포 썬 셋'이 이번 달에 개봉될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비포 썬 라이즈 10년 그 후의 이야기라고 한다. 역시나 주인공은 그때 그 '제시'와 '셀린느'...
어쩌면 여기 빈에서 옛 추억을 되새기듯이 '비포 썬 셋'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바라건대...
우연히 나도 여기서 나의 '셀린느'를 만났으면 하는 소박한 욕심도 가져본다.
영화의 첫장면이 그랬던 것처럼 열차는 도나우 강을 건너 빈 시가지 안으로 미끄러져 갔다.
북역에서 다시 서역으로
빈의 첫인상은 의외로 아주 도시적이다.
그간의 고풍스런 도시들과 달리 현대적이면서도 깨끗한게....왠지모르게 '부티'가 난다고나 할까.
어딘지 모르게 서울과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뭐 이제 겨우 열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모습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빈의 첫인상은 그렇게 다가왔다.
...
프라하에서 넘어오는 대부분의 열차는 남역으로 가지만 우리가 탄 열차는 북역에서 멈춰섰기때문에
우리가 머물 유스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U-bahn을 타고 서역까지 가야한다.
어스름이 깔리고...
유럽에 겪어본 지하철 중 가장 깨끗하고 안내표시가 잘 돼 있는 빈의 U-bahn을 타고 서역으로 향했다.
'그래....어쩐지 내가 부티 난다고 했잖아...후후'
빈으로 오니까 왠지 다시 유럽의 여느 한 도시로 돌아온 것 같다.
프라하에서 잠시 잊고 지낸 서유럽 특유의 그 무엇이 다시금 되살아 난 듯이....
사람들의 모습에서... 거리의 모습에서 그걸 느낄 수 있다.
...
WOMBAT
서역에 내려서 우리가 찾는 'Wombat hostel'을 찾는데..
이미 어두운 거리를 지도 하나 펴보고 파악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이게 아닌데..' 하고 가던 길을 되돌아 가기가 서너 차례...
우리 행색을 보고 지나가던 한 아저씨가 익숙한 솜씨로 길을 알려준다.
"이길로 쭉 가다가 농구장이 있는 골목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보일거야..."
.....
어둑한 골목길을 지나 도착한 Wombat 프런트에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음악소리도 크게 들리고 상당히 개방적이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잠깐 어색해졌다.
그동안 들렀던 유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 같아서 말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니....
다시 유로를 쓰게 되서 반가운 마음도 잠깐....16유로를 숙박비로 내고 나니 지갑이 홀쪽해 졌다.
체코 들어갈 때 지갑에 있는 유로를 많이 줄였으니 유로 사정이 아직 그대로일 수 밖에...
나중에 저녁 먹으러 가면서 현금 좀 인출해야 겠다.
코에 뚫은 피어싱마저 귀엽게 보이는 예쁜 프런트 아가씨에게 열쇠를 받고
침대랑 베개 시트를 집어 들고서 방으로 올라갔다.
"하이.."
"에...하이~"
"나 마이클이라고 해.."
"예...전 재훈이라고 합니다.."
"제이후운? 제유운?.."
"엇 그게 아니라...재에후운이요.."
"아~ 재에후운.. 반갑네... 어디서 왔어"
"한국이요.."
"아~ 한국...난 호주서 왔어....나 한국에 가봤는데...울산이라고..."
"어? 그래요...울산에요..?"
"그래....거기 미포 조선소 있잖아...내가 항해사걸랑..."
"와아...정말이에요?"
"응 그래...배 수리하러 들른적이 있지..."
"네에.."
....
뜻밖에 말동무를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마이클은 친구랑 술마시러 간다며 내려갔다.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같이 가자는 그의 제의를 늘 그렇듯이 정중히 거절하고 잠시 휴식...
왜이리 술마시러 가자는 외국인이 많은지....훗
....
아까 먹어보라고 마이클이 나눠준 소시지는 정말 짜서 못먹겠다. 에라...밥이나 먹으러 가자.
....
2층 침대..
저녁은 큰 길까지 나가 저렴하게 프라이드 치킨 반 마리로 해결했다.
여느 유럽의 다른 도시처럼 초저녁인데도 벌써 문닫은 식당이 많아 마땅히 사먹을 만한 곳이 없데...
....
호스텔로 돌아와서는 프런트에서 나눠준 무료쿠폰을 들고 바Bar로 내려갔다.
당구대가 놓여져 있고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그곳에서 맥주를 홀짝거리며 약간은 어색한 그 분위기 속에 묻혔다.
사람이 이런 분위기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재밌게 놀 줄도 알아야 하는데 왠지 나에게는 어색하기만 하다.....후후
포켓볼이나 한 번 칠까 하다가 괜한 자격지심에 그냥 사람들만 물끄러미 쳐다보며 계속 맥주를 홀짝거렸다.
....
방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 또 상념에 빠져든다.
..
보통 사람들은 침대 위층보다 아래층을 선호한다.
걸터 앉기도 좋고, 귀찮게 사다리 타고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고, 눈치 안 보고 몸을 뒤척일 수도 있고....
그런데 나는 아래층보다 위층이 훨씬 마음에 든다.
오르내리는데 좀 번거롭긴 하지만 한 번 위로 올라가면 곧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단 위층에 올라가면 사람들의 시선이 가려지기 때문에 편안하고
누워 있어도 눈 앞이 뚫려있어서 갑갑한 느낌이 없다.
물론 위층 사람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칠 필요도 없고...
실제로 '프라이버시'가 강한 사람은 침대 아래층보다 위층을 선호한다고 한다.
누군가로부터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침대 위층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
..
오늘은 열차 이동만 해서 일기 쓸 거리가 별로 없다.
사진도 거의 안 찍었고....
...
내일은 어디로 가볼까....
'제시'와 '셀린느'가 거닐던 그 거리를 나도 걸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