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영화

윤희에게, 2019

제이우드 || 2023. 6. 2. 10:37

 

누구나 계절이 바뀌면 생각나는 영화가 한 두 편 있을 것이다. 

나는 한 번 본 영화는 거의 다시 보지 않는 편인데도 날씨가 쌀쌀해지는 이맘때쯤이면 <러브레터>를 다시 틀어보곤 한다. 

영화 시작 온통 눈밭인 새하얀 인트로 화면과 서서히 줌아웃 되면서 펼쳐지는 그 겨울의 풍경만으로도

내 모든 기억과 감성은 매번 예전에 그 영화를 처음 보았던 그 시절로 단숨에 돌아가버린다.

 

<윤희에게>를 보면서 <러브레터>를 떠올린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편지', '눈', '오타루', '첫사랑'. 순간순간을 찍은 '사진'과 

'옛사랑을 잊게 도와준 선배'처럼 '엄마를 이끌어 준 딸'의 설정은 두 영화가 많이 닮아있다.

분명히 주제의 무게감이 확연히 다른 두 영화이나 <러브레터>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윤희에게>를 본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러브레터>의 설정을 좋아해서인지 <윤희에게>의 이야기 속으로 더 빨리 들어간 것 같고 감정도 더 깊어진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 같다.  

상처 주고 상처받고. 

가볍지 않은 이야기지만 너무 무겁지도 않게 담담히 흘러가 좋았다. 그저 '윤희들'이 용기내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문득 시나리오가 있으면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시나리오에는 배경이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 대사가 많은 영화는 아닌 것 같지만 대사의 긴 호흡을 글자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어떻게 보면 나에겐 기억 소환, 추억 소환이 된 것 같아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운이 길다.

'오타루'. 꼭 한 번 가봐야지 했는데 아직도 못 가봤다.언젠가 꼭 눈이 듬뿍 쌓였을 때 가보고 싶다.

'김희애'라는 배우를 영화로는 처음 봤는데 오랜만에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반갑다. 이 여배우의 눈빛과 호흡이 이 영화를 전부 만들어 낸 것 같다. 멋지다.

아마 내년 이맘때는 <러브레터>와 함께 <윤희에게>도 떠오르지 않을까.

 

 
윤희에게
다시 날 가슴 뛰게 만든 그 말 "윤희에게, 잘 지내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평점
8.0 (2019.11.14 개봉)
감독
임대형
출연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성유빈, 키노 하나, 타키우치 쿠미, 야쿠마루 쇼, 김학선, 한송희, 유재명, 윤태희, 정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