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계절이 바뀌면 생각나는 영화가 한 두 편 있을 것이다.
나는 한 번 본 영화는 거의 다시 보지 않는 편인데도 날씨가 쌀쌀해지는 이맘때쯤이면 <러브레터>를 다시 틀어보곤 한다.
영화 시작 온통 눈밭인 새하얀 인트로 화면과 서서히 줌아웃 되면서 펼쳐지는 그 겨울의 풍경만으로도
내 모든 기억과 감성은 매번 예전에 그 영화를 처음 보았던 그 시절로 단숨에 돌아가버린다.
<윤희에게>를 보면서 <러브레터>를 떠올린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편지', '눈', '오타루', '첫사랑'. 순간순간을 찍은 '사진'과
'옛사랑을 잊게 도와준 선배'처럼 '엄마를 이끌어 준 딸'의 설정은 두 영화가 많이 닮아있다.
분명히 주제의 무게감이 확연히 다른 두 영화이나 <러브레터>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윤희에게>를 본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러브레터>의 설정을 좋아해서인지 <윤희에게>의 이야기 속으로 더 빨리 들어간 것 같고 감정도 더 깊어진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 같다.
상처 주고 상처받고.
가볍지 않은 이야기지만 너무 무겁지도 않게 담담히 흘러가 좋았다. 그저 '윤희들'이 용기내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문득 시나리오가 있으면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시나리오에는 배경이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 대사가 많은 영화는 아닌 것 같지만 대사의 긴 호흡을 글자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어떻게 보면 나에겐 기억 소환, 추억 소환이 된 것 같아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운이 길다.
'오타루'. 꼭 한 번 가봐야지 했는데 아직도 못 가봤다.언젠가 꼭 눈이 듬뿍 쌓였을 때 가보고 싶다.
'김희애'라는 배우를 영화로는 처음 봤는데 오랜만에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반갑다. 이 여배우의 눈빛과 호흡이 이 영화를 전부 만들어 낸 것 같다. 멋지다.
아마 내년 이맘때는 <러브레터>와 함께 <윤희에게>도 떠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