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전시 공연 경기

이만익, 별을 그리는 마음

제이우드 || 2023. 3. 20. 21:47
별과 시를 좋아했던 화가 이만익의 서거 10주년을 기리는 전시.
올림픽공원 내 아담하고 이쁜 소마미술관에서 열렸다.
 
 
'청계천,1964'
개발 전 청계천변 판자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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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드로잉 자화상.
젊은 이만익은 자신감이 넘치는 열정 가득한 청년이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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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1970'
할아버지와 손녀가 처마 밑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서
마당에 노니는 닭들을 바라보고 있다.
너무나 만화같이 평화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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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1999'
작가는 고구려의 건국 신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대 신화 중 가장 강력한 고구려 신화를 바탕으로 민족적인 강인함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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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1997'
뮤지컬 포스터로도 많이 알려진 작품.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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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2003'
슬픔이나 안타까움보다는 마치 히로인처럼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심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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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그네,1994'
오히려 춘향이보다 춘향이를 바라보는 아이들 표정이 너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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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귀향,1994'
소와 발가벗은 아기를 보고 '어? 이중섭 그림인데'하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작품 제목이 '이중섭의 귀향'이다.
턱이 커서 별명이 '아고리'였던 실제 이중섭보다는 왠지 웹툰 이말년 작가를 닮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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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자라-수난,1994'
호랑이의 표정에는 아픔보다는 놀람, 황당, 난처함, 곤란함이 가득하다.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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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차차차. 2011'
관객도 호랑이와 토끼. 
무대 위에도 호랑이와 토끼.
보고 있는 내내 미소 짓게하는 그림.
톡 이모티콘으로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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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2012'
작은 행성에 반가사유상처럼 표현된 어린왕자.
화산도 있고, 꽃도 있다.
작품 년도를 보니 말년에 그린 그림이지만
죽음과 대비되는 너무나 동화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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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한 켠에 이만익 작가의 생애를 소개하는 영상이 있다.
 
이만익은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 현대화가라 평가 받는다.
현대그림이 점점 추상화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도
구상화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지켜온 화가이다.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선과 눈에 띄는 색감 때문에 단청 그림 같기도 하고,
캔버스 위 매끈한 질감으로 표현된 것이 마치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같기도 하다.
 
일찍부터 서양미술을 접한 2세대 한국 현대화가이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그림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한 인물이다.
뚜렷한 자기만의 화풍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한 작가의 노력이 더 잘 보존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