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 있는 작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여행기이다.
단순히 풍광을 얘기할 때나 여행의 감상을 전할 때도 작가의 글은 순순히 읽히지 않는다.
천천히 달리는 자전거의 속도만큼이나 작가의 문장은 아주 호흡이 길다.
그래서 한 자 한 자 꽤나 정성스럽게 읽어야 할 때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문장 중간에서 작가의 이야기를 놓치게 된다.
뭔가 건조하고 짤막짤막한 문장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작가의 길고도 세세한 문장을 휘리릭 휘리릭 읽어나갈 수 없었다.
대신 그만큼 천천히 읽으면 더 깊이가 느껴지는 어른의 글이다.
여행기이지만 가볍게만 읽지 않기를 추천한다.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과 역사를 대하는 작가의 생각을 읽으면서
어른의 여행은 또 나름대로의 재미와 운치가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느 작은 산고개를 넘더라도, 어느 바닷가 작은 포구를 지나더라도,
그곳에는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가 떨어져 있는 듯하다.
바라건대,나도 나중에 우리나라 곳곳을 찾아다닐 수 있는 작은 여유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