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영화

Before sunset......Before sunrise 9년 후

제이우드 || 2023. 3. 19. 11:35
 
비포 선셋
오랜만이야, 사랑! 비엔나에서의 꿈같은 하루, 6개월 후의 어긋난 약속… 그리고 9년이 지난 오늘, 파리에서 다시 마주한 제시와 셀린느. 서로 같지만 다른 기억을 간직해 온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감돈다. “그날 당신이 내 모든 것을 가져가 버린 것 같아” 그렇게 그 간의 진심을 서로에게 털어놓는 사이, 해는 저물고, 또다시 헤어짐의 순간이 다가오는데… 처음보다 짙은 그들의 두 번째 사랑, 우리는 반드시 지금을 기억하게 될 거야.
평점
8.6 (2004.10.22 개봉)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베르농 도브체프, 루이즈 르모이네 토레스, 로돌프 파울리, 마리안느 플라스테그, 디아볼로, 데니스 에브라드, 알베르 델피, 마리 필레

 

몇 번을 벼르고 벼르다가

오늘에서야 제시와 셀린느를 다시 만났다.

그들이 빈에서 헤어진 뒤 9년만의 재회.

 

참 궁금했었다.

Before sunrise에서 6개월 뒤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안타깝게 헤어진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됐을지 말이다.

약속한 6개월이 9년이 될 줄은.

 

자기와 셀린느의 추억을 바탕으로 책을 쓴 제시.

파리의 어느 서점에서 자신의 책을 홍보하다가

자신을 찾아온 셀린느를 만난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흔들어주는 셀린느.

 

제시가 작가가 됐을 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9년이란 세월 때문인지 제시와 셀린느 모두 예전보다 여위었다.

얼핏 얼굴에 스치는 주름도 보이고.

하지만

헤어스타일이 변했다는 제시의 말에

뒤로 묶은 머리를 살포시 풀어 내린 셀린느는

9년 전 그때 그 어여쁜 셀린느 그대로였다.


마치 얼마 전에 만난 듯

제시와 셀린느는 또다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카페에서, 좁은 골목길에서, 센강에서,

좀 더 솔직해지고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서글픈 대화들.

 

제시는 결혼을 했고 셀린느도 남자친구가 있다.

제시가 결혼을 해버린 설정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니 실망이라기보다 아쉬웠다. 셀린느를 두고 어떻게.

 

 

9년 전

하지만 셀린느는 할머니 장례식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9년을 엇갈려 살아온 거다.

센강 유람선 위에서 그때 그 엇갈림을 애타게 아쉬워하는 제시.

그리고 애써 그 엊갈림을 외면하려는 셀린느의 슬픈 눈동자.

그렇게 이 둘은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의 종반부.

제시가 공항으로 가기 전 셀린느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셀린느가 투정하듯 화내는 장면은 정말 가슴 싸한 부분이었다.

울먹이는듯한 그 얼굴.

아닌 척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다 읽혀버린 이 장면이 참 인상 깊었다.

 

셀린느의 아파트 앞에서 살며시 포옹하는 두 사람의 모습도 아름답고

마지막 셀린느의 집에서 셀린느가 제시에게 직접 불러준 노래도 좋았다.

조용한 기타 선율에 차분한 셀린느의 목소리.

영화는 리얼타임처럼 정말 짧은 만남을 보여주고

또다시 확실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채 끝을 맺는다.

 

9년의 세월...

많은 것을 변하게 하면서도 많은 것을 그대로 남겨둔 것 같다.

 

비록 영화지만 제시의 모습에나 셀린느의 모습에

우리 자신을 투영해 조용히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영화이다.

 

written in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