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스가 꼬불꼬불한 산간 도로를 힘겹게 올라서야 산성에 이를 수 있다.
높은 분지 안에 제법 커다란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을 중심으로 산성이 빙 둘러쳐 있다.
성 한가운데는 작은 개울도 충분히 흐르고 있고 사방이 아늑하다.
성벽에 서 보니 왜 이곳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농성이 이뤄졌는지 이해가 간다.
식량만 충분하고 방어만 잘 하면 절대 쉽게 빼앗기지 않을 형세를 가진 곳이다.
2.
아마 그런 무모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농성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마저도 없었으면 진즉에 저항을 포기했을만 하다.
한편으론 이왕 버티기로 했으면 끝까지 견뎌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마침 삼전도비가 있는 석촌호수 롯데타워가 성벽 위에서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이니
여러가지 역사적 상상을 해 보게되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3.
가시거리가 탁 트인 날 올라서인지 정말 서울이 비현실적으로 다 내려다 보인다.
롯데타워 뒤로 남산타워가 선명하게 보이고 북한산의 높은 봉우리가 또렷이 바라보인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다리들, 수많은 아파트와 집들.
여기서 내려다 보는 저녁 노을이나 불빛이 반짝이는 야경도 꽤 예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