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작품이라 당시에는 이 영화를 알지는 못했고
이소라가 흐느끼듯이 부른 같은 이름의 노래 '그대 안의 블루'를 들을 때마다 어떤 영화일까 늘 궁금했었다.
'노래 분위기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애잔하고 절절한 로맨스가 아닐까?'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실상 어렵게 어렵게 영화를 찾아서 보고 나니,
'멜로'라기 보다는 뜻밖에도 좀 파격적인 이야기 설정을 통해서 여성의 '자아 실현', '사회 진출'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예상과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그런지 영화를 매끄럽게 한 번에 쭉 보기는 솔직히 어려웠다.
익숙하지 않은 예전 영화적 기법을 쫓아가기가 녹록지 않아 몇 번씩 되돌려 봐야 했지만,
영화가 세상에 나왔던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야기거리가 많은 영화인 듯하다.
이런 걸 '페미니즘'영화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시대를 앞서가려 시도했던 영화임은 분명해 보인다.
어쨌거나 영화에서 실제로 '그대 안의 블루' 노래가 삽입된 장면은 두 군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애틋하고 가슴 먹먹한 멜로 영화가 아니어서 좀 허탈했는데,
곰곰이 또 생각을 해보니 노래 가사가 영화의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은근히 잘 표현한 것 같다.
빛바랜 사랑 속에서 그대 왜 잠들려 하나 시간은 아직 그대 곁에 있는데
내 생각에 영화와 노래를 관통하는 하나의 말은 '호석'이 '유림'에게 말하는 듯한 이 한 문장이다.
이제는 '그대안의 블루' 노래를 들으니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