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생과 제자, 선배와 후배가 얽히고설킨 다소 불편한 관계 설정은 이 두 영화에서 반복된다.
몇 년의 시간차를 두고 본 영화이고, 비슷한 인물들과 이리저리 섞어 놓은 이야기 전개 때문에
이게 그거 같고, 저게 이거 같아 마치 하나의 영화를 본 것 같기도 한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술집에서 내 옆테이블 사람들이 주고받는 그렇고 그런 얘기.
지질하고, 소심하고, 허세도 있고, 남 욕하고, 적당히 속이고, 적당히 감추고 뭐 그런.
'옥희의 영화'는 다소 불편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우리 선희'는 약간의 긴장감과 의외로 우스운 구석이 있는 영화라 보기엔 더 재미있다.
감독의 복잡한 영화적 의도를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생활의 발견 (2002)'을 봤을 때도 그렇고
이 두 영화를 보면서 뭔가 감독의 숨은 의도를 찾거나 어떤 퍼즐을 맞추려고 용을 쓰니 영화가 영 재미없어졌다.
솔직히 여전히 뭔가 찾지도 발견하지도 못하겠다.
단지 영화를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배우들의 지극히 일상적이고 능청스러운 연기뿐이다.
영화 속 술자리에 마치 내가 옆에 같이 앉아 있는 것처럼
귀에 달라붙는 주절거림과 함께 취기 속에 오고가는 약간의 당혹스러움, 빈정상한 기분이 가득한 장면은
마치 새벽 2시 정도의 알딸딸함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 재미있다.
사실 좋은 배우들의 일상적인 연기만 담담히 보는 것 만으로 이 두 영화의 매력은 충분해 보인다.
홍상수 감독의 이런 류의 영화는 앞으론 안 볼란다.
....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은 매력 있는 배우들의 힘 뺀 연기가 너무 끌리기 때문이다.