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영화

그대안의 블루, 1992

제이우드 || 2023. 6. 2. 10:34

1992년 작품이라 당시에는 이 영화를 알지는 못했고

이소라가 흐느끼듯이 부른 같은 이름의 노래 '그대 안의 블루'를 들을 때마다 어떤 영화일까 늘 궁금했었다. 

'노래 분위기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애잔하고 절절한 로맨스가 아닐까?'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실상 어렵게 어렵게 영화를 찾아서 보고 나니, 

'멜로'라기 보다는 뜻밖에도 좀 파격적인 이야기 설정을 통해서 여성의 '자아 실현', '사회 진출'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예상과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그런지 영화를 매끄럽게 한 번에 쭉 보기는 솔직히 어려웠다.

익숙하지 않은 예전 영화적 기법을 쫓아가기가 녹록지 않아 몇 번씩 되돌려 봐야 했지만,

영화가 세상에 나왔던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야기거리가 많은 영화인 듯하다.

이런 걸 '페미니즘'영화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시대를 앞서가려 시도했던 영화임은 분명해 보인다.

 

어쨌거나 영화에서 실제로 '그대 안의 블루' 노래가 삽입된 장면은 두 군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애틋하고 가슴 먹먹한 멜로 영화가 아니어서 좀 허탈했는데,

곰곰이 또 생각을 해보니 노래 가사가 영화의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은근히 잘 표현한 것 같다. 

 

빛바랜 사랑 속에서 그대 왜 잠들려 하나 시간은 아직 그대 곁에 있는데

 

내 생각에 영화와 노래를 관통하는 하나의 말은 '호석' '유림'에게 말하는 듯한 이 한 문장이다.

이제는 '그대안의 블루' 노래를 들으니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그대안의 블루
유림(강수연)은 결혼식장에서 뛰쳐나와 거추장스런 웨딩드레스 자락을 과감하게 잘라낸다. 디스플레이 디자이너인 호석(안성기)이 이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고,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호석의 제안으로 작업 동료가 된다. 유림은 호석과의 관계에서 일과 사랑 모두 완벽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호석은 서로간의 계약에 관해 철저하고 유림을 작업 파트너로서만 생각한다. 호석은 유림이 일하는 여자로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유림은 사랑을 선택해 떠나고 호석은 이태리로 유학을 떠난다. 한편 결혼생활에 안주하던 유림은 어느 날, 호석으로부터 유림이 일에 몰두해 있는 과거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입을 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유림은 호석을 찾아 이태리로 간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은 반가운 해후를 하지만 그 후 유림은 남편도 호석도 뒤로 한 채 혼자의 삶을 다시 시작한다.
평점
7.4 (1992.12.25 개봉)
감독
이현승
출연
안성기, 강수연, 정소영, 서반석, 버지니아, 남영진, 박용팔, 박상돌, 김영후, 안종환, 신혜정, 강능원, 김형일, 이주희, 마테오, 최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