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벼르고 벼르다가
오늘에서야 제시와 셀린느를 다시 만났다.
그들이 빈에서 헤어진 뒤 9년만의 재회.
참 궁금했었다.
Before sunrise에서 6개월 뒤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안타깝게 헤어진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됐을지 말이다.
약속한 6개월이 9년이 될 줄은.
자기와 셀린느의 추억을 바탕으로 책을 쓴 제시.
파리의 어느 서점에서 자신의 책을 홍보하다가
자신을 찾아온 셀린느를 만난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흔들어주는 셀린느.
제시가 작가가 됐을 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9년이란 세월 때문인지 제시와 셀린느 모두 예전보다 여위었다.
얼핏 얼굴에 스치는 주름도 보이고.
하지만
헤어스타일이 변했다는 제시의 말에
뒤로 묶은 머리를 살포시 풀어 내린 셀린느는
9년 전 그때 그 어여쁜 셀린느 그대로였다.
마치 얼마 전에 만난 듯
제시와 셀린느는 또다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카페에서, 좁은 골목길에서, 센강에서,
좀 더 솔직해지고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서글픈 대화들.
제시는 결혼을 했고 셀린느도 남자친구가 있다.
제시가 결혼을 해버린 설정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니 실망이라기보다 아쉬웠다. 셀린느를 두고 어떻게.
9년 전
하지만 셀린느는 할머니 장례식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9년을 엇갈려 살아온 거다.
센강 유람선 위에서 그때 그 엇갈림을 애타게 아쉬워하는 제시.
그리고 애써 그 엊갈림을 외면하려는 셀린느의 슬픈 눈동자.
그렇게 이 둘은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의 종반부.
제시가 공항으로 가기 전 셀린느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셀린느가 투정하듯 화내는 장면은 정말 가슴 싸한 부분이었다.
울먹이는듯한 그 얼굴.
아닌 척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다 읽혀버린 이 장면이 참 인상 깊었다.
셀린느의 아파트 앞에서 살며시 포옹하는 두 사람의 모습도 아름답고
마지막 셀린느의 집에서 셀린느가 제시에게 직접 불러준 노래도 좋았다.
조용한 기타 선율에 차분한 셀린느의 목소리.
영화는 리얼타임처럼 정말 짧은 만남을 보여주고
또다시 확실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채 끝을 맺는다.
9년의 세월...
많은 것을 변하게 하면서도 많은 것을 그대로 남겨둔 것 같다.
비록 영화지만 제시의 모습에나 셀린느의 모습에
우리 자신을 투영해 조용히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영화이다.
written in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