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방탕한 생활을 한 부자집 도련님이 자업자득으로 몰락했다가 개과천선하는 과정과
국공내전과 문화대혁명까지 이어지는 근현대 중국의 암울한 시대를 살면서
한 사람이 감내했다기에는 너무나 가련하고 애달픈 인생 여정이 담긴 작품이다.
내 기억에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다른 중국 현대 소설을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 현대 소설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예 관심에 두지 않았다고 변명해야겠다.
그래서 그런지 꽤 오래전 번역된 이 작품의 이야기는 익숙하지 않고 굉장히 신선하다.
이야기의 모든 슬픔이 굉장히 날것이고, 운명 또한 처절하지만, 삶은 이 모든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듯 또 초연하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이런 태도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묘하게 이질적이다.
감정의 파도가 격렬하게 치솟았다가 또 갑자기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흡입력이 아주 강했다.
한글 제목이 '인생'인데 원제는 '활착活着'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어라 '인생'이란 제목을 단 것 같은데
장예모 감독이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의 영어 제목은 'To live'이다. '살아가는 것'.
책을 다 읽고 이 영어 제목을 보니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인생은 슬픔을 딛고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시간을 내어 읽어 볼만 한 깊이 있는 소설이고, 작가뿐만 아니라 번역하신 분의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리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