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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원작: 살아간다는 것 活着, 1993] - 위화 余華 지음, 백원담 옮김

제이우드 || 2023. 3. 22. 12:40
 
인생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인생'의 원작 소설. 망나니 같은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푸구이의 일생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고난을 견뎌내는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소설은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나'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부유한 지주의 외아들이었던 푸구이는 전문 도박꾼 룽얼에게 걸려들어 하룻밤 만에 전 재산을 잃고, 초가집에 사는 농사꾼 신세로 전락한다. 단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뀐 그날 이후 푸구이는 운명과의 장난 같은 줄다리기, 늘 끌려 다니기만 하는 불공평한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개정판〉
저자
위화
출판
푸른숲
출판일
2007.06.28

젊어서 방탕한 생활을 한 부자집 도련님이 자업자득으로 몰락했다가 개과천선하는 과정과

국공내전과 문화대혁명까지 이어지는 근현대 중국의 암울한 시대를 살면서

한 사람이 감내했다기에는 너무나 가련하고 애달픈 인생 여정이 담긴 작품이다.

내 기억에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다른 중국 현대 소설을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 현대 소설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예 관심에 두지 않았다고 변명해야겠다.

그래서 그런지 꽤 오래전 번역된 이 작품의 이야기는 익숙하지 않고 굉장히 신선하다.

이야기의 모든 슬픔이 굉장히 날것이고, 운명 또한 처절하지만, 삶은 이 모든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듯 또 초연하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이런 태도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묘하게 이질적이다.

감정의 파도가 격렬하게 치솟았다가 또 갑자기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흡입력이 아주 강했다.

 

한글 제목이 '인생'인데 원제는 '활착活着'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어라 '인생'이란 제목을 단 것 같은데

장예모 감독이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의 영어 제목은 'To live'이다. '살아가는 것'.

책을 다 읽고 이 영어 제목을 보니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인생은 슬픔을 딛고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시간을 내어 읽어 볼만 한 깊이 있는 소설이고, 작가뿐만 아니라 번역하신 분의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리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